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게장은 맛있는 음식이다. 간장게장만 있으면 밥 한공기는 뚝딱 먹을 정도이고, 많은 사람들은 입맛을 다진다. 맛있는 간장게장을 먹으로 맛집을 찾아 다니기도 한다. 그런데 이 시(詩) 한 편만 읽으면 간장게장을 못 먹을 수 있다. 아니 간장게장과는 영영 굿바이 하게 될 수 있다.
시인 안도현은 간장 게장을 담그는 모습에 영감을 얻어 시 한편을 썼습니다.
게는 간장에 담겨 죽기전 혼신의 힘을 실어 살고자 합니다. 시커멓고 어두운 간장은 짜기로는 게가 살던 바닷물보다 더 짠데 여기에 자신의 몸이 담가질 때 살려고 버둥댑니다. 그러다가 서서히 스며드는 간장 물에 도저히 버틸 수 없자 게는 마지막으로 알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스며드는 것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에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시인 안도현 作
스며드는 것, 시에 관한 이야기
간장게장을 먹으면서 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적인 있는가? 꽃게가 죽는 그 순간에 자신의 뱃속에 있는 알을 껴안으려고 웅크렸으리라는 것을 생각해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간장이 스며들어 만들어지는 음식이 간장게장이다 보니, 어쩌면 게는 서서히 죽어가면서 고통과 체념이 더 컸을 수 있다.
시의 마지막 구절이 인상적이다.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어떻게 이런 표현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안도현 작가의 시적인 영감은 어디로부터 오는 것일까? 그 날 간장게장을 보고 스며 드는 것이라는 시를 쓰면서 게와 교감을 가졌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물론 시인은 보통 사람과 다르게 사물과 공간에 있어 느끼는 감각이 남다르다고 한다. 그러나 이렇게 간장게장을 보고 이러한 시가 나왔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이 시를 읽고서 많은 사람들이 간장 게장을 못 먹게 되었다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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