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기인(奇人)들이 많다. 역사 속에서는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진 기인들도 많지만 특히 나라가 망할 때 특별출연하는 인물들이 있다. 고려말 신돈(辛旽)이라는 요승이 그러했고 제정 러시아 말기에 라스푸틴이라는 수도승도 그렇다. 한편 요새 대한민국에는 ‘명태균’이라는 인물이 나라를 시끄럽게 만들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일반 사람들이 보기에는 상식적이지 않지만 어쨌든 권세를 업고 나라를 쥐락펴락 하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는 것이다.
고려 말 신돈(辛旽), 제정 러시아 말기 라스푸틴
고려말 신돈(辛旽), 제정 러시아 말기 라스프틴, 대한민국 명태균 이들의 공통점은 권력의 위세를 업고 바람같이 등장했는데 일반 사람들이 볼 때는 매우 비상식적이다.
신돈(辛旽), 그는 누구인가?
고려말에 혜성 같이 등장하여 나라를 흔든 신돈(辛旽, 1322~1371)은 원래 승려였다. 승려라면 우리가 보통 생각할 때는 도를 닦고 부처님을 모시면서 점잖게 사찰에서 수행을 할 것이라 생각되지만, 신돈은 평범한 승려가 아니었다. 공민왕이 신돈을 개경으로 불러서 그의 신통력과 말솜씨에 넘어가니 고려의 국정은 그에 의해 좌지우지(左之右之)되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공민왕은 어떻게 신돈을 알고 그를 전적으로 신뢰하였는가이다.
신돈이 ‘I’m 신뢰’라고 부적을 써 붙인 것도 아닐테고, SNS도 없고 인터넷도 없던 때에 어떻게 공민왕이 신돈을 알고 그에게 모든 국정을 맡기었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그런데 일설에는 신돈을 공민왕에게 소개한 사람이 바로 명덕태후 홍씨라는 것이다. 명덕태후는 충숙왕의 4번째 비이고 공민왕의 어머니가 된다. 어쨌든 신돈은 왕실에서 매우 높은 신분인 태후를 통해 공민왕과 접근하게 된 것이다.
‘고려의 라스푸틴’으로 불리는 신돈(辛旽)
신돈(辛旽)은 달변의 귀재였다. 신돈이 “가나다라마바사”라고 말하면 공민왕은 여기에 매료되어서 그의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을 쑨다’고 해도 철석같이 믿을 정도였다. 이렇게 신돈의 말에 훌러당 넘어간 공민왕은 신돈의 궁궐 출입을 프리패스하게 하였고, 신돈은 공민왕의 위세를 뒤로 하면서 무례하기 짝이 없는 짓을 일삼았다. 때로는 왕과 나란히 앉아서 마치 자신이 국정의 파트너 같은 모습도 당당하게 연출했다.
공민왕의 절대적인 지지를 계속 받으면서 신돈은 헷까닥했다. 공민왕을 불러서 반야(般若)라는 여자아이도 소개팅 시켜서 애까지 낳게 했다. 이 아이가 커서 우왕이 된다. 그런데 우왕은 나중에 공민왕의 자식이 아니라 신돈의 자식이라는 썰(說)이 돌았다. 점점 신돈은 공민왕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노는 듯 국정을 완전히 말아 먹고 자신을 반대하는 세력들도 모두 제거하는 등 막판에는 거의 자신이 왕처럼 행세를 했다. 이러자 공민왕은 이대로 신돈을 놔둬서는 안 되겠다고 여겼는지 그냥 그를 죽여버렸다. 신돈이 막상 죽을 때는 거의 개가 도축장에 끌려가듯 끽 소리 못하고 죽었다고 한다. 공민왕이 한참 생각해보니 <니가 왕이냐?>라는 울분이 터진 것인지도 모른다.
