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단식, 이재명은 왜 밥을 굶고 있는가

사람이 곡기를 끊는다는 것은 자신의 육체를 지탱할 수 있는 자양분의 공급을 스스로 차단하여 무엇인가 보여주려고 하는데 그 의의가 있다. 그래서 누군가 굶으면서 투쟁을 하는 것을 단식투쟁이라 한다.

단식 투쟁을 하면 밥은 안 먹는다. 단 물은 마시되 다른 음식은 일체 목구멍에 넣지 않는다. 단식투쟁을 더 정확히 말하자면, 최소한으로 생명을 유지할 수 있도록 물은 먹되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자신의 주장을 세상에 관철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재명이 이렇게 밥을 굶고 있다.

이재명-단식

이재명 단식, 무엇이 목적인가

오늘로 15일째 밥을 굶고 있는 이재명의 단식투쟁에 대해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건강을 해치는 단식을 중단하시기를 정중히 요청드린다”라고 권유했다. 그런데 이재명의 단식 방법과 이유에 대해 사람들의 궁금증이 점점 커지고 있다. 보름 정도 굶었다면 이재명의 건강은 극도로 악화된 상태일텐데 사람들은 지금 그가 단식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 하는지 고개를 갸우뚱한다.

이재명 단식에 대해 궁금증이 커지면서, 단식투쟁이 자신을 위한 방탄용 단식이라고도 보는 사람도 있고 또는 윤석열 정부가 잘 할 때까지 밥을 굶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한다.

대체로 정치인의 단식투쟁은 국민에게 매우 강하게 다가온다. 1983년 김영삼 전 대통령은 23일간 단식 농성을 하였다. 또 1990년 김대중 전 대통령도 단식을 13일간 하였다. 결국에는 두 전 대통령 모두 단식을 끝날 무렵에는 매우 초취한 모습으로 국민에게 보여져 또 깊은 연민의 감정을 느끼게 하였다. 이제 이재명은 15일째라고 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재명의 단식 목적이나 방법에 대해 사람들은 아리송한 느낌이다.

이재명은 왜 굶고 있는가

이재명의 말로는 민주주의 파괴를 막겠다며 ‘무기한 단식’을 시작했다. 이재명은 “정권의 무능과 폭주를 막지 못했다”며 자신의 단식 이유를 이렇게 말하면서 대통령 사죄, 일본 오염수 방류 반대와 국제 해양재판소 제소, 국정 쇄신과 개각 등 3개 항을 요구했다. 그런데 민주주의가 파괴되는 것을 막는다는 발상도 사뭇 이해하기 힘들고 각각 요구하는 내용도 너무 광범위하며 도대체 정말 단식 목적이 무엇인지 쉽게 알 수 없다.

정치인의 단식투쟁에는 뚜렷하고 확실한 단식투쟁의 목적이 있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가택연금 해제와 정치활동 재개를 요구했다. 그리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방자치를 해 달라는 요구가 있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요구한 바 있다. 그런데 지금 이재명의 단식투쟁 요구는 무엇인가? 혹시 정확하게 아는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다. 이재명의 단식투쟁에는 분명한 목적이 있어야 하는데 그냥 밥만 굶고 있다면 이상하다.

정청래는 단식투쟁 방법에 대해 전문가 다운 식견을 보여준 바 있다. 2019년 11월 KBS에 출연한 정청래는 당시 야당이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낮에는 청와대 앞에서 단식을 하다 밤에는 국회 본청 앞에 마련된 천막에서 잠을 잔 것을 두고 ‘출퇴근 단식 투쟁’이라고 조롱했다. 그때 정청래는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 출퇴근 단식 처음 봤다. 단식은 어떻게 보면 마지막 수단인데 지금 정기국회 중인데 야당 대표가 단식을 한다는 좀 안 맞는 콘셉트 같다”고 했다. 또 “단식할 때는 국민적 공감대, 동감, 이런 게 있어야 되는데 엉뚱하게 지금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황 대표는 ‘나라가 위기다’ 이렇게 주장하지만 제가 볼 땐 황교안의 위기이고, 그걸 탈출하기 위해 단식을 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런데 황교안의 이름을 이재명으로 바꾸면 정청래가 말했던 출퇴근 단식을 바로 이재명이 지금 하고 있는 이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재명의 단식 투쟁은 뜬금없다고 볼 수 있다. 단식은 정치인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최후의 투쟁이며 극단적 방법이다. 내가 곡기를 끊고 굶어 죽는 한이 있어도 이것만은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과연 이재명이 내세운 단식 명분이 여기에 적합한지 모르겠다.

문재인 전 정부도 오염수 방류에 대해서는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히지 못했던 것 아닌가? 그런데 지금 야당의 대표가 되니까 단식을 하면서 윤석열 정부가 마치 전부 잘못한 것이 말하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 국정 쇄신과 개각을 하라면서 단식의 명분을 내 세우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국정을 이끌고 개각을 하는 것은 대통령이 판단해서 할 일이지 자신이 밥을 굶으면서 요구를 할 사항은 아닌 것 같다. 그러면 이재명이 개각하라고 요구할 때 마다 단식을 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은 그때마다 개각을 해야 하는 것이 맞는가? 그렇다면 이것은 정치를 하는 것도 아니고 황당한 떼쓰기에 불과하다.

밥 먹을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일이 이왕에 이렇게 된 마당에 이제는 단식투쟁에서 빠져 나오는 출구전략이 이재명에게는 필요하다. 이재명은 이제 건강이 나뻐지면서 천막 농성대신 당 대표실로 자리를 옮겨 단식을 유지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재명은 단식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지적하며 대정부투쟁 차원에서 시작했던 만큼 정부의 직접적인 변화가 나오기 전까지는 단식을 멈추지 않겠다는 이재명이 이렇게 밥을 계속 굶고 있으면 결국에는 굶어 죽을 수 밖에 없다. 적당한 선에서 대충 단식을 멈추고 밥을 먹어야 할 시간이 다가 오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이제 단식을 그만하라고 권유하니 이쯤에서 타협을 하고 출구로 나와야 할 것이다. 그냥 윤석열 정부가 내 말을 안 듣고 있으니 나는 계속 밥을 굶겠다는 발상은 좀 이상하다.

우리 국민은 정치가 좀 더 성숙하고 발전된 모습으로 있기를 바라고, 정치도 품격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비쳐지기 보다는 품위가 있는 토론을 하면서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일을 해야 한다. 국회에서 코인이나 거래하는 정치인, 밥을 굶고 있는 정치인 등은 이제 국민이 별로 보고 싶지 않은 모습이다.


error: 상식은 권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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