사람이 모욕을 누구로부터 받게 되면 발끈해서 바로 반응하는 일이 많다. 그런데 이렇게 바로 자신이 즉각 반응하면 사실상 본인의 바닥을 보일 수 있다. 누군가에게 심한 모욕을 받고 참고 살기란 매우 어렵지만 그러한 모욕을 잘 견디어 내야 큰 일을 도모할 수 있다. 타면자건( 唾面自乾)은 바로 이렇게 삶에 있어 인내를 잘 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사자성어이다.
타면자건(唾面自乾)
唾 : 침 타
面 : 얼 굴 면
自 : 스스로 자
乾 : 마를 건
타면자건(唾面自乾) 뜻
남이 내 얼굴에 침을 뱉으면 그것이 저절로 마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다. 바로 세상을 살아가는 처세에는 인내가 필요하다는 말과 같다. 처세(處世)를 잘하기 위해서는 때로는 참기 힘든 수모도 견디어야 한다는 깊은 의미가 담겨진 고사성어가 타면자건(唾面自乾)이다.
타면자건’(唾面自乾) 유래
당나라 때 누사덕과 그의 동생과의 대화에서 나오는 타면자건’(唾面自乾)이라는 말은 신당서 누사덕전(新唐書 婁師德傳) 십팔사략(十八史略)에서 그 유래가 전해진다.
측천무후의 신하들 중 누사덕(婁師德)이란 인물이 있었다. 그는 성품이 온후하고 너무 인자해서 다른 사람에게 무례한 일을 당해도 상관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아우가 대주자사(代州刺史)로 임명되어 부임하려고 할 때였다. 그가 동생을 불러서 이야기했다.
“우리 형제가 다 같이 출세하고 황제의 총애(寵愛)를 받는 것은 좋지만 그만큼 남의 시샘과 질시(嫉視)도 틀림없이 클 것이다.” 그러한 시샘을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처신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동생이 이렇게 대답했다. “비록 남이 제 얼굴에 침을 뱉더라도 상관하거나 화내지 않고 잠자코 닦거나 마르도록 두겠습니다. 만사(萬事)를 이런 식으로 사람들을 응대하여 결코 형님에게 걱정이나 누(累)를 끼치지 않을 것입니다.”
동생의 이러한 대답을 듣고 난 누사덕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내가 염려하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마약 누가 너에게 침을 뱉는다면 네게 뭔가 크게 화가 났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네가 바로 그 자리에서 침을 닦아버린다면 상대의 기분을 거스르게 되어 상대방은 틀림없이 더 크게 화를 낼 것이다. 침이야 닦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마르게 된다. 그런 일이 있을 때는 웃으며 그냥 침을 내버려 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莫畏於慾 莫善於忍(막외어욕 막선어인)
조선시대 말에 흥선대원군이 타면자건’(唾面自乾)의 전형적 사례이다. 그는 당시에 막강한 세도를 부리던 안동김씨에게 큰 모욕을 받았는데 전혀 얼굴빛을 다르게 하지 않았다. 흥선대원군은 모욕을 받아도 자신이 관심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며 온갖 수모를 다해도 상관하지 않는 자세를 보였다. 어느 날 안동김씨 세도가의 잔칫날에 고기를 먹기 위해 가랑이 밑으로 기어 지나가는 과하지욕(袴下之辱)을 당하기도 했지만, 그는 자신의 본 모습을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 참을 인(忍)자를 되새기며 견디어 낸 흥선대원군은 그래서 나중에 자식을 왕위에 올리는 큰 일을 성사 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이와 유사한 역사적 인물로 유방 아래서 중국의 천하통일을 도모했던 한신 대장군의 일도 있다. 한신은 젊은 시절에 동네 양아치들의 가랑이를 지나는 모욕을 당하지만 결코 내색하지 않았다.
莫畏於慾 莫善於忍(막외어욕 막선어인)이라는 말이 있다. ‘욕망보다 무서운 것이 없고, 인내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는 말로 강이천(姜彝天, 1769〜1801)의 삼경(三警)에 나오는 말이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어서 절제하지 않으면 큰 화를 불러올 수 있으므로 일정한 기준에 이르러서는 멈출 줄도 알아야 하며 참을 줄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무척 험난하다. 직장 생활이나 사회에서 활동하다 보면 뜻하지 않게 모욕을 당하거나 수치심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절대로 내색하면 안된다. 당장에 얼굴빛을 바꾸는가 아니면 고통을 참고 인내를 하는가에 따라서 자신의 운명이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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