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구] 중국 시인 도연명, 그는 진정한 술꾼이었다

술은 사람에게 있어 기쁨과 슬픔을 안겨주는 인류 최대의 발명품이다. 사람들이 술을 언제부터 먹었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중국 시인 도연명(陶淵明)은 정말로 술을 사랑한 진정한 술꾼이다.

도연명, 진정한 술꾼

도연명(陶淵明, 365~427)은 동진(東晉) 말기부터 남조(南朝)의 송(宋) 초기 시인이다. 그는 당나라 이후 남북조 시대 최고의 시인으로 평가 받고 있다. 그의 ‘귀거래사(歸去來辭)’는 아주 유명한 시(詩)이다. 그런데 도연명의 생애는 바로 ‘술(酒)’과 직관된다. 그는 도연명은 중국 시대상 험난한 시기에 살았는데 농사와 시문에 전념하면서 술과 혼연일체(渾然一體) 되었다. 그는 관리생활을 마치고 간소한 삶을 살면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생활을 영위했는데 여기에서 술은 그의 철학이자 모든 것이었다.

도연명

도연명의 시와 산문에서는 술에 대한 애정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다. 그에게 술은 단순히 마시고 취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고단함과 번뇌를 잊게 해주는 것이었다. 이러한 도연명의 술 이야기는 그의 작품 전반에 걸쳐서 나타난다. 얼마나 그가 술을 사랑했는가? 이것은 도연명을 전원(田園))을 노래한 ‘술의 성인(聖人)’이라고도 불리는 것에서 알 수 있다.

음주(飮酒) 20수

음주(飮酒)는 도연명의 가장 유명한 시 중 하나이다. 그는 음주(飮酒) 라는 시를 통해서 술을 마시면서 느끼는 자유로움과 평화로움을 아주 적절하게 묘사했다. 예를 들어, 그는 “결마택리 인무차(結廬在人境 而無車馬喧)”라고 시골에서 술을 마시며 외부의 번잡함과는 단절된 평온함을 노래했다. 또한 “이중유진의 대자연(意中有真意 對之忘言)”에서는 술을 마시는 것이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도연명이 술을 얼마나 좋아했냐 하면 술값을 벌려고 관직에 나섰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도연명의 시에는 술이 자주 등장하는데, 『음주』라는 제목의 시만 20수 넘게 지었다. 그는 그러면서 “다만 한스러운 것은 살아있으면서 술을 마음껏 마시지 못한 것”이라고까지 해서 세상 사람을 놀라게 했다.

그런데 도연명은 술을 아무리 마셔도 자세를 흐트러지거나 취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에게 술은 현실의 고뇌로부터 벗어나게 해주는 상징적 존재였다고 한다. 세속을 떠나 자유로운 정신세계로 빠져들고 싶은 희망의 투영을 바로 술로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술을 마시려니 돈이 필요하고 그러한 음주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벼슬을 해야 했다는 것이다.

도연명

幷序 (병서, 서문)

나는 조용히 살다 보니 달리 즐거운 일도 없고 게다가 요즘 밤도 길어 졌는데
우연히 귀한 술이 생겨 저녁마다 빼놓지 않고 마시게 되었다
등불에 비췬 내 그림자를 벗삼아 마시다 보니 혼자서 다 비우고 금방 취해 버렸다
취하고 나면 자주 시 몇 구를 지어 보고 혼자서 흐뭇해하곤 했다
이렇게 짓다 보니 여러 수(首)가 되었지만 잘 정리해 놓지는 못했다
그래서 그냥 친구더러 다시 정서해 달라고 했다
그것은 다만 같이 기쁘게 웃을 거리를 만들고 싶었을 뿐이다

余閑居寡歡 兼比夜已長 偶有名酒 無夕不飮 顧影獨盡 忽焉復醉 旣醉之後 輒題數句自娛 紙墨遂多 辭無詮次 聊命故人書之 以爲歡笑爾

음주(飮酒) 1

쇠락과 영달은 정해진 게 아니며 바뀌고 서로 돌게 마련이거늘
오이 밭을 가는 소평(邵平)이가 동릉후였다고 누가 아는가?
춥고 더운 세월 바뀌는 계절같이 인간의 삶도 그와 같으리라
통달한 사람은 그런 이치를 터득하고 그것을 다시는 의심치 않는다네
홀연히 한 동이 술이 생기었으니 밤낮으로 기꺼이 술 마시며 즐기리라

※동릉후(東陵侯) : 진나라의 소평(邵平)이 받은 봉호. 소평은 진나라가 망한 후 장안성 동쪽에서 포의(布衣)를 입고 오이 밭을 가꾸었는데 그 맛이 아주 달아서 동릉과(東陵瓜)라고 했다 한다.

