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한지 고사성어로 이해하는 처세술의 비밀, 초한지 유방과 항우의 비교, 초한지 사자성어로 인간과 세상 다시 보기

지금이나 옛날이나 모두 사람이 어떻게 살다가 어떻게 죽었냐가 관건입니다. 

사람이 대충 살다가 간단하게 죽는 방법도 있고, 다른 사람들보다 특별하게 살다가 복잡하게 죽는 방법도 있습니다. 지금부터 이 이야기는 기원전에 중국에서 있었던 하나의 역사적 과정에 펼쳐진 인간사를 고사성어라는 표현을 통해 이해하고 삶의 지혜를 구하고자 합니다. 역사에 얽힌 이야기가 재미없다고 생각되면 그냥 고사성어의 뜻만 읽어 보셔도 되지만, 찬찬히 거기에 얽힌 이야기를 읽어보면 사람에 대한 통찰력과 시대를 읽는 혜안이 생기면서 처세술의 비밀도 저절로 알게 될 것입니다.

초한지 고사성어


아주 오래전 기원전 약 200년 전 쯤에 중국의 한 복판에서 엄청난 역사적 사건이 진행되었습니다. 기원전 200년 전이라고 하니 이게 우리나라와는 역사적으로는 어떤 상황인가 생각도 들겠지만, 기원전 238년경 부여가 건국 되었으니 이때는 한반도에서 고구려, 백제, 신라가 건국도 되기 이전입니다. 그러니까 굉장히 오래된 역사적 사건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초한지 시대 이야기

우리가 현재 중국이라고 호칭하는 ‘차이나’ 또는 ‘시나’로 표기되는 것은,  진(秦=Qin 또는 Chin)의 나라 명칭이 처음으로 중국을 대표해 그 존재감을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에 알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어렵게 하나의 단위로 통일된 중국의 진나라가 망해가는 과정은 불과 15년 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진시황(秦始皇·기원전 259~기원전 210)이 세운 진나라가 망해가면서 또 다른 호걸 영웅이 등장하고 혼란의 도가니 속에서 또 하나의 중국 통일을 이루어져 가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이야기를 ‘초한지’라는 소설을 통해 잘 알고 있는데, 여기에 가장 핵심적인 두 인물은 바로 초나라의 항우와 한나라의 유방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심심할 때 장기를 두는데, 여기에 바로 초나라와 한나라가 나옵니다. 녹색이 초나라이고 적색이 한나라인데, 그만큼 두 사람이 치열하게 싸웠다는 것이 지금까지 알게 모르게 전해지는 것입니다. 한편 유방의 리더십과 항우의 리더십은 아주 달랐다고 하지만, 그러한 리더십의 이면 속에서는 역시 또한 숨길 수 없는 인간의 본능과 욕심이 도사리고 있음을 알 수도 있습니다.


초한지 고사성어가 중요한 이유

초한지에는 인간사 희노애락과 세상의 흥망성쇠를 농축하고 아우른 고사성어가 많습니다.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서 만들어낸 사자성어라고는 하지만, 기원전 그때나 지금이나 세상을 사는 인간들의 생각은 변함이 없고 또한 행태도 그대로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초한지에 나오는 고사성어는 알아두면 지금도 우리에게 아주 유효한 교훈이 됩니다.

초한지 고사성어

지록위마 指鹿爲馬

손가락 지, 사슴 록, 할 위, 말 마

“사기” 중 “진시황본기”에서 유래 하였습니다.  “진시황본기”에서는 위록위마(謂鹿爲馬)라 표기되어 있으며, 이는 “사슴을 말이라고 부르다 (말하다, 알리다)” 뜻인데,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한다”는 뜻으로 정말 말이 아닌 것을 말이라고 우기며 속이려 할 때 쓰는 말입니다. 본래 원래 의미는 윗사람을 속이고 권세를 휘두르는 자들을 비판할 때 사용합니다.

