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판결문으로 보는 국헌문란에 관한 기준

12.3 계엄령 발동으로 인하여 나라 안팎이 뒤숭숭하고 윤석열이 국헌(國憲)을 문란(紊亂)시켰다는 말들이 오고 갑니다. 그렇다면 법적인 기준에서 볼 때 과연 국헌문란(國憲紊亂)은 무엇이고 그 처벌은 어떠한지 과거 전두환 판결문을 통하여 상식적으로 살펴봅니다.

전두환 판결문으로 보는 국헌문란(國憲紊亂)에 관한 기준

서울고등법원 1996. 12. 16. 선고 96노1892 판결

전두환 판결문으로 보는 국헌문란(國憲紊亂)에 관한 기준

국헌문란목적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한 판결문의 법리적 반박

  1. (국헌문란의 목적) 1980.5.17. 이후 일련의 내란사건에 있어서 피고인들에게 국헌문란목적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하여 피고인들은 항소이유의 하나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이른바 시국수습방안(비상계엄의 전국확대, 국회해산, 비상기구의 설치)은 당시의 혼란스러운 시국을 수습하고 정국을 안정시켜 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최규하 대통령에게 건의할 생각으로 마련한 것이고, 피고인들은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이러한 방안을 대통령에게 건의한 것이므로 피고인들에게는 국헌문란의 목적이 없었다. 더욱이 국회의원 몇 사람을 체포한 것으로 국회의 기능이 마비되었다고 볼 수 없고, 국회는 헌법부칙에 의해 해산된 것이므로 피고인들에게 책임이 없고, 이를 국헌문란이라고 할 수도 없다.

또한 광주시위 진압행위는 국헌문란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과는 직접 관련이 없으므로 피고인들에게 국헌문란의 목적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살피건대, 형법 제91조는 국헌문란의 목적을 정의하면서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을 그 하나로 예시하고 있다. 이와 같은 목적을 피고인들이 가지고 있었는지 여부는 피고인들이 이를 자백하면 모르거니와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외부적으로 들어난 피고인들의 행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그리고 그 행위의 결과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경우에 첫째로, 피고인들의 행위의 결과로 나타난 것 중에 국헌문란에 해당하는 것이 있고 둘째로, 피고인들의 행위가 이러한 국헌문란의 결과를 초래할 원인이 될 만한 것이었으며 끝으로 이러한 행위가 우발적으로 벌어진 것이 아니라 사전의 치밀한 준비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임이 인정된다면 피고인들에게 국헌문란의 목적이 있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차례로 살펴본다.

가. 국헌의 문란

(1) 원심 판시와 같이 피고인들이 국회의사당을 병력으로 봉쇄하고 국회의원들의 출입을 금지하고 이어 상당기간 국회가 개회되지 못하였다면 이것은 헌법기관인 국회의 권능행사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한 것에 해당한다. 형법 제91조에서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한다.”라고 하는 것은 그 기관을 제도적으로 영구히 폐지하는 경우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고 사실상 상당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을 포함한다고 해석한다. 왜냐하면 이와 같이 해석하지 않을 때에는 국회라는 제도를 영구히 폐지하거나 변경하는 혁명과 같은 사태만이 국헌문란에 해당하고 그 밖에 혁명이 아니면서 폭력적인 방법으로 국회나 다른 국가기관을 마비시키거나 외포시켜 헌법상의 입법권행사나 기타의 권한행사를 상당기간 불가능하게 하는 중대한 범죄는 이를 국헌문란이 아니라고 해야 하는 부당한 결과를 빚기 때문이다.

(2) 뒤의 범죄 사실란의 판시와 같이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하여야 할 법률상의 요건이 구비되어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이 국무회의장에 병력을 배치하는 방법으로 국무위원들을 강압하여 비상계엄의 전국확대를 의결하게 하고 이로써 국방부장관의 육군참모총장 겸 계엄사령관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배제하고 그 결과로 비상계엄하에서 국가행정을 조정하는 일과 같은 중요국정에 관한 국무총리의 통할권 그리고 국무회의의 심의권을 배제하여 국무총리와 국무위원들을 사임케 한 것은 헌법기관인 국무총리와 국무회의의 권한행사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한 것이다. 이 경우에도 국무총리와 국무회의의 제도 자체를 영구히 폐지하거나 변경하는 것은 아니지만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강압에 의하여 그 권한행사를 불가능하게 함으로써 국무총리와 내각의 교체를 불가피하게 만드는 것은 국가의 통치조직과 절차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국헌문란이라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3) 뒤의 범죄 사실란의 판시와 같이 피고인들이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및 그 산하의 상임위원회를 설치하여 그 곳에서 중요한 국정시책을 결정하고 이를 대통령과 내각에 통보하여 시행하도록 한 것은 행정에 관한 대통령과 국무회의의 권한을 강압에 의하여 침해함으로써 국헌을 문란한 것에 해당한다.

