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효지와 문맹검, 조선 풍수사를 통한 아부와 배신 이야기

정치의 계절, 선거의 때가 다가 오고 있다. 정치라는 것은 힘이 있는 누군가를 중심으로 줄서기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줄’을 서다 보면 밀릴 수도 있고, 기회가 된다면 줄을 잘 잡아서 입신양명 할 수도 있다. 혹은 썩은 줄을 잡아서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정치에서 줄을 잘 잡으려면 ‘아부와 배신’을 잘 해야 한다. 물론 천부적으로 타고난 재능이 있어서 아부와 배신에 능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아부와 배신은커녕 머뭇거리다가 기회를 놓치기도 한다. 길게 보면 인생의 길에서 아부를 해야 할 때가 있고 배신을 할 수 밖에 상황도 있겠지만 옛날이나 지금이나 아부와 배신은 정치에 있어 빼 놓을 수 없는 곶감과 같다.

목효지-문맹검-조선풍수사

조선 풍수사로 본 아부와 배신

아부(阿附)는 언덕(阿)에 기댄다(附)는 뜻이다. 그렇다 하다 못해 ‘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 것이다. 아무리 자신이 능력이 있어도 어디 비빌 곳이 없으면 무력해진다. 배신(背信)은 특정한 양측의 동의 하에 체결된 계약 또는 상호간 도의적 신뢰 관계를 통한 암묵적 합의 사항을 누군가 일방적으로 어기는 행위를 말한다. 그런데 요새 돌아가는 정치판을 보면 무엇이 아부(阿附)이고 무엇이 배신(背信)인지 혼미하다. 여기서 조선 시대에 있었던 풍수쟁이의 인생사를 통해 이를 분간하는 상식을 한번 얻어 보자. 바로 목효지와 문맹검이란 인물들의 이야기를 보면 아부와 배신의 교훈을 찾아볼 수 있다.

목효지와 문맹검

세종과 세조 사이에 세상에 알려진 풍수의 대가로 목효지와 문맹검을 꼽는다. 그런데 이 둘의 운명은 천지 차이로 달라진다. 세조가 즉위를 하자마자 목효지는 죽임을 당하였고 또 한 풍수인 문맹검은 공신이 된다. 이렇게 된 사연은 목효지는 단종 편에 줄을 섰고, 문맹검은 수양대군에게 줄을 섰기 때문이다. 바로 아부, 누구의 언덕에 비비고 있었는가의 결과이다.

목효지, 풍수의 대가이나 아부는 모른다

출신이 천했던 목효지는 원래 노비였다. 그러니까 노비임에도 불구하고 풍수를 잘 봐서 인정을 받았다. 그러다가 세종 23년(1441년) 세종의 며느리 권씨가 왕자(단종)를 낳고 죽게 되었다. 그런데 이때 장지가 안산(현재 안산시 목내동)으로 정해졌는데, 그 까닭은 수양대군이 장지를 이곳에 선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목효지는 수양대군이 점지한 세종의 며느리가 묻힐 그 땅이 훗날 후손이 끊길 땅이라는 상소를 올려 대궐이 난리가 났다. 한편 문종이 죽자 장지를 태종과 세종의 무덤(서울 서초구 헌인릉) 부근으로 정했는데 이때 목효지는 이것도 반대를 하였다. 목효지는 그 땅이 주인(단종)은 약하고 손님(수양대군)이 강하게 될 “주약객강(主弱客强)의 흉지”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단종은 목효지가 흉지라고 주장한 글을 강맹경에게 보였다. 그런데 알고 보니 강맹경은 수양대군의 측근이었다.

수양대군은 목효지가 단종에게 올린 이 글을 보고 마음이 어땠을까? ‘주인’은 당연히 문종과 단종이고 ‘손님’은 수양대군으로 이해하기에 충분한 대목에서 실상 수양대군이 힘을 얻을 것이라는 속마음(역심)이 들켜 버린 것과 같다. 그래서 수양대군은 목효지를 원수 같이 여겼을 것이다. 이때 수양대군은 감히 천한 노비가 임금에게 편지를 올렸다는 죄목으로 그에게 곤장 100대를 치게 하였다. 목효지는 죽기 전에도 수양대군에게 더럽게 얻어 터진 것이다.

