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배신하는 존재이다. 인류가 시작되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인간끼리 배신하는 역사는 너무나 오래되었다. 인간이 배신하는 존재라는 것은 인간 자체가 배신의 DNA를 타고 태어났기 때문일 수 있다. 기독교에서 유다가 예수를 배신한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해서 잘 알려졌지만, 부처를 배신한 최악의 인물도 있다. 그가 바로 ‘데바닷타’이다.
석가모니를 배신한 데바닷타 이야기
데바닷타는 석가모니의 사촌 동생이자, 아난의 친형으로 알려졌다. 원래 배신은 가장 가까이 있는 인간이 저지른다고 하는데, 부처를 배신한 데바탓타 역시 그러하다. 데바탓타는 석가모니를 배반하고 따로 종파를 세우려고 했으며 살해까지 하려고 했다. 결국에는 석가모니를 죽이려다 스스로 죽는 꼴이 되었는데, 훗날 사람들은 데바닷타를 부처를 배신한 악의 표본으로 삼기도 했다.
데바닷타, 석가모니를 배신하다
데바닷타는 아무리 수행을 해도 신통력을 얻지 못하자 석가모니에게 그것을 가르쳐 달라고 처음에는 떼를 썼다. 그러나 데바닷타의 행실이 올바르지 못하고 나쁜 마음이 있음을 알아 본 석가모니는 그에게 “계를 잘 지키고 마음을 잘 닦으면 신통을 얻을 수 있다”하였다. 이후에도 여러모로 신통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하였으나 거절 당하기를 반복한 끝에 결국 데바닷타는 아난에게 신통력을 배우고는 상당한 수준에 올랐다. 그렇게 자신이 신통력을 갖게 되자 데바닷타는 기고만장하기 시작했다.
데바닷타는 신통력을 가지면 나도 특별한 공양을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석가모니도 알고 보면 신통력으로 승단을 이끌고 있다고 여기고 여기에 욕심을 부렸다. 그래서 일단 데바닷타는 석가모니에게 승단을 빼앗으려 했다. 이렇게 석가모니의 승단을 빼앗기 위한 작업으로 데바닷타는 지지를 얻는 일에 나선다. 이때 그는 마가다국 빔비사라왕의 아들인 아자타삿투 태자를 꼬셔서 세를 등에 얻고 본격적으로 교단을 분열시키기 시작했다.
데바닷타는 삭가모니에게 다섯 가지 사항을 요구하고 이를 조건으로 상두산(象頭山)에 자신만의 집단을 형성했다. 데바닷타가 부처님께 제시한 다섯 가지 요구사항은, 첫째, 소금을 먹지 않는다. 둘째, 기름기 있는 음식을 먹지 않는다. 셋째, 생선과 고기를 먹지 않는다. 넷째, 걸식한다. 다섯째, 봄과 여름의 8개월은 태양 아래에 앉아 있고, 겨울 4개월은 초가집에서 머문다 등으로 엄격한 수행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런데 석가모니는 이미 고난의 수행을 하였기에 데바닷타의 이러한 요구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때 데바닷타를 지지하면서 옮긴 제자가 500명이라고 하니 참으로 많다. 지금이나 옛날이나 대세에 편승하려는 얍살한 무리들은 늘 존재한다. 데바닷타는 석가모니에게 이제 늙었으니 교단을 넘기라고 강요했다. 이에 석가모니는 “내가 사리풋다와 목갈라나와 같은 큰 아라한에게도 넘겨주지 않은 교단을 어찌 이익을 위해 남의 침이라도 빠는 네게 넘겨주겠느냐?”이라고 거절하자 데바닷타는 앙심을 품었다.
데바닷타의 악행
데바닷타가 석가모니를 괴롭히는 악행은 계속되었다. 석가모니에게 해를 입히려고 저지른 악행은 다음과 같다.
첫째, 포악한 코끼리를 이용하여 부처님을 해치려 했다. 빔비사라 왕을 폐위하고 왕위에 오른 아자타삿투는 흉폭하고 참을성이 없는 포악한 큰 코끼리 한 마리를 길렀는데, 데바닷타는 부처님을 살해하기 위하여 코끼리 훈련사에게 부처님이 공양 받으러 성에 들어 올 때 포악한 코끼리를 풀어 부처님을 죽이라고 명령하였다. 그러나 사납게 날 뛰던 코끼리가 부처님의 인자함에 이끌려 조용해졌다. 그리고 코끼리는 얌전히 석가모니의 뒤를 따랐다. 사건을‘취상조복(醉象調伏)’이라 한다.