- 상식은 권력이다

불로장생을 원하고 지방 순행을 다니던 시황제가 마차에서 객사를 하자, 천하의 간신이었던 조고는 승상 이사와 짜고 거짓 칙서를 꾸며 황제의 자리를 첫째 아들이 아닌 바보 같은 호해에게 넘겨줍니다. 이후 권력을 잡은 조고는 승상 이사도 숙청을 하고 더욱 욕심을 부려 자신이 더 큰 자리에 올라 황제까지 될 욕심을 갖습니다. 이때 진나라의 대신들이 자신을 따르는지 또는 어리석은 황제를 따르는지 시험하기 위하여 어디서 사슴을 한 마리 끌고 와서 이것을 말이라고 황제에게 했습니다. 그러자 황제는 어리둥절해서 이게 어디 말이냐? 사슴이지? 대신들은 어떤가? 하고 물으니, 간신 조고는 계속 말이라고 우겼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대신들에게 이게 말이지 사슴이냐? 따져 묻자, 대신들은 말이라고 하는 조고의 말을 인정하는 대신들과, 말이 아니라 사슴이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대신들, 아무런 말도 없이 묵묵부답하는 대신들 이렇게 세 부류로 구분되었습니다. 이후 조고는 솔직하게 황제에게 사슴이라 말한 대신들을 모함하여 모두 죽여버립니다. 이후 대신들은 간신 조고의 말에 토를 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합니다.

파부침주 破釜沈舟

깨뜨릴 파, 가마 부, 잠길 침, 배 주

‘밥 지을 솥을 깨뜨리고 돌아갈 때 타고 갈 배를 가라앉힌다’는 뜻으로 싸움터에 나가면서 결사적 각오로 싸우겠다는 굳은 결의를 다지는 말입니다. 한 마디로 죽을 각오로 싸운다는 것입니다.

사기(史記) 항우본기(項羽本紀)에서 유래된 말입니다.

- 상식은 권력이다

초나라 항우가 진(秦)나라와 거록(鋸鹿)에서 싸울 때, 강을 건너온 배를 가라앉히고, 솥과 시루를 깨뜨려 죽을 각오로 싸워 크게 이긴 데서 연유합니다. 항우가 진나라와 한판 붙으려고 큰 강을 건너더니 배를 부수어 침몰시키고 솥도 깨라고 합니다. 이 말은 밥을 먹을 것도 없고, 돌아갈 길도 없으니 오로지 이기는 것만이 장땡이라는 항우의 강한 메시지였습니다.

병사들은 이제 퇴로가 없습니다. 굶어 죽든, 강에 빠져 죽든, 싸우다 죽든 결국은 결사적으로 전쟁에 임하는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죽음의 각오를 한 항우의 병졸들은 돌격 앞으로 정신으로 진나라 군대를 궤멸시킵니다.  파부침주와 비슷한 말로는 결사항전의 태세를 갖춘다는 말로 파부침선(破釜沈船), 기량침선(棄糧沈船)이 있습니다.

두주불사 斗酒不辭

말 두, 술 주, 아니 불,  말씀 사

‘말로 퍼담은 술도 마다 않는다’는 뜻으로, 주량이 엄청난 사람을 일컫는 말입니다.

- 상식은 권력이다

유방이 항우의 초청연회에 갔다가 뒤질 뻔했는데 이때 번쾌가 술을 한방에 마시면서 분위기를 바꿉니다.

이 말은 항우와 유방의 부하 장수인 번쾌 사이에서 일어난 고사로 홍문연에서 범증이 유방을 죽이려는 계획을 세웠지만 이상하게 항우는 정작 유방은 죽이지 않고 연회만 합니다. 그래도 범증은 기필코 유방을 죽여야만 한다고 하면서, 항장에게 칼춤으로 유방을 죽이라 지시합니다. 그런데 눈치가 무척 빠른 유방의 책사인 장량은 유방의 목숨이 위험한 것을 알고 사람을 보내어 번쾌를 부릅니다.

번쾌가 연회장에 입장하면서 무례를 범하자 항우는 그를 보고 어디 술 한번 먹어봐라 하면서 술 한 말과 고기를 주었는데 이것을 거기서 뚝딱 먹으니 졸지에 엄청난 먹방으로 관심이 여기에 쏠리면서 유방은 목숨을 보전받고 기회를 봐서 튀게 됩니다.

두주불사는 번쾌의 먹방 쇼에 목숨을 건진 유방의 이야기인데, 지금은 술 잘 먹는 사람에게 두주불사라는 표현을 합니다.

금의야행 錦衣夜行

비단 금, 옷 의, 밤 야, 다닐 행

자신의 행위를 알아주는 사람들이 없어서 아무런 보람이 없음을 이르는 말입니다.

항우의 말에서 유래된 이 고사성어는 사마천의 사기 중, 항우본기에 나옵니다.

