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하도 이상하게 돌아가다 보니 자신이 무식해도 창피하거나 부끄러워할 줄 모르고 오히려 당당하고 오만하기까지 합니다.
옛날에는 그래도 사람들이 무식해도 겸손할 줄 알았는데, 어찌하다 보니 이제는 자신이 무식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비난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무식한 것은 인정하지 않고 상대방에게 화를 내기까지 합니다.
봇물이 터지다
‘봇물이 터진다’ 라는 표현은 어떤 물건, 사람 등 많은 것들이 일시에 한꺼번에 몰려나오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떤 일이나 사태가 급격히 활성화된 것을 뜻 합니다. 가령 신문기사 등에서는 ‘봇물 터진다’라는 말을 이렇게 표현하기도 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신규 확진 환자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여기서 ‘봇물’이란 바로 논에 괸 물입니다. 바로 거기서 갑작스럽게 흘러내리는 물을 의미합니다. 즉, 봇물 터지다라는 말은 둑이 터져서 물난리가 날 정도로 둑에 물이 많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정확합니다. 그런데 정말 심각한 문제는 요즘 세상에 문해력이 부족한 것인지 국어 공부를 안 하는 것인지 ‘봇물 터지다’는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성적으로 희롱하는 발언이 아니냐고 따진다고 합니다. 즉 봇물을 여성의 음부를 가리키는 비속어와 물의 합성어로 잘못 알고 있는 것입니다.
봇물 터졌냐!
봇물이라는 말에 수치심을 느꼈다! 커뮤니티 캡처
떡을 치다
국립국어원의 한국어 기초사전에서는 ‘떡을치다’라는 표현을 ‘양이나 정도가 충분하다’는 의미의 관용구로 정의합니다. 즉 떡을 친다는 것은 ‘어떤 양이나 상태가 아주 충분하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남녀 간에 무엇을 하는 것’으로 상상력을 동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다음 어학사전 캡처
얼마 전에 SNS에서는 ‘그 정도면 떡을 친다’는 표현이 논란이 되었다고 합니다. 요새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떡을 친다’는 것을 남녀 간의 운우지정((雲雨之情)으로 해석하는 것 같은데 점점 갈수록 사람들이 무식해져도 자신이 무식한 것을 모릅니다.
떡을 친다
우리는 종종 술을 먹으러 갈때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식당에 가면 “그 집은 세명이 가서 3만 원이면 떡을 친다”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원래 ‘떡을 친다’라는 말은 장사꾼이 은어로 비슷하게 하던 말로 어떤 일을 꾸미기 위해 몇몇 사람끼리 작당을 하는 것을 뜻하는 담합(談合)이라는 말과 고물 등을 묻힌 작은 떡을 뜻하는 단자(團子)의 일본식 발음이 서로 비슷한 데서 비롯한 것이라 합니다. 즉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사람들끼리 작당하면 웬만한 일은 쉽게 할 수 있기에 ‘떡을 친다’는 말이 담합한다는 의미도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일이 쉽게 성사되기 때문에 그것으로 ‘만족하고 충분하다’는뜻으로 전해 졌다고 합니다. 떡은 우리나라에서 고유의 음식으로 사실상 여기에 비유되는 말들이 많습니다. ‘떡값’이라는 것도 은밀하게 일을 꾸미기 위해서 뇌물을 주는 것인데, 그냥 좋은 말로 ‘떡값’이라 한다는 것을 이해하면 ‘떡을 치다’는 것이 무슨 말인지 알 것입니다. 그래도 이해를 못 하는 사람들은 ‘떡값’을 남녀 간에 일을 치르고 돈을 주는 ‘화대’로 착각을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봇물이 터지듯 일이 대박났는데, 그 식당에 가면 10만 원이면 떡을 친다니 오늘 함 먹어 보자!
이 말을 이해한다면 충분한 설명이 될 것입니다.
무식은 폭력이다
모든 것을 도덕적으로 판단하고 이해하려는 선비 정신으로 충만하고 교양적인 사람들이 넘치는 것은 좋지만, 무식한 사람은 먼저 조금 상식부터 알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상식은 권력이고 무식은 폭력인 것입니다. 작년에도 “심심한 사과 말씀드린다”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을 놓고 하는 일이 없어 지루하고 재미가 없냐는 것으로 잘못 알고 따지는 일이 있었다는데 점점 세상이 괴이한 현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심심하다는 것이 정말로 아무 맛이 없는 것처럼 심심하다는 의미로 알면서 상대방을 비난하더니, 이제는 ‘봇물이 터진다’거나 ‘떡을 친다’는 말도 자신의 머릿속에서 맴맴 도는 것만 무식하게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참으로 괴이한 현실입니다.
상식은 권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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