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기즈칸이 세상을 다스린 법칙, 예케 자사크와 빌리크

칭기즈칸이 몽골 초원을 통일하고 세계 정복을 하는 데는 막강한 전투력뿐만 아니라 제도적인 법적 기반도 따랐다. 칭기즈칸은 거대한 제국을 다스리는 데 있어 법치 제도를 확립하기 위해 몽골제국의 헌법에 해당하는 ‘대자사크’를 제정했다. 대자사크는 몽골에서 가장 오래된 성문법(成文法)이다. 대자사크는 몽골어로 ‘큰 법’이라는 의미로 몽골 제국의 구성원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되는 법이었다. 칭기즈칸의 빌리크(bilig, 訓言)는 격언이다.

칭기즈칸이 세상을 다스린 법칙, 예케 자사크와 빌리크

몽골의 초원에서 12세기 말부터 테무진은 부족을 통합하기 시작했다. 그 후 13세기 초에는 몽골을 통일하고 칭기즈칸으로 즉위했다. 그런데 이때 칭기즈칸이 법령을 반포했다는데 실제 원전은 전해지지 않는다. 이후 흩어져 있는 법률들을 모아 법전을 복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칭기즈칸이 반포한 예케 자사크(yeke Jasaq)는 ‘대법전(大法典) 또는 대자사크(Great Jasaq)’라고도 한다. 흔히 ‘칭기즈칸 법전’ 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칭기즈칸은 몽골 제국 건설과 함께 ‘예케자사크’를 제정했다. 예케 자사크(yeke Jasaq)는 ‘대법전(大法典) 또는 대자사크(Great Jasaq)’라고도 한다.  칭기즈칸의 빌리크(bilig, 訓言)는 격언이다. 칭기즈칸이 세상을 지배할 수 있었던 법적 원동력이 바로 여기에 있다.

예케 자사크가 반포되기 이전에는 몽골 사회는 그냥 무법천지로 힘이 우선하는 무질서한 사회였다. 칭기즈칸 이전에는 당연히 성문법도 없고 나라도 없이 전통적인 관습법이 몽골 초원의 각 부락들의 질서를 유지하고 있었을 뿐이다. 칭기즈칸의 대자사크가 반포되면서 몽골 제국은 나라를 안정시키면서 점차 강력한 세계국가로 성장하게 되었다.

예케 자사크 – 대자사크(Great Jasaq)

대자사크는 36개의 조항으로 아주 간략하게 구성되었다. 그러나 대자사크는 최소한의 항목으로 이루어졌지만 정치·군사·경제·사회 전 분야에 걸쳐 법적인 큰 틀을 제시한다. 이것은 몽골 제국에서는 누구나 지켜야 할 규범이다. 최소한의 명문화 된 몽골 제국의 법령이지만 제도적인 틀을 구축하여 칭기즈칸이 통치 기반을 마련했음을 알 수 있다.