衰榮無定在 彼此更共之 邵生瓜田中 寧似東陵時 寒署有代射 人道每如玆 達人解其會 逝將不復疑 日夕歡相持

음주(飮酒) 2

착하게 살면 복 받는 다 했는데 백이와 숙제는 수양산에서 굶었네
선과 악이 닦은 대로 되지 않으니 어찌 빈 말 만을 앞세웠는가
구십 노인 허리띠 줄이며 가난하게 살았거늘 젊은 내가 이것을 못 참겠는가?
청빈해도 선비된 나 곤궁의 절개 아니고서야 먼 후세에 어찌 이름 남기겠는가?

積善云有報 夷叔在西山 善惡苟不應 何事立空言 九十行帶索 飢寒況當年 不賴固窮節 百世當誰傳

음주(飮酒) 3

대도(大道)가 사라진지 어느듯 천년이구나 사람들은 서로가 정(情)주기를 꺼린다
술이 있어도 함께 마시려 하지 않고 오직 세속의 명리<돈과 명예>만 즐겨 찾네
출세해서 화려하게 살더라도 짧은 한 평생에 지나지 않거늘
그 한평생도 바람 앞에 등불이나 한 순간의 번갯불 같은 것
길어야 백년도 못 사는 인생 부귀와 명리를 애써 얻어 무얼 하려나

道喪向千載 人人惜其情 有酒不肯飮 但顧世間名 所以貴我身 豈不在一生 一生不能幾 倏如流電驚 鼎鼎百年內 持此欲何成

음주(飮酒) 4

무리를 이탈한 새 한마리가 불안하게 해가 저물어도 여전히 혼자 날고 있구나
둥지를 틀지 못하고 늘 배회하며 밤마다 더욱 서글피 운다
그 울음 소리가 때로는 처량하고 아프다 머물 곳을 찾지 못하여 오락가락 하는구나
그러다 홀로 자란 소나무를 찾아 먼 길 날아온 날개 접고 쉬노라
세찬 비 바람에 나무도 꽃을 피우지 못하고 우거진 덤불 속에 홀로선 소나무
이제 나의 몸 의지 할 곳 찾았으니 천년토록 영원히 헤어지지 않으리라

栖栖失群鳥 日暮猶獨飛 徘徊無定止 夜夜聲轉悲 厲響思淸遠 去來何依依 因値孤生松 斂翮遙來歸 勁風無榮木 此蔭獨不衰 託身旣得所 千載不相違

음주(飮酒) 5

사람들 속에 농막을 짓고 산골에 사니 마차 시끄럽게 찾아 오는 사람 없어서 좋구나
서글픈 마음에 어찌 그럴 수 있는가 생각하니 마음이 멀어지니 땅은 더욱 멀구나
동쪽 울타리 아래 국화를 꺽어들고 편하게 남산을 바라 본다
해질녘 산 기운은 더욱 아름다워 지고 떠돌던 새들도 무리 지어 집으로 돌아오네
여기에 자연의 참다운 뜻이 있으니 말로서 표현하려 하나 이미 할 말을 잊었노라

結廬在人境 而無車馬喧
結廬在人境 而無車馬喧 問君何能爾 心遠地自偏 采菊東籬下 悠然見南山 山氣日夕佳 飛鳥相與還 此間有眞意 欲辯已忘言

음주(飮酒) 6

사람의 행동은 사람마다 다르므로 누가 잘 잘못 가리겠는가?
저마다 멋대로 옳고 그름 정해 놓고 잘했다 못했다 부축이고 또는 헐뜯는다
은,하,주 삼대 이후 더욱 더 하니 도통한 선비만이 사람 두고 편가르지 않는다
참으로 가련한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들이여 나는 모두 버리고 상사의 사호를 따르고저 한다

