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인간답게 살 권리’가 인간에게 있다면 ‘인간답게 죽을 권리’도 있어야 한다. 얼마전 드리스 판 아흐트 전 네덜란드 총리 부부는 자택에서 동반 안락사로 함께 눈을 감았다. 네덜란드 판 아흐트 전 총리가 부인 외제니 여사와 손을 맞잡고 함께 자의적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은 전 세계를 놀라게 했지만 결국 인간이 가야 할 마지막 순간을 어쩌면 가장 인간답게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네덜란드는 2002년에 세계 최초로 적극적 안락사를 합법화하였다. 그러나 이 경우 환자가 자발적으로 안락사를 요청한 경우, 환자의 고통이 절망적이고 견딜 수 없는 경우, 합리적인 다른 해결책이 없는 경우 등 몇 가지 조건이 맞아야 안락사를 할 수 있다.

이제는 대한민국도 안락사에 대한 적극적 도입을 할 때가 왔다.

세계화의 선두에 있고 OECD 국가중 모든 부문에서 단연코 앞서 나가는 선비국가로서 대한민국은 자존심을 갖고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죽음’을 받아들이도록 해야 한다. 그냥 나이 먹어서 고통을 겪으면서 하염없이 세월을 보내다가 국민이 ‘개 같은 죽음’을 맞이하기 보다는 차라리 인간답게 죽도록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안락사 제도 도입

국가가 안락사를 도입하지 않으니까 대한민국 많은 국민들이 셀프 안락사인 자살을 택하고 있다. OECD에서 제공하는 헬스데이터(Health Data)를 2022년 12월에 추출하여 분석한 38개 회원국의 자살률을 봐도 대한민국이 단연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니까 국민이 셀프 안락사를 하지 않고 법과 제도의 틀안에서 정말로 인간답게 죽음을 맞이하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높은 대한민국 자살률

우선 대한민국 자살률부터 보자. 2022년 대한민국의 자살 사망자 수(자살률)는 12,906명(25.2명)으로 집계되었다. 이것은 하루에 평균 35.4명이 자살을 한다는 것이고, 2시간마다 3명이 자살로 삶을 마감한 셈이다. 알고보면 대한민국의 자살률은 다른 국가에 비해 월등하게 높다.

OECD 회원국의 최신 자살률 평균은 11.1명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자살률은 24.1명(2020년 기준)으로 가장 높은 자살률을 보이고 있다. OECD 평균보다 2.2배 높다. 그리고 이어서 리투아니아가 20.3명(2020년)으로 2위, 슬로베니아가 15.7명(2020년)으로 3위다. 대한민국이 세계적 국가 수준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자살률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국민이 살고자 하는 희망도 없고 삶의 의지가 없다는 것과 같다.

한국의 자살 특징은 80세 이상이 가장 높은 자살률을 보이고 있고 연령이 높을수록 자살률도 높아지는 경향을 띤다. 그러니까 나이를 먹어서 그냥 죽고 싶은 것이다. 나라에 안락사 제도가 없으니까 그냥 사람들이 산에 가서 혼자 죽거나 집에서 목을 메서 죽기도 하는 것이다. 한때는 국민을 대표하면서 나라를 이끌었던 정치인들도 자살을 많이 하고 이름이 없는 무지렁이 서민들도 쓸쓸하게 혼자 죽음을 선택한다. 이렇게 자살을 하는 사람이 한 두 사람이 아니기에 국가적으로도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것이다. 따라서 국가는 정당한 방법과 프로세스를 통해 인간답게 사람들이 죽음을 맞이하게 하여야 한다.

적극적 안락사가 필요하다

사람이 죽기 전에는 여러가지 고통이 따른다. 고통은 병으로 인한 육체적 고통이 있고 마음의 상처로 인한 정신적 고통이 있을 수 있다. 특히 병으로 고생하면서 죽음의 직전에 이르기까지 받는 고통은 말 할 수 없이 크다. 이러한 사람들에게 취할 수 있는 안락사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는 적극적 안락사이다. 이것은 환자의 요청에 따라 의료진이 약물이나 주사를 환자에게 투여해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둘째는 소극적 안락사이다. 환자나 또는 환자 보호자의 요구에 의해서 의료진이 환자에게 더 이상 의학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인공호흡기 등의 생명 연장 장치를 제거하는 방법이다. 지금 현재 죽음의 직전에 이른 환자에게 있어 연명을 거부하는 방법이 바로 이러한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2018년부터 연명의료 중단을 통한 소극적 안락사는 가능해졌다. 그런데 이러한 소극적 안락사 보다 이제는 더 적극적인 안락사 제도가 필요하다.

