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靑山兮要我 以無語)

사람이 영원하게 살 것 같지만 100년도 채 못살면서 1,000년을 살 것 같이 고민하고 걱정합니다. 결국은 짧은 인생을 사는 것임에도 무엇을 그리 욕심 부리고 불평하다 사는지 모르는 것이 사람입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세상, 스스로를 뽐내고 자랑도 하다가 남의 탓을 하다가 그렇게 허망하게 생이 끝납니다.

인간은 과거에도 어리석었고, 지금도 어리석고 앞으로도 어리석을 것입니다. 그래서 나옹대사는 그것을 미리 알고 ‘청산(靑山)처럼 푸르고 듬직하게 불평 없이 살라’고 했습니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靑山兮要我 以無語)

나옹(懶翁)은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였습니다. 이 말은 과거의 사람들 뿐만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마음에 와 닿는 글입니다. 아마 앞으로 세상을 살아갈 미래의 인간에게도 그러할 것입니다. 나옹이 말 하는 청산이란 넓은 의미에서 뼈를 묻는 산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즉 뼈를 묻는 분묘(墳墓)의 땅이란 뜻이 있는데 이 말에 깊은 뜻이 있습니다.

나옹

나옹은 또한 창공(蒼空)처럼 티 없이 맑게 살라고 합니다. 티 없이 산다는 것은 우리의 정신과 육체를 정갈하게 하라는 말입니다. 나옹대사와 같이 깨달음을 아는 분들에게는 창공(蒼空)처럼 티 없이 사는 것이 쉬울 수 있으나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이런 말도 무슨 뜻인지 모릅니다. 그런데 알고 보면 우리가 욕심을 내는 것은 모두 자신에게 집착하는 인간의 욕망의 산물입니다. 또한 화를 내는 것도 마음의 거슬림이며 순리에 어긋나는 것입니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는 말은 탐욕과 성냄을 벗으라는 것은 결국 집착하는 마음을 경계하고 순리대로 순응하며 물과 바람같이 살라는 말입니다.

나옹(懶翁)은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靑山兮要我 以無語)' 하였습니다. 욕망과 탐욕으로 찌든 세상에서 속물로 살기 보다는 자연과 하나가 되어 물아일체가 되는 깨달음의 방법을 나옹은 이렇게 전합니다. 어떻게 살 것인지 상식이 늘어나는 좋은글 입니다.

靑山兮要我 – 청산은 나를 보고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靑山兮要我 以無語
청산혜요아 이무어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 하네
蒼空兮要我 以無垢
창공혜요아 이무구

사랑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 놓고
聊無愛 而無憎兮
료무애 이무증혜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如水如風 而終我
여수여풍 이종아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靑山兮要我 以無語
청산혜요아 이무어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 하네
蒼空兮要我 以無垢
창공혜요아 이무구

성냄도 벗어놓고 탐욕도 벗어놓고
聊無怒 而無惜兮
료무노 이무석혜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如水如風 而終我
여수여풍 이종아

청산이 도대체 나에게 무슨 말을 하나

靑山兮要我以無語(청산혜요아이무어)

靑山(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고 했는데, 어떻게 청산이 말을 하겠는가?
나옹은 청산이 하는 말을 귀로 들은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들은 것이다.

짙푸르고 거대한 靑山(청산)이 하는 말은 사람들이 입으로 떠드는 말이 아니라 묵언(默言)이다.
그러니까 청산이 전하는 말을 귀로 듣고자 한다면 들릴 까닭이 없다.

나옹에게는 청산(靑山) 자신(我)의 구분이 없이 서로 하나이다. 그렇기에 나옹과 청산은 물아일체(物我一體)가 되어서 청산이 전하는 말을 들었을게다. 이렇게 무아(無我)의 경지에서 나옹은 모든 상념을 내려 놓고 탐욕도 벗어 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한 것이다.

이 글은 고려 말 고승 나옹(懶翁) 스님의 불교 가사입니다. 그렇다면 나옹, 그는 누구인가?

나옹 (懶翁)

나옹(1320~1376)은 고려 말 선승(禪僧)으로 공민왕의 두 번째 왕사입니다. 그는 고려 말의 선풍(禪風)을 진작 시킨 인물로, 지공(指空) · 무학(無學)과 함께 고려 말 3대 고승으로 알려졌습니다. 懶翁和尙(나옹화상)은 인도의 지공대사(指空大師의 제자였고 무학대사(無學大師)의 스승이기도 합니다. 혜근이 법명이고 나옹은 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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