行止千萬端 誰止非與是 是非苟相形 雷同共譽毁 三季多此事 達士似不爾 咄咄俗中愚 且當從黃綺

음주(飮酒) 7

아름다운 가을 국화 꽃 이슬이 내려 앉은 꽃잎 따서
근심 잊으려 술에 띄워서 마시니 속세와 멀어진 심정 더욱 간절하다
잔 하나로 혼자 마시다 취하니 빈 술병과 더불어 쓸어지노라
날 저물어 만물이 쉬는 때 날던 새도 둥치 찾아 돌아 온다
동쪽 창 아래서 휘파람 부니 이보다 더 즐거운 시간이 어디 있는가?

秋菊有佳色 裛露掇其英 此忘憂物 遠我遺世情 一觴雖獨進 杯盡壺自傾 日入群動息 歸鳥趨林鳴 嘯傲東軒下 聊復得此生

음주(飮酒) 8

동원에 홀로선 푸른 소나무 풀에 묻혀 안 보이더니
서리에 초목이 시들자 높은 키 우둑 솟아 보이는구나
잡초에 가려 사람들이 몰라 보았으나 홀로 남으니 더욱 당당 하구나
술 병을 솔가지에 걸고 멀리서 바라보니
삶은 한바탕 꿈과 허상이거늘 무엇 때문에 속새의 굴레에 매여 지내겠는가?

靑松在東園 衆草沒其姿 凝霜殄異類 卓然見高枝 連林人不覺 獨樹衆乃奇 提壺掛寒柯 遠望時復爲 吾生夢幻間 何事紲塵羈

음주(飮酒) 9

아침일찍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서 서둘러 옷 입고 대문을 여니
누군지 묻는 내 앞에 착하게 생긴 농부가 서 있다
멀리서 술 들고 인사 왔다며 세상과 떨어져 산다 나를 나무란다
누차하게 초가집에 산다하여 고상하고 청허한 삶이라 할 수 없다 한다
모든 사람들이 서로 어울려 살 듯이 그대 또한 뒤섞여 함께 더불어 살라 하네
농부의 말에 마음 깊이 느끼는 바 있지만 본시 타고난 성품이 남들과 어울리길 싫어하니
험한 일이야 배울 수 있겠지만 타고난 성격을 바꾸는 것도 바르지 못하리
속 뜻을 알았으니 가져온 술이나 마십시다 본래 타고난 나의 본성은 돌릴 수 없으리라

淸晨聞叩門 倒裳往自開 問子爲誰歟 田父有好懷 壺漿遠見侯 疑我與時乖 襤縷茅詹下 未足爲高栖 一世皆相同 願君汨其泥 深感父老言 稟氣寡所諧 紆비誠可學 違己詎非迷 且共歡此飮 吾駕不可回

음주(飮酒) 10

오래 전에 군대를 따라 멀리 갔는데 바로 동해 입구까지 갔노라
종군의 길은 험하고 위험했다 비 바람이 심해 고생도 했다
누구를 위해 그 고생을 했나? 생각하니 가난에 못 이긴 듯하다
하지만, 노력하면 배는 채울 수 있고 젊은 나이면 먹고도 남을 것이지만
그 길이 명예로운 계책이 아니니 가는 길 돌아서 전원으로 왔노라

在昔曾遠游 直至東海隅 道路逈且長 風波阻中塗 此行誰使然 以爲飢所驅 傾身營一飽 少許便有餘 恐此非名計 息駕歸閒居

음주(飮酒) 11

안연은 주변 사람들로 부터 존경받았고 영계기는 도통했다고 이름이 높았으나
늘 삶에 허덕이다 일찍 죽었고 늙어서도 굶주림에 시달리며 살았다
비록 죽은 후에 이름을 남기기는 하였으나 평생 굶주리며 누차하게 살았으니
죽은 후에는 어찌 알겠는가 살면서 마음 편하면 되는 일
천금이나 보배로 육신을 꾸며도 죽으면 모두 사라져 없어지리라
맨 몸으로 흙 속에 묻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사람들아 속 깊은 참 뜻을 알아라