  1. 간통한 사람은 사형에 처한다.
  2. 수간을 한 사람은 사형에 처한다.
  3. 거짓말을 한 사람, 다른 사람의 행동을 몰래 훔쳐본 사람, 마술을 부리는 사람, 남의 싸움에 개입해 한쪽을 편드는 사람은 사형에 처한다.
  4. 물과 재에 오줌을 눈 사람은 사형에 처한다.
  5. 물건을 사고 세 번 갚지 않거나 세 번 무르는 사람은 사형에 처한다.
  6. 구금자의 허락 없이 피구금자에게 음식물이나 의복을 준 사람은 사형에 처한다.
  7. 노예나 죄인을 발견하고도 돌려주지 않는 사람은 사형에 처한다.
  8. 짐승을 도살할 때에는 먼저 사지를 묶고 배를 가르고, 짐승이 고통스럽게 죽지 않도록 심장을 단단히 묶어야 한다. (이슬람교도처럼)짐승을 함부로 도살한 사람은 그와 같이 도살당할 것이다.
  9. 전투 중 앞사람이 무기를 놓쳤을 경우 뒷사람은 반드시 그것을 주워서 주인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만일 그 무기를 반환하지 않고 자기가 가질 경우에는 사형에 처한다.
  10. 알레베크와 아부 탈레브의 자손에게 세세손손 조세와 부역을 면제한다. 그밖에 승려, 사법관, 의사, 학자에게 조세를 받거나 부역을 시켜서는 안 된다.
  11. 모든 종교를 차별 없이 존중해야 한다.
  12. 음식을 제공하는 사람은 먼저 그 음식에 독이 없는지 먹어 보인 다음에 다른 사람에게 권할 수 있다. 음식을 얻어먹는 사람 역시 음식에 독이 있는가 알아보지 않고 먹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음식을 동료보다 더 많이 먹어서도 안 되고, 음식상을 넘어가서도 안 된다.
  13. 음식을 먹고 있는 사람의 옆을 지나가는 손님은 말에서 내려 주인의 허락을 받지 않고도 그 음식물을 먹을 수 있다. 주인은 그것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
  14. 물에 직접 손을 담가서는 안 된다. 물을 쓸 때에는 반드시 그릇에 담아야 한다.
  15. 옷이 완전히 너덜너덜해지기 전에 빨래를 해서는 안 된다.
  16. 만물은 모두 청정하다. 부정한 것은 없으므로 정과 부정을 구분해서는 안 된다.
  17. 다른 사람에 대해 좋고 나쁨을 말하지 말고, 호언장담하지 말라. 누구든 경칭을 쓰지 말고 이름을 불러라. 천호장이나 칸을 부를 때에도 마찬가지다.
  18. 전쟁에 나설 때 장수는 부하들의 군장을 바늘과 실에 이르기까지 철저히 검사해야 한다.
  19. 종군하는 부녀자는 남편이 싸움에서 물러났을 때에는 남편을 대신하여 의무를 다해야 한다.
  20. 전쟁이 끝나 개선하면 병사들은 소속 천호장을 위해 책무를 다해야 한다.
  21. 모든 부족들은 매년 초에 모든 딸을 술탄에게 내놓아야 한다. 술탄은 그 중에서 자신의 아내와 자식의 처를 고를 수 있다(이 조항은 이슬람의 습속을 기록한 것으로 ‘대자사크’ 와는 거리가 있다).
  22. 천호장․백호장․십호장은 각각 부족민을 지휘할 수 있다.
  23. 천호장․백호장 등은 대칸이 보낸 사신이 비록 나이가 어려도 정중하게 맞이해야하며, 설사 그 명령이 사형이라도 그 앞에 엎드려 집행을 받아야 한다.
  24. 자신이 속한 십호장․백호장․천호장 외에는 누구도 섬겨서는 안 된다.
  25. 전쟁의 징후를 미리 알기 위해 상설 역전을 설치해야 한다.
  26. 내 아들 차카타이는 ‘대자사크’가 지켜지는지 감시하라.
  27. 전투에 태만한 병사와 사냥 중 짐승을 놓친 사람은 태형 내지 사형에 처한다.
  28. 사람을 죽인 사람도 몸값을 내면 죄를 면제한다. 이슬람교도를 죽이면 40발리쉬를 내야하고, 한족(남송인)을 죽이면 당나귀 한 마리만 내도 죄를 면제해야 한다.
  29. 말을 훔친 자는 한 마리당 아홉 마리를 변상해야 한다. 변상할 말이 없으면 아들을 내주어야 한다. 아들도 없으면 양처럼 본인이 도살될 것이다.
  30. 절도, 거짓말, 간통을 금한다. 이웃을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31. 서로 사랑하라. 간통하지 말라. 도둑질하지 말라. 위증하지 말라. 모반하지 말라. 노인과 가난한 사람을 돌봐주어라. 이 명령을 지키지 않으면 사형에 처한다.
  32. 음식을 먹고 질식한 사람은 겔 밖으로 끌어내 바로 죽여야 한다. 그리고 사령관의 군영 문턱을 함부로 넘어온 사람은 사형으로 다스린다(학자들은 이 조항의 처음 부분은 뭔가 오해나 문장의 탈락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한다).
  33. 만약 술을 끊을 수 없으면 한 달에 세 번만 마셔라. 그 이상 마시면 처벌하라. 한 달에 두 번 마신다면 참 좋고, 한 번만 마신다면 더 좋다. 안 마신다면 정말 좋겠지만 그런 사람이 어디 있으랴.
  34. 첩이 낳은 아들도 똑같이 상속받아야 한다. 연장자는 연소자보다 재산을 많이 받고, 막내는 겔과 가재도구 일체를 상속받는다.
  35. 아버지가 죽으면 아들은 생모(生母)를 제외한 모든 처첩(妻妾)을 임의로 처리할 수 있는데, 결혼해도 좋고 다른 사람에게 시집을 보내도 좋다.
  36. 상속자 외의 사람은 죽은 자의 물건을 쓰지 말라.

