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계엄군이 국회(國會)와 선거관리위원회(選擧管理委員會)를 진입하였다. 이러한 군(軍)의 국가기관(國家機關) 진입 작전은 ‘포고령 제1호’에 근거한 것으로 해석되지만 위헌(違憲) 논란이 일고 있다. 또한 계엄사 포고령 제1호를 작성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아직도 알 수 없다. 헌법과 법률 그리고 령에 대한 기본적 상식이 없는 자가 포고령(布告令)을 작성하고 이것을 발표하여서 국가 운영 시스템이 작동됐다면 정말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헌법과 법률 그리고 령에 대한 기본상식, 포고령이 헌법 보다 우선 할 수 있는가
헌법(憲法)과 법률(法律) 그리고 령(令)은 법령의 체계에서 각각의 위치를 차지하는 법규로,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갖는다.
헌법은 대한민국의 통치구조와 국민의 권리의무를 규율한 최상위(最上位) 법(法) 규범이다. 헌법은 국민의 권리와 의무, 정부구조, 경제 질서, 선거관리 등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하고 국민투표로 제정된다. 법률은 국회에서 제정되는 성문법이다. 법률은 죄형법정주의, 조세법률주의, 국적 취득요건, 재산권의 수용과 보상, 행정각부의 설치 및 지방자치단체의 종류 등을 정합니다. 법률은 국회에서 표결로 제정된다. 령(令)은 대통령, 총리, 각부장관 등 행정기관이 제정하는 법규명령이다. 령(令)은 법률에서 위임한 사항을 정하는 하위규범이다. 대통령령, 총리령, 부령, 포고령 등이 있다.
법령의 한계
법령은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와 의무를 정하고, 국가기관을 구성하는 근거가 되며, 권리구제를 위한 재판의 근거가 된다. 법령은 일정한 위계를 형성하기 때문에, 상위법령의 위임 또는 상위법령의 집행을 위하여 제정되는 하위법령은 상위법령에 저촉되는 내용을 담을 수 없다. 그렇기에 계엄사가 발표한 포고령이 헌법에 위반되는 내용을 담을 수도 없고 집행될 수가 없는 것이다. 만일 헌법(憲法)에 위반되는 내용을 령(令)이 집행한다면 위헌(違憲)이다.
비상계엄 사태 포고령(布告令), 무엇이 문제인가
비상계엄 사태 포고령(布告令)이 헌법을 위반 소지가 다분하며 작성된 내용도 어설프며 허술하다는 지적이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황당한 포고령을 누가 작성했는지 정말 의문이다.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국회 국방위 현안질의를 통해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난 3일 밤, 포고령 초안을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으로부터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받은 포고령에 대해 “장관님, 이것은 법무 검토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했으나 김용현 전 장관은 법무 검토를 마쳤다고 했다.
포고령 위헌 논란
포고령(布告令) 위헌(違憲) 논란은 ‘포고령 1호(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에서 우선 찾을 수 있다. 령이 법률 보다 하위법이라는 관점에서 법규명령으로서 대외적으로 효력을 갖기 위해서는 상위법인 법률이나 헌법을 위반하면 안 된다. 대한민국 헌법 77조 3항을 보면, 비상계엄이 선포된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영장제도,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해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여기에 국회에 관한 조항은 없다. 즉 이것은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법적 타당성을 갖는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바로 포고령 제1호 1조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형법상 내란죄를 저질렀다고 보는 주장도 있다. 군대를 투입해 헌법기관인 국회를 마비시키려는 시도를 하였고, 포고령으로 국회의 고유 권한까지 제한하려고 시도한 것이 바로 ‘국헌 문란’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국가기관을 강압적으로 전복시키려 하는 경우에 형법에서는 이것을 ‘국헌 문란’으로 보고 내란죄로 처벌토록 되어 있다. 내란죄는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에서도 제외되고, 미수범도 처벌한다는 조항에 주목한다. 또한 내란수괴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무기금고에 처해진다.
헌법 8조는 정당의 자유활동을 규정하고 있다. 계엄 해제를 위해 국회의원들이 모이는 것을 막기 위한 의도로 정치활동을 강제로 금지한다는 포고령 제1호는 문제의 소지가 크다. 개개별로 입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은 불체포특권으로 인해 ‘현행범이 아닌 한’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구금되지 않는다. 따라서 포고령을 위반했다는 명목으로 의원들을 현행범으로 보고 체포의 명분을 앞 세웠지만 위헌적이다.
법률적 체계를 갖추지 못한 허술한 포고령
포고령(布告令) 제1조 뿐만 이상한 것이 아니다. 전체적으로 포고령 내용이 법률적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 특히 ‘의료인 처단’이라고 명시한 내용은 법의 기본상식조차 없는 자가 이것을 작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도 따른다. 포고령에서 의료인이라는 특정인을 대상으로 처단한다고 한 것은 구체적 대상을 특정하지 않는 법의 기본 원칙과도 상당히 어긋난다.
상식이 없다면 포고령도 작성하지 말아야 한다.
상식은 권력이다 nBox.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