顔生稱爲仁 榮公言有道 屢空不獲年 長肌至於老 雖留身後名 一生亦枯槁 死去何所知 稱心固爲好 客養千金軀 臨化消其寶 裸葬何必惡 人當解意表

음주(飮酒) 12

장공은 한번 세상에 나갔으나 젊은 나이에 바로 세상을 버리고
두문 불출하면서 평생토록 속세와 멀어졌네
양중리도 물러나 큰 집에 돌아오자 고고한 인품을 비로소 깨달았네
한번 결심하면 당연히 끝을 봐야지 하는 듯 마는 듯 하지 않으리라
지금 당장 물러나 어디로든 가야 하지만 세상은 언제나 속이기만 하네
허튼 소리는 귀에 새기지 말고 오직 내 마음 따라 살려고 하네

長公曾一仕 壯節忽失時 杜門不復出 終身與世辭 仲理歸大澤 高風始在玆 一往便當已 何爲復狐疑 去去當奚道 世俗久相欺 擺落悠悠談 請從余所之

음주(飮酒) 13

두 사람이 한 집에 살고 있지만 생각은 서로 다르다 한 사람은 늘 취해 있고 다른 사람은 맨 정신이니
두 사람이 취하고 멀쩡함을 서로 비웃으며 서로 말도 통하지 않는구나
그러나 고지식하게 깨어있는 자는 어리석고 오히려 큰 소리치는 주정뱅이가 현명하다
술 취한 사람에게 한 마디 하겠노라 날 저물면 촛불 켜고 밤새워 마시라고

有客常同止 取舍邈異境 一士長獨醉 一夫終年醒 醒醉還相笑 發言各不領 規規一何愚
兀傲差若穎 寄言酣中客 日沒燭當秉

음주(飮酒) 14

옛 친구들 나를 반기며 술병 들고 몰려 왔서
소나무 아래에 자리 펴고 연거푸 마신 술이 이내 취하네
취기가 오르자 친구들 소란스럽고 술 따르는 순서도 뒤죽박죽이라
취하여 내가 누군지조차 잊었는데, 명리<부귀,명예> 귀한 줄을 어찌 알겠는가?
한가로이 마시고 어울리니 술 속에 깊은 생각 있음을 그대는 아는가

故人賞我趣 설壺相與至 班荊坐松下 數斟已復醉 父老雜亂言 觴酌失行次 不覺知有我 安知物爲貴 悠悠迷所留 酒中有深味

음주(飮酒) 15

가난한 생활이라 사람 일손 모자라 뜨락의 나무들이 거칠게 자랐네
오직 새들만이 날아올 뿐 사람 발자국 없이 적적하여라
우주는 참으로 크고 영원하거늘 사람 사는 건 백 년도 못 가며
세월이 서로 독촉하고 밀어대듯
어느덧 귀밑머리가 희여졌거늘
만약 곤궁과 영달을 도외시 않는다면
평생 지닌 정절 앞에 깊이 뉘우치리

貧居乏人工 灌木荒余宅 班班有翔鳥 寂寂無行跡 宇宙一何悠 人生少至百 歲月相催逼 鬢邊早已白 若不委窮達 素抱深可惜

음주(飮酒) 16

어려서부터 세상과 어울리지 못하고 육경을 읽으며 친구를 삼았더니
세월 흘러 나이 사십 바라보니 내가 이룬 일이 없구나
오직, 비굴하지 않은 굳은 절개만을 품은 채 추위와 굶주림만 지겹도록 겪었구나

초라한 오두막엔 차가운 바람만 드나들고잡초는 집 주변을 황폐하게 만들었구나
낡은 옷 걸치고 지새우는 긴긴 밤 닭마저 새벽을 알리지 않는다
선비를 알아주는 맹공도 없으니 끝내 내 가슴이 답답하다

