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설과 유세도 못한다면 정치는 때려 치라

정치를 한다고 하면서 연설(演說)과 유세(遊說)를 못 한다면 기본적으로 정치인의 자질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옹알이를 하듯 응응거리면서 국민에게 자신을 알아 달라고 호소(呼訴)하는 것은 어린아이가 관심을 끌려는 모습과 같다. 정치인은 국민에게 관심을 자신에게 가져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그를 알아주고 따르는 것이다.

그래서 옛말에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바로 용모와 말솜씨, 글씨, 판단력 등이 인재를 알아 보는 기준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얼굴이 잘 생기더라도 말이 딸리고 글씨를 못쓰고 판단이 흐린 자는 결코 등용 될만한 인물이 못 된다.

연설과유세도모르는정치인

모든 사람은 자신의 생각이나 행동이 은연중에 다 나타나게 되어 있다.

정치인의 덕목

중국의 당나라 태종은 새로운 정치를 구현하면서 널리 인재를 등용하고자 과거제도를 실시했다. 바로 과거제도는 세상의 인재를 두루 얻을 수 있는 효과가 있었기에 당나라에서는 이러한 방법을 통해 천하의 인재를 얻었다. 하지만 과거에 급제한 인물이라도 당태종은 곧바로 이들을 등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신언서판이라는 네 가지 선정기준에 부합되는 인물이라고 평가되어야 관리로 등용했다는 것이다.

신언서판에서 신(身)은 외모를 뜻한다. 그러니까 신체적 외모에서 풍기는 자태를 의미한다. 지도자로서 갖춰진 인물은 은은하게 보여지는 외모가 있다. 그리고 언(言)은 언변을 뜻한다. 말을 할 때 자신을 올바로 표현하고 이치에 맞는 말을 하는지가 중요하다. 아무리 외모가 좋아도 횡설수설 하거나 정신이 없는 것 같이 말을 한다면 이것은 꽝이다.

서(書)는 글씨다. 글씨는 바로 그 사람의 인격을 나타낸다고 보았다. 외모도 좋고 말도 잘 하지만 글씨가 지렁이 기어가는듯 하고 개판이라면 이것 또한 지도자로서 자질이 부족한 것이다. 판(判)은 판단력을 뜻한다. 지도자는 사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능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외모가 좋고, 말솜씨가 좋고, 글을 일필휘지(一筆揮之)로 잘 써 내려가도 판단력 자체가 부족한 인간이라면 차라리 지도자가 되지 않는 것이 좋다. 판단력이 부족한 사람이 지도자나 관리가 된다는 것은 피지배 계층인 국민으로서는 매우 피곤한 일이다. 이것은 지금이나 옛날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지도자의 덕목이 바로 신언서판이 되는 것이다. 신언서판은 사람의 내면과 외면을 평가하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연설과 유세도 모른다면 어쩌나

현대사회가 인터넷과 컴퓨터로 간단하게 SNS로 본인의 생각을 전달하는 세상이라서 그런지 요새 등장하는 정치인들은 연설과 유세도 구분할 줄 모른다. 그냥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한다. 그런데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입에서 꺼낸다고 그것이 연설이 되는 것도 아니고 유세도 아니다. 그냥 호소를 하는 것일까?

정치인들이 대중에게 말로 감동을 못 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자신을 생각과 철학을 말로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정치인이 대중의 마음을 알아주겠다고 나섰으니 이 또한 매우 기괴한 일이다. 그래서 자신의 말만 전달하려는 정치인들은 손짓과 몸짓이 더 요란한 움직임을 보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정치인들은 보기만 해도 짠하다.

신언서판의 중요성은 오늘날에도 변함이 없다. 그래서 정치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은 무엇보다도 자신의 생각과 철학을 잘 전달할 줄 알아야 한다. 정치지도자가 연설과 유세를 할 줄 모른다는 것은 본인에게도 불행한 일이지만 결국은 대중에게도 불행한 일이 될 수 있다. 정치지도자가 되어서 본인이 연설이나 유세를 할 줄 모른다면 어디가서 좀 공부를 하든지 하면 좋을 것이다. 최근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수 많은 정치지망생들을 보면서 국민은 한심한 생각이 들 수 있다.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고 감동을 주는 정치인들이 정치를 하면 좋은 세상이 된다.

정치판에서 훌륭한 연설을 듣거나 유세를 듣기보다는, 정치인이 호소하는 소리만 들린다. 그런데 호소(呼訴)는 자신의 어렵거나 억울한 사정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 도움을 청하는 것인데, 정치가 그게 아니다. 정치인이 딱 한 것이 아니라 국민이 억울하고 딱 한 것이다. 주객이 전도된 것도 모르고 정치인이 떠들고 다니는 판이니 난세는 난세로다.

상식은 권력이다 nBox.com


error: 상식은 권력이다!
Scroll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