지금 대한민국 국민이 인간답게 죽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안락사 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스위스는 조력 자살을 합법으로 하고 있으며 네덜란드는 적극적 안락사까지 합법으로 하고 있다. 대한민국도 바로 이렇게 스위스나 네덜란드와 같은 적극적 안락사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암이나 불치의 병에 걸려서 치료가 어려운 극심한 고통을 환자가 겪고 있을 때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 있게끔 해주어야 한다. 또한 나이를 먹을대로 먹고 더 이상 삶에 미련을 두지 않고 떠나고자 하는 사람들도 스스로 편안하게 갈 수 있도록 나라가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존엄사와 안락사 차이

Q : 존엄사와 안락차 차이는 무엇인가?

A : 존엄사는 안락사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존엄사는 회생 가능성이 없으며 치료를 하여도 회복되지 않고 병세나 증상이 악화돼 사망이 임박한 상태에 있다고 의학적 판단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그러니까 환자의 연명치료를 거부하는 것을 바로 존엄사라고 보면 된다. 인공호흡기을 떼거나 심폐소생술을 받지 않거나 또는 혈액투석 및 항암제 투여 등 더 이상의 의학적 시술을 받지 않고 죽음에 이르는 것을 존엄사라 한다. 반면 안락사는 회생이 가능한지 아닌지와 상관없이 환자의 요청에 따라 약물을 투입해 죽음을 맞이하게 하는 것이다. 안락사는 생을 끝내고자 하는 사람의 요청에 따라서 약물을 주입하여서 스스로 죽음을 맞이하도록 하는 것이다.

적극적 안락사의 빠른 도입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은 적극적 안락사의 제도적 도입이 시급하다. 왜냐하면 베이비붐 세대가 몰려 오고도 있기 때문이다.

인간답게 죽을 권리가 있다

대한민국의 발전과 성장을 견인하였던 베이붐 세대가 이제 노인 세대로 접어 들었다. 대한민국의 격동기에 가장 많은 인구 분포를 가지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가 죽음을 앞두기 시작했다. 늙어가는 베이비붐 세대들은 이제 점점 병들고 늙어 가면서 죽음의 문턱에 있게 될 것이다. 그런데 대다수 늙고 병들어 죽을 수 있지만 많은 이들이 또한 자살을 선택할 것이다. 따라서 그들이 불행하게 삶을 마감하는 자살을 하기 보다는 국가가 그들에게 인간답게 삶을 마무리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늙고 병들어 가는 사람은 삶에 대해 더 이상 희망이 없는데 마지막 최후의 순간까지 고통을 안고 생명을 유지하라는 것은 고문과 같다. 또한 스스로 인생을 마무리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있어 무턱대고 살아 있으라고 하는 것도 비인간적인 처사이다. 흔히 안락사에 반대하는 주된 논리가 ‘생명 존중’이라고 하는데 어떤 인간의 삶의 고통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무턱대고 생명 존중만 외치는 것은 헛소리와 비슷하다. 진정한 생명존중이 있으려면 우리가 인간답게 끝까지 잘 살아 갈 수 있는지 사회환경적 요인부터 따져 봐야 한다. 모든 인간이 잘 죽을 수 있는 웰다잉 문화 조성과 제도화를 위한 사회적 기반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살다 보면 남은 삶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사람도 있다. 사람은 인간답게 좋은 죽음을 스스로 선택할 권리가 있다. 병에 걸린 고통을 경감하고 가족에게 더 이상의 부담을 지우려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적극적 안락사는 필요한 제도가 될 것이다. 자살 보다는 적극적인 안락사가 그래서 나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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