少年罕人事 遊好在六經 行行向不惑 淹留遂無成 竟抱固窮節 飢寒飽所更 弊廬交悲風荒草沒前庭 披褐守長夜 晨鷄不肯鳴 孟公不在玆 終以翳​吾情

음주(飮酒) 17

그윽한 난 꽂이 뜰 앞에 피었다 향기 품고 맑은 바람 기다리는 난
마침, 맑은 바람 불어오니 비로서 쑥 풀과 다른 줄 알겠구나
길을 가다 내가 거닐던 옛 길을 잃었으니 자연의 섭리 따라야 마음도 통달하리라
깨달으면 당연히 돌아가야지 새를 잡으면 활은 버리나니

幽蘭生前庭 含薰待淸風 淸風脫然至 : 見別簫艾中 行行失故路 任道或能通 覺悟當念還 鳥盡廢良弓

음주(飮酒) 18

양자운은 날 때 부터 술을 좋아 했으나 집이 가난하여 마실 수가 없었다
가끔, 글 좋아 하는 사람이 막걸리 들고 와서 모르는 글 물으니
잔 들어 홀짝 마시고 모르는 글을 쉽게 풀더라
다른 나라 침략에 대한 말은 입 다물고 모르는 척 하노라
어진 사람이 정신을 바로 사용하면 어찌 출사와 은퇴를 못하겠는가

    子雲性嗜酒 家貧無由得 時賴好事人 載醪袪所惑 觴來爲之盡 是諮無不塞 有時不肯言 豈不在伐國 仁者用其心 何賞失顯默

    음주(飮酒) 19

    전에는 늘 배고픔에 시달려서 쟁기 버리고 벼슬살이에 나섰다
    그러나 가족들 부양 하기가 어려웠고 늘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렸다

    그때가 내 나이 삼십이였으니 내 의지와 마음이 부끄러워라
    하지만 나의 성품을 지키려고 벼슬 버리고 전원으로 돌아 왔다
    하늘의 별 위치 따라 세월도 흘러 십이년이 지나갔네
    세상살이는 길이 넓고도 멀어 양주같이 길 몰라 망설이네
    흥청망청 쓸 돈은 없으나 막걸리라도 마시며 내 마음을 위로해야지

      疇昔苦長飢 投耒去學仕 將養不得節 凍餒固纏己 是時向立年 志意多所恥 遂盡介然分 拂衣歸田里 冉冉星氣流 亭亭復一記 世路廓悠悠 楊朱所以止 雖無揮金事 濁酒聊可恃

      음주(飮酒) 20

      복희 신농이 오래 전에 죽은 후로 세상에 바르게 살려는 사람이 없다
      열심히 노력한 노 나라 공자는 바른 나라 만들려고 노력했으나
      봉황이 되어 날지는 못했노라 잠시 나마 예악을 새로 만든다
      유학 자의 글 읽는 소리 사라지고 파도치는 물살이 마치, 미친 진나라 같다
      시경과 서경이 무슨 죄가 있다고 불에 책을 태워 재를 만드나
      나라의 학자들은 정성드려 예의를 가르쳤으나 오늘날 세상은 꺼꾸로 가는지
      아무도 육경을 공부하지 않는다
      하루종일 수레 몰고 다녀도 학문의 길 묻는 이 보지 못했네
      세상이 여기에 이르니 술 마시지 않는다면 머리에 쓴 갓에게 미안하리
      나의 이런 넋두리가 마음에 안들어도 취한 나를 너그럽게 용서하시게나

      羲農去我久 擧世少復眞 汲汲魯中수 彌縫使其淳 鳳鳥雖不至 禮樂暫得新 洙泗輟微響 漂流逮狂秦 詩書復何罪 一朝成灰塵 區區諸老翁 爲事誠殷勤 如何絶世下 六籍無一親 終日馳車走 不見所問津 若復不快飮 空負頭上巾 但恨多謬誤 君當恕醉人

      止酒(술을 끊으며) 도연명

      성읍에 사는 것 그만두고
      자유롭게 노닐며 스스로 한가하네.
      앉는 건 높은 나무 그늘 아래에 멈추고
      걷는 건 사립문 안에 멈추네.
      좋은 맛은 텃밭의 아욱에서 그치고
      큰 즐거움은 어린 자식에서 그치네.
      평생 술을 끊지 못했으니
      술 끊으면 마음에 기쁨이 없기 때문이었네.
      저녁에 끊으면 편히 잠들지 못하고
      아침에 끊으면 일어날 수가 없네.
      날마다 날마다 끊으려고 했지만
      혈기의 작용이 멈추어 순조롭지 않네.
      단지 술을 끊는 게 즐겁지 않은 것만 알고
      끊는 게 몸에 이로운 것은 믿지 않네.
      비로소 끊는 게 좋다는 걸 깨닫고
      오늘 아침에 정말로 끊게 되었네.
      이로부터 한결같이 끊어 나가면
      장차 부상의 물가에 이르리라.
      맑은 얼굴이 예전 모습대로 머물 것이니
      어찌 천만년에 그치겠는가.