- 상식은 권력이다

항우가 무척 잘 나가던 리즈 시절에 결국 그는 진나라 도읍인 함양에 힘차게 입성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냥 점령한 것이 아니라 황제, 대신, 일반 백성들도 모조리 죽이고 약탈을 서슴치 않았습니다. 진나라 황제였던 자영도 킬 하고 아방궁도 방화를 하며 한 마디로 미쳐 날뛰는 항우의 모습을 여기서 볼 수 있습니다. 그러자 또라이 같은 항우의 행동에 그래도 제정신을 가진 범증이 제왕의 바른 길을 가라고 말하지만 이게 통하지도 않았습니다.

항우는 진나라 수도에 와서 많은 미녀들과 보물들을 챙겨서 이제 일이 끝났으니 다시 고향인 강동으로 컴백하고자 했습니다.  이런 항우의 한심한 속내를 꿴 자가 있었는데, 한생이란 자가 말했다. “함양은 사방이 산과 강으로 둘러싸여 있고 땅 또한 비옥합니다. 이곳을 도읍으로 정하시어 천하에 세력을 떨치시옵소서.”라고 하면서 여기에 자리를 잡고 새 나라를 창업할 것을 권유했지만 항우는 무조건 고향으로 돌아가 자신의 출세를 자랑하고 싶어 했습니다.

항우는 이때. “부귀해졌는데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은 ‘비단옷을 입고 밤에 길을 가는 것(錦衣夜行)’과 같다. 누가 이것을 알아주겠는가.” 한생이 항우 앞을 물러나며 중얼댔다. “세상 사람들이 말하기를 초나라 사람들은 원숭이에게 옷을 입히고 갓을 씌웠을 뿐이라고 하더니 그 말이 정말이구나.”라면서, 항우의 어리석음을 탄식했습니다. 여기서 바로 초인목후이관(冠)이라는 고사성어가 등장합니다.

초인목후이관 楚人沐猴而冠

초나라 초, 사람 인, 머리를 감다 목, 원숭이 후, 어조사 이, 관직 관

초나라 사람은 갓을 쓴 원숭이에 불과하다는 뜻입니다. 목후(沐猴)는 원숭이가 머리를 감는다는 뜻이 아니라 중국 남부에 많이 사는 원숭이를 가리키는 말이며, 중국 동남쪽 변방에 살았던 이민족을 천하게 부르는 말입니다. 따라서 이 말은 ‘초나라 놈들이 아무리 배운척 고고한 척 하지만 알고 보면 원숭이 새끼 같이 천박한 야만족이다’라는 욕을 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 상식은 권력이다

금의야행이라는 희대의 사자성어 논리까지 만들었는데, 아니 내가 원숭이 새끼라니… 항우는 처음에 목후이관이 뭔 말인지도 모르다가 머리가 돌아 버리죠. 당시 책사로 함양에 항우와 함께 입성했지만 정작 해 놓은 것도 없고 아무런 생각도 없이 약탈과 방화, 다 때려 부숴놓더니 그냥 이제 컴백 홈 한다는 항우를 보고 야마가 빡 돌아버립니다.

항우가 정말 멍청하다는 생각이 들자, 한생은 뇌회로가 정지되면서 마음에 있던 말이 툭 튀어나왔습니다.

 “인언 초인목후이관, 과연(人言 楚人沐猴而冠, 果然)”하고 드립을 쳤는데, 멍청한 항우는 이게 뭥 말? 하고 그 뜻을 몰라서 진평에게 물어보니 자신을 비난했다고 격분해서 한생을 삶아서 죽이라고 명령합니다. 정말 멍청한 항우입니다. 그러니까, 사면초가를 당해 죽을 운명이었던 것입니다. 멍청하면 죽을 때 괴롭다는 고사성어도 하나 만들었어야 하는데, 그게 좀 안타깝기는 합니다.


이때 한샘이 뜨거운 탕 속에서 삶아서 죽임을 당하면서 항우에게 또 한 마디로 깝니다.

“나는 간언 하다 죽지만 두고 봐라, 백일 이내에 한왕(유방)이 와 널 멸할 것이다.”라고 일갈했다고도 합니다.

여기서 한왕은 유방인데, 결국은 그의 말 대로 항우는 비참하게 죽게 됩니다.

어쨌든 한생을 삶아 죽이고, 항우는 신나게 고향 앞으로 갑니다. 

결국 여기서 항우의 운명이 크게 달라졌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미녀들과 많은 보물을 들고 떨레떨레 고향으로 돌아가려 했다면 뭐 하러 세상을 평정하고 대의를 찾겠습니까?

