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ox 컬럼 :: 박영선 총리·양정철 비서실장설이 의미하는 것

4.10 총선에서 참패를 당한 정부와 여당이 뒷수습에서도 헤매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 난감하다. 어쩌다가 총리나 비서실장 한 명 제대로 구하지 못해서 과거 좌파의 찌끄레기까지 끌어다 써야 하는 지경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총선이 끝나고 며칠이 지났음에도 정부와 여당은 안개 속을 걷고 있다.

대한민국 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이 어떤 자리인가? 국정을 책임지고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는 중대한 자리이다. 그런데 총리와 비서실장 깜이 없어서 흘러간 물과 썩은 물로 때우려 한다는 썰이 도는 이유는 무엇인가? 하늘에서 난데 없이 박영선 총리와 양정철 비서실장 썰이 도는 것이 아니라 어디서 누군가가 이러한 구상을 흘렸기 때문이다. 흘려보면 간을 보고 맛을 알 수 있다.

박영선 총리·양정철 비서실장설

박영선 총리·양정철 비서실장설이 나오는 이유는 결국 보수세력에 총리나 비서실장 깜이 없다는 것을 자인 한 꼴이다. 그냥 누군가 소문으로 또는 유언비어식으로 흘린 것이라기 보다는 전형적인 ‘간 보기’다. 한번 흘려 봐서 반응이 어떤가 살펴보고서 ‘괜찮다면’ 정말로 그렇게 될 수도 있다. 오죽하면 안철수는 이런 카드도 무난하다고 봤겠는가?

안철수는 오늘(1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문재인 정부 축을 이뤘던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총리설, ‘3철’로 불리는 등 문 전 대통령 최측근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의 비서실장설, 김종민 새로운미래 의원의 정무특임장관설에 대해 “다 좋은 분들이다“며 “저는 무난하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집권한 정부에는 그냥 좋은 분들이면 OK라는 발상도 좀 이상하다.

그러니까 안철수는 보수냐 진보냐가 아니라 좋은 분들이면 된다는 식이다. 그러고 보니 안철수도 정체가 좀 불분명하다. 본인이 보수인지 진보인지 색깔도 불투명하고 간보기에 익숙해서 많은 사람들은 그를 ‘간철수’라고도 부른다. 아무튼 그것은 안철수의 생각에 불과하다. 보수층은 이렇게 황당한 썰이 도는 것에 충격을 받았을 것이 자명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한 가장 근본적인 이유로 돌아가 보면 결국 진보세력의 실패를 딛고 보수세력이 대한민국을 위해 정말 다시 한번 잘 해보라는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이 집권하고 2년이 지나도록 지지부진한 국정운영과 국민의힘의 혼돈은 국민에게 실망을 주었다. 그것이 바로 이번 4.10 총선의 성적표로 나온 것이다. 그런데 낙제 점수를 얻은 국정혼미 상태에서 어디서 뜬금없이 박영선 총리, 양정철 비서실장, 김종민 정부특임장관 썰이 나오니 이건 진보도 헷갈리고 보수도 뒤통수를 맞는 꼴이다.

오늘 아침부터 난데 없이 과거 문재인 시절 인물을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기용한다는 말이 돌면서 대한민국은 벌집을 쑤신 꼴이 되었다. 언론에서는 이러한 썰을 대서특필하고 세상은 시끄럽기만 하다. 좌파진영의 과거 인물들을 기용한다는 썰이 충격적인 뉴스로 뜨자 부랴부랴 대통령실 김수경 대변인은 오늘(17일) 오전 언론 공지를 통해 박 전 장관과 양 전 원장의 인선은 검토된 바 없다고 밝혔다.

보수의 중도화, 중도의 좌파화

지금 정부와 여당의 실책은 바로 보수를 중도층으로 몰아 넣고 기존의 중도는 좌파로 흘러가도록 놔 둔 것이다. 그래서 한 마디로 총선의 결과가 민주당의 압승으로 간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이 압승을 했으니 과거에 민주당에 몸 담았던 인물을 총리와 비서실장에 기용한다는 발상이 누군가의 머리에서 나온 것인지는 몰라도 이것은 보수의 논리도 아니고 좌파의 논리도 아닌 또라이급 발상이다.