(4) 뒤의 범죄 사실란에서 인정하는 바와 같이 피고인들이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국회를 봉쇄하며,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주요 정치인들을 구속한 행위에 대하여 이를 강력히 항의하고 그 시정을 요구하는 광주시민들의 시위를, 피고인들이 공수부대병력을 동원하여 난폭한 방법으로 분쇄한 행위도 국헌문란에 해당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형법 제91조가 국헌문란을 정의하면서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과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의 두가지를 들고 있는 것은 국헌문란의 대표적인 행태를 예시하여 그 해석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여야 할 것이다. 국헌문란과 같은 추상적 개념에 해당하는 사례를 구체적으로 한정하여 열거하는 것은 원래 불가능하고 부적절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위 규정에 직접 해당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위의 두가지 경우에 못지 않는 중요한 국헌침해행위가 있다면 이것 역시 형법상의 국헌문란으로 다스려야 할 것이다. 형법이,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으로 전복하는 것을 내란으로 단죄함을 특히 예시하고 있는 까닭은,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은 법을 집행하는 것 이외에 헌법을 수호하는 보다 중요한 소임을 가진 기관이므로 특히 그 보호의 필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 즉 헌법기관 보다 더 중요한 헌법 수호의 임무를 가진 기관이나 집단이 있다면 이러한 집단이나 기관도 당연히 내란죄의 보호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볼 때에 민주주의 국가의 국민이야 말로 주권자의 입장에 서서 헌법을 제정하고 헌법을 수호하는 가장 중요한 소임을 갖는 것이므로 이러한 국민이 개인으로서의 지위를 넘어 집단이나 집단유사의 결집을 이루어 헌법을 수호하는 역할을 일정한 시점에서 담당할 경우에는 이러한 국민의 결집을 적어도 그 기간중에는 헌법기관에 준하여 보호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국민의 결집을 강압으로 분쇄한다면 그것은 헌법기관을 강압으로 분쇄한 것과 마찬가지로 국헌문란에 해당한다고 보지 않으면 안된다.

이 사건에서 보면 피고인들이 국회를 봉쇄하고 정치활동을 금지하며 주요정치인들을 구속하고 비상계엄을 부당하게 전국으로 확대한 행위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국헌을 문란케 한 행위이므로 광주시민들이 이를 항의하는 대규모의 시위에 나온 것은 주권자인 국민이 헌법수호를 위하여 결집을 이룬 것이라고 할 것이고 이를 피고인들이 병력을 동원하여 난폭하게 제지한 것은 강압에 의하여 그 권한행사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한 것이어서 국헌문란에 해당한다.

설혹 그렇지 않다고 하여도 원래 국헌문란의 죄에 있어서 강압의 대상과 폭동의 대상은 분리될 수 있는 것인데 이 사건에서 보면 피고인들이 국헌문란행위를 항의하는 광주시민의 시위를 난폭하게 제압함으로써 헌법기관인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을 강압, 외포케 하는 효과를 충분히 거두었다고 인정되므로 이러한 측면에서도 피고인들의 시위진압행위는 국헌문란행위에 해당한다.

전두환 판결문 제6장 결론에 나온 국헌문란

  1. 내란(피고인 1. 2. 3. 4. 5. 9. 10. 11. 14. 15. 16.에 대하여)

가. 국헌문란의 목적

(1) 국회의사당의 폐쇄

1980.5.18. 01:45경 계엄군 소속 제33사단 101연대 1대대 3중대 소속 장교 3명, 사병 95명이 엠(M)16 소총 등을 휴대하고 경장갑차 8대와 전차 4대를 지원받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1 소재 국회의사당을 점거하여 같은 해 8.30.까지 국회의원 등 일체의 출입자를 통제하면서 같은 해 5.20. 09:00경 김영삼 신민당총재의 기자회견에 참석하였던 황낙주, 손주항, 오세응 등 국회의원 38명과 의원비서관, 보도진 등 3백여 명이 5.20. 10:15경 국회 정문에 도착, 국회의사당으로 들어오려 하자, 위 계엄군들이 소총으로 황낙주 의원 등을 밀어내어 국회의원들의 국회 출입을 저지하였다.

