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총선이 끝나고 전열을 새롭게 가다듬는 국민의힘 대표 경선을 앞두고 김건희 문자 논란이 크게 일고 있다. 김건희가 한동훈에게 보냈다는 문자 메시지 5건이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 핵심 쟁점이 된 것이다.
지난 1월 김건희는 디올백 수수 관련 대국민 사과 의향 문자를 한동훈에게 보냈는데, 이것을 한동훈이 ‘읽씹’ 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다른 당 대표 경쟁 후보들은 이렇게 한동훈이 김건희 문자를 씹은 것에 대해 반박을 하면서 매일마다 난타전을 펼치고 있다. 여기서 ‘읽씹’이라는 말은 문자나 메신저, SNS의 메시지 내용을 읽었음에도 아무런 답신을 하지 않는 경우를 이르는 속어이다.
김건희 한동훈 문자 내용
도대체 김건희가 한동훈에게 보낸 문자가 무엇이기에 논란인가? 채널 A는 7일 방송을 통해 한동훈이 김건희 여사로부터 받은 5건의 문자 내용을 자세하게 공개했다. 어떻게 문자의 내용을 입수했는지는 몰라도 채널A가 특종을 한 것 같다. 채널A가 보도에 따르면, 김건희가 한동훈에게 첫 문자를 보낸 것은 지난 1월 15일로 밝혀졌다. 7일 채널A는 친윤계·친한계를 교차 취재해 얻은 것이라면서 김건희이 보낸 문자메시지 5통의 내용을 보도했다.
다음의 문자 내용과 캡처는 채널A 자료입니다. 그런데 기가 막힌 것은 분명 문자는 김건희와 한동훈 사이에 오고 갔을터인데 어떻게 이런 내용이 세상에 공개될까 하는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1월 15일
“무조건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대통령과 전화해보면 어떨지. 내심 전화 오는 걸 기다리고 있습니다”
1월 19일
“진정성 논란이나 책임론 때문에 결정 못 하는 겁니다. 사과하면 책임론에 불붙을 겁니다. 그럼에도 비대위 차원에서 사과 결정해주시면 그 뜻 따르겠습니다. 대선정국에서 허위기재 논란으로 기자회견을 했는데 오히려 지지율 10%p 빠졌습니다. 지금껏 사람들은 서울대 석사 아닌 단순 최고위 과정 나온 걸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반드시 사과로 이어질 수 없는 게 정치권에서는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위원장 의견 따를 것입니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1월 23일
“제가 댓글팀 활용해서 주변 비방하는 일 들었습니다. 사실 아니고 앞으로 그럴 일 없을 것입니다. 김경율 극단 워딩에 너무 가슴아팠지만 한동훈 위원장 ‘다앙한 의견’ 말씀에 이해하려 합니다. 너무 제가 잘못했습니다. 여태 고통 걸어온 분들 노고에 해 끼치지 않길 바랍니다. 위원장님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과 필요하다 하면 단호히 결심하겠습니다”
1월 25일
“큰맘 먹고 비대위 맡아줬는데 충분히 공감됩니다. 제 잘못에 기인해서 그렇게 됐습니다. 미안합니다. 대통령 격노하고 큰소리로 역정내서 그런 겁니다. 위원장님 상황 공감됩니다”
더불어민주당, 국힘의 문자 공방에 신났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벌어지는 한동훈과 김건희 문자 공방을 지켜보면서 신이 났다. 오늘 8일 민주당은 김건희 와 한동훈 사이에 벌어진 문자 ‘읽씹’ 논란을 놓고 폭격에 나섰다.
박찬대는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꼴불견이다. 친윤·비윤 세력다툼으로 줄 세우기를 하더니 이제 문자 읽씹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며 “국민은 하루하루가 고통스러운데 여당은 낯 뜨거운 내부 권력다툼만 벌이고 있다”고 했다.
고민정은 “영부인이 사사로이 여당 대표와 국정을 논하는 게 이번에 밝혀졌다”며 “국정농단의 서막을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누가 김 여사와 한 후보 간 문자를 공개했는지, 사과 여부를 왜 한 후보와 논의하려 했는지, 윤 대통령은 두 사람 간 대화를 알았는지 등 3가지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만약 문자 공개가 김건희 여사 측에서 이뤄진 것이라면 여당 전당대회 개입 의도를 가진 것”이라며 “명백한 당무개입”이라고 말했다.
정청래는 “채 해병 순직사건 및 수사외압 사건,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사건, 문자 읽씹 논란 등 윤석열 정권이 총체적 위기”라며 “아무래도 김 여사가 장마철 태풍의 눈으로 부상할 것 같다”고 했다.
국회가 개원을 했지만 국민의힘의 좌충우돌이 계속 되는 가운데 터진 김건희-한동훈 문자 공방은 민주당에게는 흐뭇한 일이다. 국민의힘이 알아서 스스로 헤매고 있으니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국민의힘, 어디로 가고 있는가
총선에서 개박살나서 지리멸멸(支離滅裂)한 상태로 어떻게 당을 재건하겠다고 새로운 지도부를 결성한다는 당 대표 선거에서 김건희와 한동훈간 문자 공방이 국민으로 하여금 피곤함을 느끼게 한다. 총선 참패의 원인과 민심을 잘 헤아려서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비전이나 희망을 국민에게 전하지는 못 할 망정 김건희와 한동훈간 문자가 오갔다는 것을 놓고 스스로 공방을 보이는 모습은 황당하다. 지금 국민의 힘은 보수인가 아닌가, 혁신을 할 것인가 말것인가? 무엇이 문제인지 국민의힘은 아직도 모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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