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나 옛날이나 도둑놈은 있다. 사람이 같이 모여 사는 집단에는 남의 것을 훔치는 놈은 반드시 있다. 그런데 이미 중국의 춘추전국시대(기원전 771~221)에 도척(盜跖)이라는 전설적인 대도둑이 남의 것을 강도질하거나 훔칠 때에도 도(道)가 있다고 했다.
중국의 전설적인 대도둑 도척(盜跖)이 말한 도적의 도(道)
도척(盜跖)은 춘추전국시대에 전설적인 도둑놈으로 아이러니하게도 형은 노나라의 현인인 유하혜(柳下惠)라는 인물이었다. 형은 현인인데 동생은 도둑놈으로 이름을 남긴 셈이다. 그는 수 천명의 수하를 거느리고 도적질로 남의 것을 약탈하였다니 가히 도둑놈의 수괴라고 할 수 있다. 얼마나 도둑질을 잘하고 잔인했는지 훗날 사마천은 사기 백이열전을 통해서 “인육 먹는 도척 같은 놈은 집에서 편안하게 죽고 백이숙제 같은 선인은 굶어 죽었다” 며 악인(惡人)이 천수를 누리고 선인(善人)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부조리한 현실에 짱돌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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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전설적인 대도둑 도척(盜跖)이 말한 도적의 도(道)
어느 날 도둑놈 부하가 도척에게 도둑놈에게도 도적의 도(道)가 있냐?고 물었다. 그러자 도척은 도둑놈에게도 지켜야 할 다섯가지 도가 있다고 했다.
성(聖)
좋은 물건이 어디 있는지 아는 것이 지혜롭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도둑질을 하려면 좀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말로 깨달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도둑질도 지식이 있어야 한다고 봤다.
지(智)
도둑질하기 좋은 시기를 아는 것이다. 도둑질도 기회를 포착하는 것이 지혜라고 봤다. 언제 훔쳐야 할지를 알아야 한다.
용(勇)
남보다 앞장서서 침입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도둑질도 간뎅이가 커야 하고 힘을 앞세운 행동이 따라야 한다는 말이다. 도둑질을 제대로 하려면 리더십이 요구된다고 봤다.
의(義)
도둑질하면 제일 나중에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도둑놈 무리들을 이끌고 가면 졸개들에 대해 책임감을 가진 두목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仁)
무엇을 훔치면 같이 도둑질 한 놈들과 공평하게 나눠야 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도둑질 후에는 정의로운 분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건을 같이 훔치고 혼자서 쳐 먹으면 그것은 안된다고 봤다.
도둑질하러 남의 집에 들어갈 때, 무엇이 있는지 바로 알아맞히는 것이 성(聖), 남보다 앞장서서 들어가는 것이 용(勇), 남보다 나중에 나오는 것이 의(義), 도둑질을 해도 차질이 없는 곳을 터는 곳이 지(智), 훔친 것을 정당하게 나누는 것이 인(仁)이라고 하면서 도척은 이렇게 다섯 가지를 갖추지 못하면 결코 큰 도적이 될 수 없다고 봤다.
도척은 도둑놈인가, 철학자인가?
도척이 도둑놈의 도(道)를 강조한 것은 도둑질을 하면서도 그만큼 자신의 행동에 당당하고 거침없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도척의 이 말은 유가(儒家)에서 강조하는 ‘성(聖)・지(智)・용(勇)・의(義)・인(仁)’과 같은 도덕적 개념을 조롱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의 말을 현실적으로 재해석하자면 이것은 철저한 강자의 논리이다. 그는 단순한 궤변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도덕과 질서가 과연 절대적인 것인가를 되묻는 철학적 도전이기도 하다. 한 마디로 도척이 말한 도적의 도는 유가적 덕목도 결국 강자의 논리에 의해 이용될 수 있다는 현실적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
도척의 말이 의미하는 철학적 도전, 그렇다면 유가는 위선인가?
장자는 도척의 도적의 도에 대한 논리는 기존 사회의 도덕적 기준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이고 인위적인 것일 수도 있음을 지적한다. 왕과 권력을 가진자들이 세상을 지배하면서 겉으로는 ‘도덕’을 내세우지만, 알고 보면 그들도 역시 도둑놈들과 다를 바 없는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가령 국가 간의 전쟁에서 승리한 자는 ‘영웅’이 되고, 패배한 자는 ‘범죄자’가 되는 것과 비슷한 논리이다. 따라서 철학적 관점에 본다면 도척의 논리는 도덕의 본질을 되묻는 도발적인 문제 제기라고 볼 수 있다.
지금 대한민국의 도둑놈들은 도(道)가 있는가?
도척의 말은 단순한 궤변같이 들리지만 지금 대한민국의 도둑놈들에게 도(道)가 있는가 묻는다면 과연 어떨까? 도둑질을 하면서 도(道)를 지키지 못하면 도둑으로 성공하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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