항우는 알고 보면 바보입니다.

그냥 항우는 여자와 재물을 탐닉하는 수준의 한심한 인간인데 힘만 세서 사람들 죽이는데만 급급하고 나중에 명분만 갖다 붙인 꼴입니다. 여기에 비하면 유방은 가히 여우 같은 존재이기도 합니다. 어리바리하지만 결코 어리버리하지 않고 철저하게 실속을 챙겨 나중에는 중국 전역을 통째로 먹습니다. 미인들과 재물만 챙겨서 집으로 돌아간 초딩 항우와 뒤에서 작업을 하는 직딩 유방과는 사실 여기서 바로 누가 더 세상을 거머쥘지 계산이 됩니다.

제왕이 되기보다는 금의환향(錦衣還鄕)을 하여, 고항 사람들로부터 관심받는 것에 만족한 항우의 졸렬한 스토리였습니다.


사면초가 四面楚歌

넉 사, 얼굴 면, 초나라 초, 노래 가

사면초가(四面楚歌)는 ‘사면(四面)에서 들리는 초(楚)나라의 노래’라는 뜻입니다.

‘빼도 박도 못하는 처량한 신세’ 를 일컫는 말입니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진퇴양난의 한계점에서 망조가 들었을 때 쓰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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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너무 잘 나가던 항우가 졸지에 이제 망해가는 때가 되었습니다. 하기야 자신에게 조언을 하던 한샘도 죽여버렸는데, 뭐 자신이 어리석으면 이렇게 비참하게  죽기도 합니다. 자신에게 도움을 주었던 좋은 사람 버리거나 능멸하고 말년에 해피한 사람 없고, 결말이 비참한 경우가 많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기원전 202년 때의 일입니다.

초나라 항우와 한나라 유방이 천하를 누가 통째로 먹을 것인지 한판 승부가 펼쳐지는 가운데 드디어 항우는 명장 한신의 똘똘말이 전략에 걸려서 포위 당하고 죽을 처지에 이르게 됩니다. 여기서 똘똘말이 전략이란 일단 한신이 항우를 향해 돌격하다가 잽싸게 뒤로 작전상 후퇴를 하면 멍청한 항우가 무조건 뒤를 쫓는데, 갑자기 양 옆과 사방으로 한신이 매복한 군사들에게 꼼짝없이 당하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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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항우는 한신의 전략대로 똘똘 말려서 포위되었습니다.

이때 한신은 심리전을 구사합니다. 한신은 한나라 병사 중 초나라 출신들을 뽑아 밤마다 초나라 노래를 부르게 하니 포위된 초나라 병사들은 전의도 상실하고 고향 생각만 하면서 몰래 탈영을 하거나 항복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됩니다. 이쯤 되니 초나라군은 군대도 아니고 그냥 포위된 채 궤멸의 수준에 이르게 됩니다.

이때 사방에서 초나라 노래가 흘러나온다고 하여서 사면초가라는 말이 나온 것입니다. 한나라 한신에게 똘똘말이 전략에 걸려 살아날 구멍도 없는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상태가 된 항우가 조금은 불쌍해 보이기도 하지만 ‘이것을 빼도 박도 못한다’라는 의미의 진퇴양난의 고차원적 단계에 처한 것입니다. 이렇게 곤경에 처해서 도저히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는 뜻의 사면초가는 사방이 초나라의 노래라는 뜻으로, 아무에게도 도움을 받지 못하여 외롭고 곤란한 지경에 빠진 경우를 이르는 말입니다.

항우는 들려오는 초나라 노래를 들으면서 아니 언제부터 ‘한나라가 이미 초나라를 빼앗았단 말인가? 어찌 초나라 사람이 저렇게 많은가?’하고 한 숨을 쉬면서 마지막으로 술을 한 잔 하고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의 시를 지어 자신의 운명을 탄식합니다. 그러다가 얼마 남지 않은 패잔병을 이끌고 오강(烏江)까지 갔다가 결국 그 강도 못 건너고 그곳에서 자결하니, 그의 나이가 불과 31세였습니다.