둘째, 사람을 돈으로 매수하여 석가모니를 암살하려 했다. 코끼리 작전이 실패하자 데바닷타는 많은 돈을 주고 건장한 청년을 사주하여 석가모니를 살해하기로 했다. 청년이 칼을 들고 부처님 계시는 곳으로 가자 경행하시던 석가모니는 자비삼매에 든 채 청년을 불렀다. 원래 자객의 임무를 수행하기로 한 청년은 부처님의 눈앞에서 자신도 모르게 손에 들고 있던 무기를 버리고 부처님을 향해 예의를 다하였다. 결국은 석가모니에게 감동을 받고 귀의하면서 데바닷타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셋째, 석가모니를 죽이려는 데바닷타의 음모가 자꾸 실패하자 이번에는 산에서 돌을 굴려 죽이는 계획을 짰다. 데바닷타는 네 명의 자객을 고용하여 석굴 근처를 지키게 하고, 석가모니가 보이면 커다란 바위를 굴러 떨어뜨려 죽이려고 했다. 석가모니가 나타나자 바위를 아래로 굴렸다. 그러나 석가모니는 다리에 약간의 상처를 가졌을 뿐 그를 죽일 수 없었다.
넷째, 석가모니를 아무리 죽이려고 하여도 실패를 하자 데바닷타는 조바심이 났다. 데바닷타는 자신의 손톱 속에 강한 독을 발라서 석가모니를 죽이려는 계획을 짰다. 석가모니에게 가짜로 용서를 구하는 척 가까이에 가서 손톱으로 상처를 입히면 독으로 죽을 것이라 여겼다. 그러나 데바닷타가 와도 부처님은 묵묵부답이었다. 그러자 용서를 거절하는 것이라 여긴 데바닷타는 화가 나서 독을 바른 손톱으로 석가모니를 공격하였다. 그러나 데바닷타는 그만 자신의 손가락을 몸에 스치면서 독이 퍼져 목숨을 잃는다.
석가모니를 배신한 데바닷타는 왜 구원 받지 못했는가
데바닷타가 죽은 뒤에 지옥에 빠졌다고 합니다. 자기 손톱에 묻힌 독에 중독되어 죽은 데바닷타가 지옥에 떨어질 때 땅 밑에서 불길이 치솟아 올랐습니다. 이때 데바닷타는 아난을 향해 도움을 요청합니다. 그러자 아난이 “빨리 부처님께 귀의하라! 지성으로 부처님께 귀의하라!”고 외치자 데바닷타도 마음 깊은 곳에서 참회의 마음이 우러나 ‘부처님께 귀의합니다’는 마음을 표했다. 그러나 불길은 사그러들지 않고 활활 타면서 그를 곧 바로 지옥으로 떨굽니다.
그렇다면 데바닷타가 죽으면서 삼보에 귀의한다고 했는데 왜 구원을 받지 못했나 하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데바닷타가 구원을 받지 못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태어나면서부터 죄악과 욕망을 탐하는 본성을 가지고 있었다. 둘째, 나쁜 사상과 나쁜 친구를 가까이 했기 때문에 나쁜 행위가 더 빨리 이뤄졌다. 셋째, 궁극의 깨달음을 얻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하고 악행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라고 『根本說一切有部毘奈耶破僧事』권10(대정장24, 150쪽)에서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데바닷타는 부처가 될 것이다
데바닷타가 가장 미워했고 죽이려고 했던 석가모니는 이렇게 그를 평가합니다. 데바닷타를 향해서 “그는 내세에 반드시 부처가 될 것이다.”라고 선언하였습니다. 그 이야기가 법화경 제바달다품에는 이렇게 전해집니다.
어느 왕이 대승의 가르침을 얻기 위해 왕의 자리도 태자에게 넘겨주고 북을 높이 울리며 “누가 나를 위해 대승의 법을 설해 주겠는가. 그런 사람 있다면 내가 평생 그를 받들어 모실 것이다”라고 호언했고 그때 아사(阿私)라는 이름의 선인이 왕을 찾아와 “나에게 『묘법연화경』이라 하는 대승경이 있으니, 나의 뜻을 어기지 않으면 설해 주겠다.”고 제안하였다. 왕은 이를 받아들여 아사 선인의 노복처럼 그를 받들고 모시면서 과일도 따고 물도 긷고, 땔나무도 해오고 밥을 지었으며, 아사 선인이 그를 깔고 앉아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 이야기 끝에서 석가모니 부처는 그때의 왕이 바로 자신이고 아사 선인은 데바닷타였다고 제자들에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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