어찌보면 박영선이나 양정철과 김종민도 이러한 뉴스를 접하고 황당할 수 있다. 지금의 대한민국 정부와 여당의 정체성은 무엇인지 우리 국민은 묻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총선 참패에 따른 인적쇄신을 한다고 하지만 이렇게 야권 인사들이 거론된다면 이것은 여론을 어설프게 간보려 했다는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이준석, 분노의 탱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분노의 탱자를 터트렸다. 이준석은 이러한 뉴스를 접하고 “끔찍하다”고 반응했다. 이준석은 오늘(17일) 자신의 SNS에 “오늘 이러한 뉴스가 나오고 있다”며 “진짜 이렇게 인사가 진행된다면 임기 초에는 MB계열 뉴라이트만 기용해 ‘MB 아바타 소리 듣더니 이제는 ‘문재인 아바타‘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렇게 되면 “끔찍한 혼종이다“고 비난한 이준석은 “이제서야 왜 취임 초부터 보수 계열 인사들을 당내에서 그렇게 탄압하고 내쫓았는지 알겠다“며 보수계열에서 쓴소리할 인물을 찾아야지 문재인 정부인사에게 손을 내미는 건 아무리 봐도 아니라고 각을 세웠다.

보수층의 반발과 궤멸

박영선 총리와 양정철 비서실장 아이디어는 분명히 누군가 상상력을 동원해서 언론에 흘렸을 가능성이 크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겠는가’ 하는 속담이 있듯 일단은 누군가 한번 흘려본 것이지만 이렇게 생각이 없는 사람이 윤석열 대통령 가까이 있다면 이 또한 무척 심각하다.

만일 박영선 총리, 양정철 비서실장, 김종민 정무특임장관 임명 썰이 현실화가 된다면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사람들로부터 윤석열은 엄청난 후폭풍을 맞이할 것이다. 그렇게 강행이 된다면 민주당 지지하는 계층으로부터는 계속 비난을 받고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계층으로부터는 외면을 받는 이상한 정부가 될 것이다. 진보도 아니고 보수도 아니고 도대체 무엇을 지향하는 정부인지도 모르고 나머지 3년이 흘러갈 것이다.

박영선이나 양정철이나 김종민이나 이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안철수가 말 했듯 좋은 사람이라는 점을 떠나서 보수층은 받아 들이기 힘든 부분이 굉장히 크다. 보도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대통령실에서 급하게 불을 껐다고는 하지만 이러한 황당한 썰이 세상에 퍼진다는 것 자체가 그동안 국민의힘을 지지한 보수층에게는 멘붕으로 다가 올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만일 이렇게 과거 좌파 인물들이 스물스물 윤석열 정부로 기용되는 상황이 된다면 자연스럽게 보수는 아주 천천히 궤멸의 길로 들어서게 될 것이다.

앞으로 정치판에 벌어 질 수 있는 상황

윤석열 대통령이 코너에 몰리면 협치와 소통이라는 명분을 걸고 정계개편이 이루어 질 수 있다. 남은 3년 동안 국정을 책임지고 운영할 수 없을 정도로 비틀거리면 좌파의 목발이라도 짚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그러면 과거 문재인 정부의 인물들이 정부와 여당에 급속하게 유입되고 이것이 정계개편의 마취제가 될 수 있다. 사실 총선에서 영등포을에 출마한 김영주도 왔고 과거 운동권인 함운경 등 피라미 급도 왔는데 좌파의 대어급이 국민의힘으로 오지 말란 법이 있는가? 대략 그렇게 되면 국민의힘은 자연스럽게 변질될 것이며 다음 대선에서는 ‘새로운 보수’가 정치권에서 탄생하게 되는 상황을 맞이할 것이다.

차기 대통령 선거는 우리가 이전에 맛 보지 못했던 아주 흥미로운 상황으로 전개될 소지가 아주 크다는 것이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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