사실 목효지는 진짜 풍수 고수였다. 이렇게 땅을 잘 보는 그가 왜 황당하게 세조에게 죽임을 당했을까? 그는 임금의 통치행위를 풍수를 앞세워 무시하려 들었다는 것이다. 세종 때 그는 불당(佛堂) 설치 불가론을 들고 나왔다. 세종이 경복궁 뒤에 불당을 설치하려 하자 목효지는 이것을 매우 반대하였다. 그러나 결국 세종은 노발대발하여 그를 다시 노비로 환속시켜 버렸다.

문맹검, 풍수로 아부하다

풍수 문맹검은 세조를 도와 원종공신이 되었다. 그는 임금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고 풍수를 활용하였다. 그렇기에 그는 세종이 추진했던 불당 설치에 찬성하고 직접 터를 잡는데 기여도 한다. 이것이 바로 목효지와 다른 점이다. 문맹검은 아부를 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목효지와 문맹검의 풍수는 서로 각기 지향하는 바가 달랐다. 목효지는 풍수에 관한 한 본인이 최고의 술사라고 자부하면서 다른 이에게 아부하는 것을 외면했다. 반면 문맹검은 풍수를 통해 임금의 통치행위에 아부를 한 것이다.

과연 아부가 사는데 좋은 것이며 배신은 나쁜 것인가?

풍수의 관점에 있어 목효지는 아부를 하지 않는 성격이었다. 그러나 문맹검은 왕실과 임금의 마음에 드는 것을 헤아리는 풍수를 봤다. 풍수 자체적으로만 본다면 목효지가 식견이 뛰어 났는지 몰라도 문맹검은 풍수를 통해 임금에게 아부를 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결국 목효지는 미운 털이 박히고 세조가 즉위하면서 바로 처형되는 운명을 맞이하였다.

세조가 정한 묘지가 풍수의 관점에서 대가 끊길 흉지라는 목효지의 예언은 실현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세조의 입장에서는 그렇게해서 권력을 잡았던 셈인데 목효지가 천기누설을 미리 한 것과 같으니 그를 살려줄 수 없었던 것이다.

내가 왕이 될 상인가?

이러한 풍수 목효지에 관한 이야기는 영화 ‘관상’을 통해서도 나온다. 관상이라는 영화에서는 풍수쟁이가 아닌 관상쟁이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알고보면 이것은 목효지에 관한 썰과 같다. 영화 관상에서 관상의 대가인 김내경은 살았지만, 실제로 목효지는 죽임을 당하는 결말을 맞이한다.

수양대군이 한 말, 내가 왕이 될 상인가? 결국은 왕이 되었는데 영화 관상에서 수양대군이 던진 말이 있다. 왕이 되기 전에 말을 했어야지 하는 것은 아부를 미리 했더라면 하는 것과 같다. 아부는 줄서기인데, 관상가 김내경은 수양대군에게 줄을 서지 못한 것이고 결국 참담한 최후를 맞는다.

수양대군 : “헌데, 관상가 양반! 생각해보니 영 이상하구만! 이미 나는 왕이 되었는데, 왕이 될 상이라니… 이거 순 엉터리 아닌가? 왕이 되기 전에 말을 했어야 용한 것이지, 이제 와서 하는 소리야 누군들 못 하겠는가? 그래도 상을 보았으니 상값은 치름세!

현대판 목효지와 문맹검의 재등장

다가오는 올해 4월 총선에 있어서는 조선 시대 풍수였던 목효지와 문맹검 같은 사람들이 또 나타날 것이다. 어떤 이는 아부를 할 것이고 어떤 이는 아부를 할 줄 몰라서 몰락할 것이다. 사람이 산다는 것이 자신이 믿고자 하는 것만 보고 사는 것이니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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