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이 오늘(27일) 노원구에 있는 갈빗집 식당에서 국민의힘 탈당을 선언하고 신당 창당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동안 말도 많았던 이준석의 행동에 있어 종지부를 찍고 새로운 발걸음을 시작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시기로 보나 명분으로 보나 정치적 상황으로 볼 때 많은 것이 달라진 여건에서 과연 이준석의 탈당과 창당 선언이 얼마나 많은 영향을 정국 판도에 줄지는 미지수이다.
이준석이 탈당을 하고 창당 선언을 하면 구름같이 많은 사람들이 몰려 오고 자신이 정치적 주인공으로 부각할 것 같지만 때 늦은 감이 있다. 탈당이 되었든 창당이 되었던 모두 찻잔 속의 태풍이고 부질없는 짓이 될 소지가 크다.
이준석 탈당과 창당이 정국에 미치는 영향
이준석은 오늘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노원에서 향후 정치 행보를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탈당을 하자마자 바로 가칭 ‘개혁신당’ 창당 작업에 나설 계획으로 알려졌다. 그는 창당준비위원회를 꾸리고 5개 시·도당 위원회를 모은 뒤, 1월 초 창당을 마무리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이준석의 계획이 그가 생각하는 수순으로 순조롭게 풀리고 정국의 태풍을 자신이 몰고 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 부호가 붙는다.
탈당의 시기와 창당 선언 장소부터 틀렸다
이준석이 유튜브에 개설한 ‘여의도재건축조합’의 이름만 보면 ‘여의도 정치판을 새롭게 짜자’는 의미는 전달된다. 그런데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밝히는 중대한 행보를 노원구 갈빗집 식당에서 발표한다는 것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물론 이 갈빗집이 이준석이 지역구 주민과 가장 많이 소통해 온 장소라고는 하지만 지금 지역구 주민과 대화를 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탈당과 창당 선언 장소가 뭐 중요하겠냐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그대로 본인의 중요한 정치선언을 갈빗집 식당에서 하는 것은 조금 이상하다. 자신의 지역구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앞서 그런 장소를 선정한 것 같지만, 차라리 ‘백범 김구기념관’ 같은 의미있는 장소에서 탈당과 창당 선언을 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정치적 동력을 상실한 이준석의 행보
탈당을 한다고 이준석이 밝힌 것이 한참 되었는데 이제서야 탈당을 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매우 늦었다. 정치적으로 관심을 끌 때 박차를 가해야 속도와 충격이 붙는데 지금 탈당한다고 하니 자전거에 바람이 빠진 격이다. 그래서 이준석의 정치적 행보에 동참하는 사람들도 어째 시큰둥해 보인다. 탈당 기자회견에는 친이준석계인 ‘천아용인'(천하람, 허은아, 김용태, 이기인)이 모두 참석할지 관심이 모였지만 이준석만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준석의 가까운 계파로 분류된 김용태 전 최고위원은 같이 정치적 행보를 하지 않을 것이라 한다. 김용태를 제외한 이준석계 멤버들은 신당에 합류할 계획이라면서 그들은 개별 탈당의 수준을 밟는다고 하지만 사실상 신당 창당의 동력은 떨어졌다. 또 그들이 개별 탈당을 한다고는 하지만 이것도 또한 두고 볼 일이다. 일단 이준석계의 단일대오(單一隊伍)는 무너진 꼴이다.
한동훈이 국민의 힘 비대위원장으로 오면서 정치판의 포커스는 이준석이 아닌 한동훈으로 쏠렸다. 그러니까 지금 이준석이 하는 말과 행동보다는 한동훈에게 모든 관심이 쏠렸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준석이 탈당을 하고 신당 창당을 한다고 하지만 언론이나 미디어 조차도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
결국, 탈당의 시기도 놓치고 신당 창당의 동력도 상실한 상태에서 노원구 고깃집에서 자신의 처지를 밝히는 수순에 이른 것이다.
이준석의 개혁신당, 과연 바람을 일으킬 것인가
이준석은 새로 창당을 준비하면서 가칭 ‘개혁신당‘, 정식 당명을 그렇게 정했다. 개혁의 화두를 자신의 정치적 모토로 삼고 여의도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올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으나 일단 신당 명칭이 좀 그렇다. 원래 정치판에서 새로운, 신(新) 등이 정당의 접두어로 많이 쓰이기는 하지만 ‘새로운’이나 ‘신(新)’ 자가 들어간 정당이 오래 가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리고 개혁이라는 말은 이제 정치판에서 안 쓰면 좋을 것 같다.
이준석이 내세우는 개혁신당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그런데 조금 들여다 보니 ‘이준석 신당’은 창당의 비전과 철학 등 청사진이 불분명하고, ‘반윤석열’ 기치를 들었지만 이것이 보수신당인지, 반윤연대인지 정체성도 불투명하다. 그냥 단순하게 반윤석열을 위한 신당 창당이라면 국민에게 큰 감동은 없다. 반윤석열 정당은 지금 더불어민주당 하나만으로도 충분하고, 반윤석열이라는 테마로 신당의 지지도를 높이기에는 명분도 없고 실리도 없다.
신당을 만들어서 전국민적 지지기반을 얻는 일은 대한민국 정치판에서 매우 힘들다. 선거제의 허술한 틈새를 찾아 신당의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 한다면 이 또한 어리석다. 신당이 표방하는 개혁의 기치와 새 정치의 의미를 분명하게 국민에게 전달하고 차별적인 정책 방향을 분명히 해야 하지 않으면 창당하자 마자 물거품이 될 것이다.
이준석의 신당, 과연 어찌 될 것인가
역대 총선을 보면 자유민주연합과 국민의당을 제외하면 총선을 앞두고 급조된 정당들이 제3의 정치세력으로 떠오르지 못했다. 정당의 창당은 조각배가 거친 바다의 높은 파도를 넘는 것에 비유될 만큼 힘들고 어렵다. 신당 창당은 인터넷 게임을 하듯 스마트폰을 보면서 일희일비(一喜一悲) 할 것이 아니다. 가치와 비전으로 새 정치의 방향을 국민에게 제시하는 정치세력이 되어야만 이준석이 만들고자 하는 신당은 살아 남을 것이다. 국민의 새로운 선택지로 신당이 관심을 끌지 못하면 이것은 바로 정치적 실패로 귀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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