라스푸틴, 그는 또 누구인가
제정 러시아 말기에 그리고리 라스푸틴(1869~1916) 수도승이 혜성 같이 등장했다. 그는 최면술사였기도 했는데, 자신이 러시아 황태자의 혈우병을 기도로 고치겠다면서 접근하여 황후의 신임을 얻고 니콜라이2세와도 가까워졌다. 황후는 하나님이 라스푸틴을 통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황후는 라스푸틴을 수도승이 아닌 신(神) 같이 모시면서 그에게 국정을 맡겼다. 라스푸틴은 제정 러시아 말기에 각료 인사를 비롯한 내정 전반을 장악했다. 라스푸틴이 지시한 대로 니콜라이 2세는 1차 세계대전 전장에도 출정을 하였다. 또한 라스푸틴의 예언에 의존해 황후는 작전 지시를 내렸다고 하니 가히 라스푸틴의 위세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러시아의 신돈, 라스프틴
라스푸틴은 러시아 황실을 완전히 손에 넣고 자신이 황제처럼 군림하면서 많은 귀족의 부인들도 따 먹는 음란기행(淫亂奇行)도 일삼았다. 라스푸틴과 러시아 황후 사이가 범상치 않게 묘한 관계라면서 두 사람이 성(性)을 사귀는(交) 사이라는 소문도 돌았다. 오죽하면 라스푸틴이 죽은 후에 사람들이 그의 성기를 보관했겠는가? 라스푸틴은 귀족 부인들에게 ‘육체의 속죄’를 통해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구라를 치면서 많은 여성들을 농락했다. 이러다 보니 귀족 부인들은 라스푸틴의 밥이었다. 아무튼 이렇게 러시아를 라스푸틴이 말아 먹었지만 여기에 반대하는 귀족장교들이 1916년 그를 죽이면서 대단원의 막은 내려졌다. 그리고 라스푸틴이 죽은 다음 해 1917년에 니콜라이 2세와 황후 등도 볼셰비키 혁명이 일어나면서 모두 죽음을 맞이하면 제정 러시아 시대는 막을 내렸다.
라스푸틴의 음경으로 외화 획득
한 때 러시아 귀족 부인들을 상대로 밤마다 열심히 뛴 라스푸틴의 음경이 상트페테르부르크 박물관에 있다. 얼마나 물건이 실(實)한지 100년이 지났어도 많은 사람들이 그의 물건을 보러 온다. 외국에서도 관광객이 라스푸틴의 음경을 보러 올 정도라고 하니, 라스푸틴은 죽은지가 100년이 되었음에도 러시아에 많은 재정적 도움을 주는 것 같다. 그런데, 라스푸틴과 지금 러시아 ‘푸틴’은 이름이 참 비슷하다. 그리고 푸틴의 출신이 상트페테르부르크라는 공통점도 있다.
신돈과 라스푸틴의 최후
신돈은 어느 날 갑자기 공민왕에게 버림받아 사지가 찢겨 죽이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결국 신돈은 뭔가 신나게 혼자 나라를 말아먹다가 어찌 보면 허무하게 역사에서 사라진 것이다. 사람들은 그를 두고 ‘나라를 망친 요승’이라고도 했다. 라스푸틴은 제정 러시아 귀족세력들에 의해 암살을 당해 죽었다.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는 라스푸틴에 흠뻑 빠져서 ‘신께서 보낸 성자의 말을 따르겠다’고 했다. 결국 러시아의 정치판이 큰 혼란에 빠지면서 국민들도 동요를 하고 군대도 흔들렸다. 이렇게 러시아가 극도로 혼란해지자 황실과 귀족들은 니콜라이 2세를 퇴위시키고 니콜라이 3세를 옹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 처하자 니콜라이 2세의 귀족 측근들은 황제를 구하려면 러시아를 통째로 말아 먹는 요승(妖僧) 라스푸틴을 죽여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결국 몇몇 귀족군인들이 라스푸틴에게 독약도 먹이고 총을 쏴서 결박하여 그를 네바강에 빠트려서 죽였다.
신돈과 라스프틴의 공통점
시대를 뛰어 넘는 요승, 기인, 혹세무민(惑世誣民)의 대가였다.
여자를 유혹하고 농락하는 재주가 컸다.
여자 황후가 신돈과 라스푸틴을 최고권력자인 왕에게 소개했다.
신돈과 라스푸틴은 둘 다 비참한 최후를 가졌다.
나라를 말아 먹는데 큰 일조를 하고, 결국 고려나 제정 러시아 모두 멸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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