패왕별희 霸王别姬

사면초가에 빠진 항우는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면서 미리 절세의 미인과 이별을 합니다.
당대의 영웅이었던 항우와 절세의 미인이었던 둘 사이의 이별 이야기가 나중에 하나의 스토리로 완성되어 유명한 경극으로도 알려지는데, 이것을 패왕별희라고 합니다. 패왕별희 영화는 장국영이 출연했던 영화로도 더 유명한데, 사면초가에 빠진 항우를 사랑했던 미인 우희는 초나라 노래를 들으며 그에 맞추어 춤을 추다가, 결국 자결을 하는데 패왕별희를 했다고 합니다. 항우를 사랑했지만 전쟁에서 진다면 뭐 미인이고 뭐고 포로로 잡히면 끝장 아니겠나요? 더욱이 항우의 애인이었다니 패배한 후 그녀가 겪을 고통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일 것입니다. 그러니 차라리 자결을 선택하는 것이 그래도 현명한 방법이 아니었나 합니다.

아무튼 패왕별희는 초한지에 나오는 고사성어가 아니라 초나라 패왕 항우가 우희(우미인)와 비극적 이별을 작품으로 만들어 경극과 영화로 하면서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이다라고 알면 됩니다.

다다익선 多多益善

많을 다, 많을 다, 더할 익, 착할 선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뜻으로 영어로는 ‘the more, the better’로 표현하면 된다.
본래는 한신과 유방이 주인공으로 사기 회음후 열전출전(出典)에 나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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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우가 죽고 나서 졸지에 중국을 통째로 먹게 된 유방은 하루하루가 해피합니다.

유방은 이제 뭐 황제의 자리에도 오르고 맨날 술을 먹고 연회를 해도 마냥 좋기만 한데, 한신에 대한 감정이 어째 영 계속 좋지 않고 기분이 나쁩니다. 원래 사람은 자신보다 잘 난 사람에게는 기분이 나쁜 것입니다. 기분이 나쁜데도 그것을 감추거나 표현하지 않고 아닌 척하며 사는 것은 다 후천적인 교육의 힘이며 타고난 덕성이 본성을 억누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동서고금의 진리이며 지금도 그러합니다. 앞으로 인간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한 미래에도 인간의 잘 난 사람을 시기하고 질투하는 이러한 행태는 지속될 것입니다.

유방이 기분이 좋으니 연회를 베풀다 하루는 한신을 불러서 물었습니다.

유방은  “나는 얼마만큼의 군대를 지휘할 수 있는가?” 하니, 한신은 “폐하는 십만 명가량을 지휘하실 수 있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유방은 ” 그럼 니는 얼마나 지휘할 수 있는가?” 하니 한신은 이때  “신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多多而益善耳).”이라고 답합니다. 그러자 유방은  “그렇게 뛰어난 네가 어째서 지금 내 포로가 되었느냐?”라고 하니, 한신은 “폐하는 군대는 다룰 수 없습니다만, 병사의 장수가 아닌 장수의 장수가 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폐하는 하늘이 도우시기 때문에 인간의 힘으로는 당해낼 수 없습니다.” 하자 유방은 크게 웃었다고 하는데, 사실 알고 보면 유방은 아주 졸렬한 놈이다.

천하를 통일한 군주가 자신을 도와서 대업을 이룬 장군을 불러다가 희롱하면서 노는 것과 다름없는데 여기에 한신이 일침을 가한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유방은 그래 네가 그렇게 백만대군을 이끌면서 항우를 무찔렀지만 “그런 니가 그리 잘나서 내게 잡혀있는가?”라는 비꼬임과 같은 대화였지 않았나 합니다. 그런데 나중에 세상사람들의 입을 거치면서 이렇게 “그냥 많은 게 좋다”라는 식으로 알려졌지만, 근본적으로는 권력에 눈먼 인간과 그러한 졸렬한 인간인 줄도 모르고 맹목적 충성을 하는 한심한 작자들의 대화에 불과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항우가 패해서 죽은 뒤에 한신은 그냥 졸지에 바보 취급을 받습니다. 사실 자신이 꿋꿋하게 유방에게 충성을 하면 인정받고 노후가 편한 줄 알았는데, 유방은 이제 한신을 용도폐기하려 합니다. 그리고 유방은 한신의 대원수 지휘권과 제왕의 직위를 박탈당하고 그를 아무 실권도 없는 초왕으로 강등합니다.

일단 털을 다 뽑힌 한신은 나중에 모반을 모의했다는 죄 같지 않은 누명을 씌워 초왕 직위도 뺏기면서 회음후로 또 강등됩니다. 그리고 유방 간의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다가 결국은 팩을 당해서 죽습니다. 이렇게 죽임을 당한 것을 바로 토사구팽이라 합니다.

