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일은 사람의 일이고 결국 사람에 의해서 모든 것이 결정된다. 사람을 제대로 식별하는 것은 작은 일에는 나의 개인적인 행복과 불행에 연루되는데 국한되지만, 큰 일에는 나라의 흥망성쇠(興亡盛衰)와도 연관된다. 세상을 편안하게 하려면 수많은 인재가 필요하지만 세상을 망치는 데는 한 사람이면 족하다.
칠징(七徵) 칠류(七繆) – 사람을 알아보는 일곱 가지 방법
제갈량은 ‘심서(心書)’, 또는 ‘장원(將苑)’이라고 부르는 책에서 사람을 식별하는 일곱 가지 방법을 알려준다. 사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알 수 없다'(水深可知人心難知)는 말이 있듯 어떤 사람의 본성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은 없다.
사람들은 제 각기 선(善)과 악(惡)의 정도도 다르고 또한 그 본성과 외모도 반드시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얼핏 보기에는 외모가 착하고 매우 선량해 보이지만 사실 행실은 간사하기가 뱀 같은 사람도 있고, 겉으로는 공손해 보이지만 마음속으로는 거짓이 가득 차 있는 사람도 있다. 한편 보이기에는 용감하고 성실해 보이나 실제로는 나약하고 겁이 많은 사람도 있다. 또한 어떤 사람은 처음에 볼 때 남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가식적 행동으로 그렇게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니까, 사람은 그냥 봐서 절대 그 사람의 본성을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사람의 본성을 바로 식별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사람의 본성을 알 수 있는 일곱 가지 방법 – 칠징(七徵)
첫째, 어떤 일의 옳고 그름에 대해 물어보고 포부와 관점을 관찰한다.
둘째, 일부러 트집을 잡아 난처하게 만들어 임기응변 능력을 관찰한다.
셋째, 어떤 책략에 대한 의견을 물어 보고 식견을 관찰한다.
넷째, 큰 재난이 닥쳐온 것을 미리 알리고 용기를 관찰한다.
다섯째, 술 마시는 기회를 이용해 크게 취하게 만든 뒤 품성을 관찰한다.
여섯째, 이익이 눈앞에 어른거리게 하고는 청렴한지 아닌지 관찰한다.
일곱째, 기한이 설정된 일을 맡기고는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 관찰한다.
제갈량은 위와 같이 일곱 가지 방법을 통해 사람을 식별해야 한다고 했다. 그것이 바로 ‘칠징(七徵)’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칠징(七徵)만 알아서는 다소 곤란할 수 있다. 왜냐하면 사람을 알아볼 때 조심스럽게 봐야 할 것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칠류(七繆)’라고 한다. 어찌 보면 칠징(七徵)과 칠류(七繆)는 사람을 제대로 알아 보는 핵심이다.
사람을 살필 때 조심해야 할 일곱 가지 – 칠류(七繆)
칠류(七繆)는 위(魏)나라 사람 유소(劉劭)가 지은 ‘인물지(人物志)’를 통해 유래 되었다. 유소는 중국이 군웅할거 시대를 통해서 영토를 두고 일전을 벌이면서 인재 선발과 임용을 위해 이 책을 편찬했다. 그에게 있어서는 정말로 제대로 된 인재를 알아보고 그를 적재적소에 써야 한다는 철학이 있었다. ‘인물지’의 내용은 다채롭지만 이 가운데 특히 사람을 살필 때 조심할 사항을 다음과 같이 통찰력 있게 보았다.
첫째, 사람들의 평판을 편파적으로 받아들이는 잘못이다.
둘째, 세상일을 개인적 호오에 맞추어 보는 잘못이다.
셋째, 타인의 마음을 파악하는데 무엇을 먼저 살피고 중시해야 하는지 놓치는 잘못이다.
넷째, 자질을 평가할 때, 조숙(早熟)형 인재인지 만성(晩成)형 인재인지 분간하지 못하는 것이다.
다섯째, 인재의 유형을 구별할 때, 자신과 같은 성향의 인물은 너그럽게, 다른 성향의 이들은 배척하게 되는 태도이다.
여섯째, 능력을 살필 때, 빈부귀천의 처지를 간과하는 것이다.
일곱째, 기발한 점을 평가할 때, 진짜 능력자와 사이비 능력자를 구별하지 못하는 것이다.
인물지(人物志)에서 사람의 사귐에 대한 충고
유소는 인간의 본질에 있어 흥미로운 충고도 했다. 누구나 악인(惡人)을 싫어하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나 간혹 악인과 친해지는 경우도 있다고 봤다. 그런데 이렇게 평범한 사람이 악인과 친하게 되는 이유는 나쁜 사람이라도 자신과 통하는 무엇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나와 악인과 맞는 무엇이 있기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와 친해지고 결국은 그가 악인이라는 걸 잊게 된다고 주의를 알려준다.
한편 유소는 사람은 성장 환경이나 출신 배경에 눈이 가려져 잘못된 인물을 고르는 사례도 경고했다. 그러한 관점에서 보면 충암고(冲岩高) 출신들만 자신의 권력 주변에 두어서 결국은 망조(亡兆)에 든 인물이 바로 윤석열 대통령 같은 경우이다. 자신과 친하다고 중요한 자리를 맡기는 것은 가장 어리석은 군주의 행태이다. 그래서 간신(奸臣)들은 역사를 통해서 보더라도 혼군(昏君) 옆에서 다시다 맛을 팍팍 내면서 나라를 망치는데 일조를 한다.
아무튼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자는 ‘인물지(人物志)’에 의하면, 정말로 최고의 인물은 ‘평담무미(平淡無味)’한 특징이 있다고 한다. 평담무미한 사람은 드러나지 않고 그냥저냥 담담한 품성의 인물이다. 그래서 이렇게 훌륭한 인재는 쉽게 알기도 어렵지만 만일 탁월한 안목으로 그를 쓴다면 큰 일을 도모하는 데 있어 대들보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런데 정말 훌륭한 인재는 무색무취(無色無臭)한 품성이기에 쉽게 알아보기가 매우 어렵다. 역사적으로 성군(聖君)은 그 스스로가 훌륭한 왕이라서 대단한 것이 아니라 바로 훌륭한 인재들을 잘 기용하였기 때문이다.
살면서 정말 조심해야 할 인간들은 ‘다시다’ 같은 놈이다
세상사 살면서 정말로 조심해야 할 놈들은 ‘미원’이나 ‘다시다’ 같이 자신의 본맛을 감추고 달달한 맛으로 사람을 현혹하는 부류이다. ‘인간 다시다’를 구분만 할 줄 아는 안목만 갖추더라도 험난한 세상을 헤쳐 나가는데 있어 사람을 볼 줄 아는 상식은 갖춘 것이다.
상식은 권력이다 nBox.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