칭기즈칸의 빌리크 – 격언

  1. 명분이 있어야 확고하게 지배한다.
  2. ‘대자사크’를 지키지 않으면 우리나라가 망한다. 그때 가서 나 칭기즈칸을 불러도 소용이 없다.
  3. 모든 만호장․천호장․백호장은 연초와 연말에 나한테 와서 훈시를 듣고 가야 지휘하는데 지장이 없다. 자기 겔에 들어앉아 내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은 물에 빠진 돌처럼, 갈대밭에 떨어진 화살처럼 없어질 것이다.
  4. 천호장은 천호를, 만호장은 만호를 다스릴 수 있다.
  5. 몸을 깨끗이 하듯이 각자의 영지에서 도둑을 없애야 한다.
  6. 자격이 없는 십호장, 백호장, 천호장은 그 안에서 갈아치워야 한다.
  7. 어른 세 명이 옳다고 하면 옳은 것이고, 그렇지 않다고 하면 틀린 것이다.
  8. 윗사람이 말하기 전에 입을 열지 말라. 자신과 다른 말을 들으면 자신의 의견과 잘 비교하라.
  9. 살이 쪄도 잘 달리고, 적당히 살이 올라도 잘 달리고, 여위어도 잘 달리면 좋은 말이다.
  10. 천지신명께 열심히 기도하며 전쟁에서 명예를 빛내야 한다.
  11. 평소에는 입 다문 송아지가 되고, 전쟁터에서는 굶주린 매가 되어야 한다.
  12. 진실한 말은 사람을 움직인다. 노닥거리는 말은 힘이 없다.
  13. 자신을 알아야 남을 알 수 있다.
  14. 남편은 태양처럼 언제나 같이 있을 수 없다. 아내는 남편이 사냥을 가거나 전쟁에 나가도 집안을 잘 꾸리고 깨끗이 해야 한다. 또한 남편을 높이 받들어 험준한 산처럼 우뚝 높여야 한다.
  15. 일을 성사시키려면 세심해야 한다.
  16. 사냥에 나가면 짐승을 많이 잡아야 하고, 전쟁에 나가면 사람을 많이 죽여야 한다.
  17. 예순 베이는 참 훌륭한 용사다. 아무리 오래 싸워도 지치지 않고 피로한 줄 모른다. 그래서 그는 모든 병사들이 자기 같은 줄 알고 성을 낸다. 그런 사람은 지휘자가 될 수 없다. 군대를 통솔하려면 병사들과 똑같이 갈증을 느끼고, 똑같이 허기를 느끼며, 똑같이 피곤해야 한다.
  18. 상인들이 이익을 얻기 위해 물건을 잘 고르고 값을 매기는 것처럼, 자식을 잘 가르치고 훈련시켜야 한다.
  19. 내가 죽고 나서 내 자손들이 비단옷을 걸치고, 맛있는 음식과 안주를 먹고, 좋은 말을 타고, 미녀를 품에 안고서도 그것을 갖다 준 이가 그 아버지와 형임을 말하지 않거나 나 칭기즈칸의 위대한 업적을 잊어서는 안 된다.
  20. 만약 술을 끊을 수 없으면 한 달에 세 번만 마셔라. 그 이상 마시면 처벌하라. 한 달에 두 번 마신다면 참 좋고, 한 번만 마신다면 더 좋다. 안 마신다면 정말 좋겠지만 그런 사람이 어디 있으랴(대자사크와 내용이 같은데, 착오가 있는 듯하다).
  21. 오, 신이여! 나는 암바카이칸을 무참하게 살해한 금나라에 복수해야 합니다. 그들의 피를 보려 하니 저에게 힘을 주소서. 신이여! 모든 사람들과 정령들, 요정들, 천사들에게 명령하여 저에게 힘을 주도록 해주소서!
  22. 내 병사들은 밀림처럼 떠오르고, 병사들의 처와 딸들은 붉은 꽃잎처럼 빛나야 한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내가 무엇을 하든 그 모든 목적은 바로 그들의 입에 달콤한 설탕과 맛있는 음식을 물게 하고, 가슴과 어깨에 비단옷을 늘어뜨리며, 좋은 말을 타게 하고, 그 말들을 달콤한 강가에서 맑은 물과 싱싱한 풀을 마음껏 뜯도록 하며, 그들이 지나가는 길을 그루터기 하나 없이 깨끗이 청소하고, 그들의 겔에 근심과 고뇌의 씨앗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23. ‘대자사크’를 어기면 먼저 말로 훈계하라. 그래도 세 번 어기면 멀리 발주나 계곡(1203년 칭기즈칸과 너커르-동지-들이 흙탕물을 마시며 서약했던 곳)으로 보내어 반성하게 하라. 그래도 고치지 않으면 쇠사슬로 묶어 감옥에 보내라. 그러고 나서 반성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친족을 모아 처리를 논하라.
  24. 내 명령을 받으면 한밤중이라도 지체 없이 말을 달려야 한다.
  25. 오논강과 케를렌강 사이의 발주나 계곡에서 태어난 사람은 남자라면 영웅적으로 씩씩하게 자랄 것이며, 여자라면 장식을 하지 않아도 예쁠 것이다.
  26. (칭기즈칸이 말하기를) 무칼리는 칭기즈칸에게 보냈던 사신이 돌아오자 뭐라고 하더냐고 물었다. 사신은 칭기즈칸이 엄지손가락을 구부렸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무칼리는 “내가 죽음으로서 대칸을 모신 게 헛되지 않았구나!” 하고 말했다. 그러며서 또 누구한테 엄지손가락을 구부리더냐고 물으니 사신은 너커르들의 이름을 대었다. 무칼리는 “그들은 나의 앞뒤에서 용감하게 싸웠으니 마땅하다.”고 말했다고 했다.
  27. 빌라 칼자가 묻기를 나에게 무슨 능력이 있어 대칸이 됐느냐고 했다. 나는 칸이 되기 훨씬 오래 전에 적병 여섯 명을 혼자서 대치한 적이 있다. 그놈들이 내게 화살을 비 오듯이 퍼부었지만 나는 한 대도 맞지 않고 놈들을 모두 무찔렀다. 그리고 나는 상처 하나 없이 그들이 탔던 말 여섯 마리를 몰고 돌아왔다.
  28. 나는 산꼭대기에서 매복병 30명을 만나 싸운 적이 있다. 그때 나는 뺨에 화살 한 대를 맞았다. 그런데 젤메가 입으로 내 뺨의 독을 빨아내고, 물을 데워 상처를 씻어주고, 적진에서 말 젖술을 구해다가 마른 입을 축여주어 나를 살아나게 했다. 이후 내가 다시 적을 공격하자 적들은 산꼭대기로 기어 올라가 다 몸을 던져 죽었다.
  29. 어느 날 자고 일어나 거울을 보니 새치가 눈에 띄었다. 누가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다. 그래서 나는 “전능하신 푸른 하늘이 성공의 깃발을 높이 올리려 하심이다. 그래서 윗사람의 표시인 회색의 상징을 내게 주셨도다.”라고 말했다.
  30. 쾌락이란, 배신자의 적을 모두 죽이고, 그들의 재산을 약탈하며, 그들의 종과 백성들이 소리 높여 울게 해 그 얼굴은 눈물과 콧물로 얼룩지게 하고, 그들이 타던 말을 타며, 그들의 처첩과 딸의 배와 배꼽을 침대나 이부자리로 삼아 깔고 누워, 그 붉은 입술을 빠는 데 있다.