      居止次城邑 逍遙自閑止 坐止高蔭下 步止門裏
      好味止園葵 大歡止稚子 平生不止酒 止酒情無喜
      暮止不安寢 晨止不能起 日月欲止之 營衛止不理
      徒知止不樂 未信止利己 始覺止爲善 今朝眞止矣
      從此一止去 將止扶桑 淸顔止宿容 奚止千萬祀.

      도연명은 지주(止酒)라는 시를 쓰고 술을 끊었는가?

      그런데 도연명(陶淵明)이 술을 끊는 시를 썼다니 조금 이상합니다. 도연명은 지주(止酒)라는 시를 쓰고 술을 끊지는 않았다고 봅니다. 도연명이 강조한 한자 ‘지(止)’라는 글자에 담긴 비밀을 풀어봐야 합니다. 그는 이 시를 쓰고도 술을 계속 마셨습니다. 지주(止酒) 시에는 한자 ‘지(止)’ 자가 20개나 들어 있는데, 알고 보면 그 글자 속에 비밀을 풀어야 합니다. 술을 좋아하는 천재 시인이 쓴 지주(止酒)라는 시에는 도대체 무슨 비밀이 담겨 있을까요.

      일설에 따르면 이 시에서 ‘지(止)’는 여러 가지 뜻으로 쓰였다고 합니다. ‘지(止)’는 ‘머물다, 멈추다, 그치다, 끊다’ 등의 의미가 있습니다.. ‘지(止)’는 우리가 쉽게 잘 아는 한자의 뜻 ‘그칠 지(止)’의 기본 뜻만 생각할 수 있지만 ‘지(止)’에는 ‘최선의 경지’라는 뜻도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대학>에서 말한 ‘최선의 경지에 멈추다(止於至善)’와 연관을 지어보면 도연명이 쓴 지주(止酒) 시의 묘미를 발견할 수 있다고 합니다.

      도연명도 술이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끊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됐지만 끝내 술을 끊을 수 없다는 것을 ‘지(止)’의 해학으로 표현한 것이 바로 지주(止酒)라는 시라고 합니다.

      도연명의 애주(愛酒) 철학

      도연명의 술 사랑은 단순히 술을 먹는 행위 그 이상이었다. 도연명의 술에 대한 기본 자세는 도가(道家)와 불교(佛教) 사상의 영향을 받아, 자연과의 조화와 무위자연(無爲自然)을 중시하는 철학적 성향을 반영하기도 한다. 그는 술을 통해 세속의 고뇌를 잊고 자연과 하나 되는 경지에 이르기를 원했다.

      도연명은 술을 마시면서 자연과 하나가 되는 경험을 추구했다. 그의 많은 시에서 술은 자연과 인간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일체감을 느끼게 해주는 매개체로 묘사되었다. 예를 들어, 그는 “술을 마시고 나무 아래에서 졸리다”라는 이미지를 자주 사용하여 자연 속에서의 평온함을 표현했다.

      술을 사랑했던 진정한 술꾼

      도연명의 술에 대한 애정은 그의 작품 속에서 잘 나타난다. 그는 술을 통해 인생의 본질을 탐구하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의 가치를 강조했다. 그러니까 도연명은 술을 단순하게 취하기 위해 먹은 것이 아니다. 도연명은 음주를 통해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고 세속의 번뇌를 벗어나는 방법을 알았다. 도연명의 많은 시와 산문에서 보여지는 술에 대한 애정은 자연에 대한 사랑이고 인생의 진리에 대한 탐구였다고 합니다. 술에 대한 상식으로 알아두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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