토사구팽 兎死狗烹

토끼 토, 죽을 사, 개 구, 삶을 팽

토끼를 잡고 나면 사냥개를 삶는다.

- 상식은 권력이다

결국 항우와의 전쟁이 끝나자 한신은 유방으로부터 죽임을 당합니다.

아주 쉽게 말하면 유방의 입장에서는 토끼 사냥이 끝나자 사냥개를 삶아 먹은 꼴입니다. 그러고 보니, 천하장수였던 항우는 토끼 새끼고 사냥개는 바로 한신이 된 꼴입니다. 이쯤 되니 유방의 본연의 인간성과 정체가 다 드러나고, 오로지 사악한 것만 남은 꼴입니다. 유방이 천하의 영웅이라는 호칭도 알고 보면 다 조작이고, 동네의 양아치가 명분을 내 세우고 조직의 힘을 통해서 나라를 통째로 먹은 꼴인데, 조폭 두목이 이익을 다 챙기고 자기가 데리고 있던 제법 똘똘한 중간 조폭 보스 하나 가 자기 보다 더 클까 봐 없앤 것을 토사구팽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신은 죽으면서 “과연 사람들의 말대로구나. 교활한 토끼가 죽으니 좋은 사냥개를 삶고, 높이 나는 새가 다 잡히면 좋은 활도 광에 들어가며, 적국을 깨부수니 계책을 꾸미던 신하가 망하는구나. 천하가 이제 평정됐는데, 그런 고로 나도 마땅히 삶아질 수밖에 없음이로다.” 《사기》 〈회음후 열전〉

이 고사성어는 한신이 유방에게 끌려 압송되면서 한 말로 알고도 있지만, 원래는 한신도 이 말을 인용을 했다는데 주목합니다. 즉 문구에서 ‘사람들 말대로’라며 인용구를 통해 알 수 있듯 이 말은 그보다 훨씬 이전에 춘추시대 월나라의 군사 범려가 한 말이라고 합니다. 정확하게는 《사기》 〈월왕 구천 세가〉 출전(出典)에서 유래합니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은 이 말은 한신이 한 것으로 잘못 알고 있습니다.


초한지 고사성어의 교훈  

영경욕천 이중해심 榮輕辱淺 利重害深

榮 영화 영, 輕 가벼울 경, 辱 욕심 욕, 淺 엷을 천, 利 이로울 이, 重 무거울 중, 害 해할 해, 深 깊을 심

영화로움이 가벼우면 욕을 적게 먹고, 이익이 중하면 해가 깊다. 

과거나 지금이나 사람은 부귀하고자 하고 영화와 권력과 부를 누리고자 하지만 그 끝이 없습니다. 공을 세웠으면 적당할 때 물러날 줄 아는 것이 화를 면하고 오래 사는 지혜입니다. 물러날 때 물러나고 나아갈 때 나가는 지르박의 스텝과 같이 인생도  6박자 법칙에 따라 사는 게 좋습니다.

사마천은 한신을 평하면서 만일 그가 도리를 배우고 겸양의 미덕을 발휘하여 자기의 공을 과시하지 않고, 자신의 재능을 과신하지 않았다면 더 나았을 것이라고도 하지만, 인간사 어디 그게 마음대로 되겠는지요? 모두가 잘 나가면 그것이 영원한 것으로 착각을 하는 것이 바로 인간입니다. 그러나 착각하지 않는 현명한 이도 있습니다. 유방 밑에서 공을 가장 많이 세운 사람 중 장량이라는 인물이 있습니다.

장량은 유후(留候)로 봉해져 지위가 높았지만 장량은 물러날 때를 알아 적당한 때 권좌에서 물러나 화를 면하고 목숨을 부지하여 노년까지 살았다고 합니다. 아무리 돈이 많고 명예가 높아도 일시적인 것은 내 것이 아닙니다. 이전에도 중국 전국시대 월나라 왕인 구천이 오나라를 멸망시키고 패자의 자리에 올랐는데 일등공신은 오자서와 범려였지만, 추후 이들의 운명은 생사를 달리 합니다. 오자서는 왕의 곁에서 권력을 누리다가 결국 죽임을 당했고 범려는 일찌감치 왕의 곁을 물러났기에 죽음을 면했습니다. 어찌 보면 범려장량은 비슷한 스타일로 지혜로운 생을 선택했다고 보입니다.

상식은 권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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