칭기즈칸은 몽골 제국 건설과 함께 ‘예케자사크’를 제정했다. 예케 자사크(yeke Jasaq)는 ‘대법전(大法典) 또는 대자사크(Great Jasaq)’라고도 한다.  칭기즈칸의 빌리크(bilig, 訓言)는 격언이다. 칭기즈칸이 세상을 지배할 수 있었던 법적 원동력이 바로 여기에 있다.

칭기즈칸이 정말 대단한 점

서구 사회에서 근대적 의미의 법치주의의 출발을 13세기 초 영국 「마그나 카르타(Magna Carta)」로 볼 수 있는데, 이미 칭기즈칸은 몽골 제국을 건설하면서 법을 통한 지배 원리를 만들었다. 또한 법을 만든 칭기즈칸도 역시 법 위에는 군림하지 못하도록 명확히 했다는 것은 대단하다. 몽골 제국의 대 법령이었던 ‘대자사크’는 오늘날과 같이 완벽한 성문법은 아니지만 조문을 통하여 현대국가의 헌법적 수준에 견줄만한 요소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 특징적이다.

말이나 타고 초원을 누비면서 단순하게 힘을 통해서 세계를 지배한 것이 아니라 강력한 법적 통치 기반까지 칭기즈칸이 마련했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어마어마한 일이라 보겠다. 지금은 완벽한 원본으로 전해지지 않지만 알음알음 알려진 ‘예케 자사크’는 처벌이 강하고 금지 행위를 위반하면 사형이라는 엄중한 처벌이 따랐다. 대략 누구나 이 법령을 위반하면 죽는다. 아무튼 법과 질서가 지켜지지 않았던 야만의 사회에서 규율과 제도를 확립하여 통치를 이룩하고자 한 칭기즈칸의 기가 막힌 노력은 오늘날 다시 보아도 짧지만 엄청나다.

상식은 권력이다 nBox.com


error: 상식은 권력이다!
Scroll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