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커서 장관이나 대통령 후보가 될 줄 알았나

대한민국 정치판이 이상하다 보니 음주운전이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되는가 하는 괴이한 논쟁도 벌어진다. 이러한 참담한 설전이 오가는 여의도 정치판을 바라다 보면서 국민은 황당할 따름이다. 문제는 이번에 해양수산부 장관에 지명된 강도형의 음주운전 전력을 놓고 벌어졌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음주운전은 잠재적인 범죄자 아닙니까?”하면서 강하게 질책을 했다. 그러자 “이재명 대표도 음주운전 하지 않았나. 장관은 안 되고 당 대표는 되나.”하면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강하게 반박했다.

음주운전

음주운전,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되나?

음주음전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되나

민주당은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엄격한 검증을 벼르면서 장관 후보자의 음주운전 전력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그런데 사태가 웃기게 돌아갔다. “음주운전 때문에 낙마한 사람들 많다”면서 강도형 장관 지명자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던 민주당 의원들은 “이재명 대표도 음주운전 하지 않았느냐”는 하태경의 말에 그냥 멘붕이 되었다.

12월 20일 하태경은 본인의 페이스북에서 “장관은 음주운전 안 되고 당 대표는 음주운전 해도 되냐”며 이 대표의 음주운전 전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우습게도 이재명과 강도형 모두 음주운전으로 처벌 받은 시기가 똑 같은 2004년이다. 그리고 둘 다 음주운전으로 벌금 150만원 처분을 받았다. 그러니까 음주운전 시기도 똑 같고 벌금도 똑 같이 쌍으로 받았던 이재명과 강도형은 만취 상태에서 운전한 것은 분명하다.

물론 하태경이 강도형의 음주운전 범죄를 감싸려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살인 행위와 같은 만취 음주운전을 한 사람은 장관으로 부적합하다’는 민주당의 주장에 찬성하지만, 이 기준은 여야 의원에게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논리이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국회의원으로 출마하고 당 대표까지 됐다”며 “국회의원은 되고 장관은 안 된다는 기준은 전형적인 내로남불이자, 사라져야 할 국회의원 특권에 해당한다”고 하태경은 강조했다. 이렇게 보면 하태경의 말은 백 번 옳다.

음주운전 범죄 경력이 공직에 나가는데 있어서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되는 것이 이상한 것이다. 아무튼 하태경의 이러한 발언이 나간 후에는 강도형의 음주운전을 놓고 뭐라고 비판하는 야권 인사들의 반응은 수그러들었다. 음주운전 전력으로 공직자 자격이 없다고 계속 비판하는 것이 당장에는 강도형 장관 지명자에 대한 공격이 먹힐지 모르겠지만 논리가 결국 이재명도 공직을 맡을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는 꼴이 돼버리니 말이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12월 21일 “민주당은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이재명 대표의 음주운전 전과를 문제 삼아 국회의원 사퇴와 당대표 사퇴를 촉구한 적이 없다”고 했다. 어쩌다가 장관 후보자의 공직 자격을 논하다 보니 이재명까지도 연루되어서 골치가 아프게 된 민주당의 처지는 이해되지만 국민은 이러한 여의도 풍경을 보면서 씁쓸하기만 하다.

대한민국 정치판에서 누가 정의의 사도로 역할을 맡아야 할지 모르겠지만 좌우지간 공직에 나가는 사람들은 삼가 조심해야 할 것이 많다. 젊은 시절에 내가 장관 후보가 되고 또 내가 대통령 후보가 될지도 모르고 술 먹고 운전대 잡고 돌아다녔는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인생을 산 사람들은 애초부터 공인의 마인드가 없었던 것이다.

아니 내가 장관이나 대통령 후보가 될 줄 알았나

강도형 해양수산부장관 후보자는 술 먹고 운전한 것 외에도 폭행 전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폭행에 대해선 강도형은 “위협 운전을 하는 사람에게 사과를 요구하다가 언성이 높아지고 멱살을 잡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해명은 했지만 이 또한 젊은 시절 스스로를 자제하지 못하는 성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음주운전을 했다거나 폭행을 한 사람들이 국민에게 존경 받는 공직자의 길을 걸어가기에는 기본적으로 소양이나 자질은 부족해 보인다. 그래도 장관직을 해보겠다고 청문회장에 나왔으니 좀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 보여주기라도 하면 좋을 것 같다.

강도형의 음주운전이나 폭력 전과가 공직에 있기 전 일이어서 장관직 수행에 결격 사유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공인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갖추어야 할 것이 많다.

자신이 공직에 나가기 전에 공인의 자질과 품격을 스스로 갖추지 않았다면, 차라리 돈을 벌어라.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이것 저것 가리지 않고 말하고 행동하는데는 장사치만큼 좋은 직업이 없다.

대한민국에 벼락부자가 많듯이 벼락출세를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또한 문제이다. 술 먹고 음주운전 사고를 낸 경찰관이 훗날 무럭무럭 자라서 경찰청장이 되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내가 커서 경찰청장 또는 장관이나 대통령 후보가 될 줄 그 누가 알았겠는가? 그때 알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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