계엄군은 뒤(다. (1)과 (7))에서 보는 바와 같이 여,야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을 체포하고 국회의원들의 국회 출입을 계속 저지하여, 5.20. 10:00 개회예정인 제104회 임시국회의 개회가 불가능하게 되어 1980.6.18. 위 임시국회가 자동 폐회되었고 피고인 전두환이 대통령에 취임한 같은 해 9.1. 후인 9.20. 제105회 정기국회가 열려 9.22. 남덕우 국무총리와 이한기 감사원장에 대한 임명동의안만을 처리하고 휴회에 들어간 뒤 같은 해 10.27. 공포된 제5공화국 헌법 부칙 제5조 제1항에 따라 제10대 국회의원의 임기가 종료됨으로써 국회가 사실상 해산되었다.

(2)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의 설치와 운영

피고인 전두환은 1980.5.초부터 권정달에게 비상기구설치를 검토하도록 하여 이를 시국수습방안의 하나로 성안하여 같은 해 5.17. 최규하 대통령에 건의할 준비를 하였다.

피고인 전두환은 같은 해 5.19.경 다시 권정달을 통해 유신헌법상의 대통령 긴급조치권에 의한 비상기구 설치를 대통령에게 건의하였으나 최 대통령이 현행법규의 테두리 안에서 가능한 방안을 연구해 보라고 언급하자, 형식적으로는 대통령의 계엄업무에 대한 자문기구의 형태로 비상기구를 설치하되, 실질적으로는 피고인 전두환 등의 주도로 행정각부 등을 통제하여 국정을 수행해 나가겠다는 의도하에 같은 해 5.23.경 권정달을 시켜 이원홍 대통령비서실 민원수석비서관에게 국보위의 설치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그 설치 요강을 제시하고, 위 이원홍이 비서관들로 하여금 조문화 작업을 하게 하여 같은 해 5.24.경 계엄법과 정부조직법에 근거하여 대통령에 대한 자문기구 형태로 국보위를 설치하는 내용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설치령이 성안되어 1980.5.27. 제46회 국무회의에서 위 설치령을 의결하게 하여 국보위를 발족시켰다.

피고인 전두환은 국보위 업무를 실질적으로 국가보위비상대책상임위원회를 중심으로 추진하기로 하면서 1980.5.31. 상임위원장에 자신이 취임하고, 당연직 상임위원을 군장성 12명과 대통령 비서관 4명으로 구성하고, 피고인 이학봉, 허화평, 허삼수와 함께 각 분과위원과 전문위원을 선정하여 피고인들이 그 실권을 장악한 후 국보위상임위원회를 통하여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공직자숙정, 언론인 해직, 언론통폐합, 불량배소탕 등 소위 국정개혁작업을 수행하여 국보위상임위원회를 통하여 피고인 전두환 등의 국정수행능력을 내외에 과시하여 집권세력으로 부각시키는 데 이용하면서 국보위상임위원회가 사실상 국무회의 내지 행정각부를 통제하거나 그 기능을 대신하여 헌법기관인 행정부와 대통령을 무력화시켰다.

(3) 헌법제정권력에 대한 강압

뒤의 범죄사실란에서 인정하는 바와 같이 피고인들이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국회를 봉쇄하며,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주요 정치인들을 구속한 행위에 대하여 이를 강력히 항의하고 그 시정을 요구하는 광주시민들의 시위를 피고인들이 공수부대병력을 동원하여 난폭한 방법으로 분쇄한 행위도 국헌문란에 해당한다. 민주주의국가의 국민은 주권자의 입장에 서서 헌법을 제정하고 헌법을 수호하는 가장 중요한 소임을 갖는 것이므로 이러한 국민이 개인으로서의 지위를 넘어 집단이나 집단유사의 결집을 이루어 헌법을 수호하는 역할을 일정한 시점에서 담당할 경우에는 이러한 국민의 결집을 헌법기관에 준하여 보호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국민의 결집을 강압으로 분쇄한다면 그것은 헌법기관을 강압으로 분쇄한 것과 마찬가지로 국헌문란에 해당한다

(4) 국헌문란

위 (1)의 행위는 입법권을 담당하는 헌법기관인 국회의 기능을 마비시켜 사실상 이를 전복한 것에 해당한다.

위 (2)의 행위는 대통령과 행정부의 권한을 사실상 대행함으로써 그 권한행사를 불가능하게 한 것이다

위 (3)의 행위는 헌법제정권력으로서의 국민의 결집을 강압으로 분쇄한 것이고 이것은 헌법기관을 강압으로 분쇄한 것과 같다.

이들은 형법 제91조의 국헌문란행위에 해당한다.

위의 국헌문란행위는 우발적으로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 피고인들이 이러한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하여 다음 나.와 같이 사전에 모의하고 준비한 뒤 이러한 목적을 강압에 의하여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계획에 따라 다음 다.와 같이 폭동하여 이를 성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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