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世上萬事)가 다 그러하지만 어설프게 일을 망치면 뒤 탈이 아주 크다. 계엄령을 농담(濃淡)과 같은 진담(眞談)으로 말했지만 이제 윤석열은 탄핵을 받는가 아닌가 하는 중대한 기로에 놓였다. 오늘 12월 6일 한동훈도 국민의힘 최고회의를 통해 윤석열의 조속한 대통령직무정지가 필요하다고 말했으니 어리버리한 계엄령의 후폭풍이 이만저만 큰 게 아니다.
군의 어설픈 국회 진입작전이 계엄령을 무산시켰다
계엄령을 때리면 계엄을 존속시키는 법적 요건이 가장 중요하기에 국회를 통제하는 것이 무엇보다 관건이었다. 윤석열은 계엄발표와 동시에 바로 국회를 통제해야 했는데 군이 어리버리하게 작전을 수행하다가 시간을 놓쳤다. 대한민국 헌법에 따르면 국회의원 150명 이상만 동의하면 ‘계엄을 해제해야만’ 한다. 그러니까 국회에 국회의원들이 소집되고 개원만 되지 않는다면 계엄령은 지속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계엄을 선포하고 한참이 지나서야 계엄군은 국회를 진입했다.
그런데 심각한 문제는 이렇게 계엄군이 국회를 통제하려고 했다는데 있다. 이것은 내란 혐의 의혹으로 촉발된다. 대한민국 헌법 제77조를 보면 ③비상계엄이 선포된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영장제도, 언론ㆍ출판ㆍ집회ㆍ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 ④계엄을 선포한 때에는 대통령은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하여야 한다. ⑤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
77조 3항에서 ‘정부·법원’은 나와있지만, ‘국회’는 없다. 따라서 아무리 비상계엄이라고 할지라도 계엄령으로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할 수 없다고 해석이 된다. 또한 같은 조 4·5항을 통해서 국회는 계엄 해제 요구권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국회의원의 계엄 해제 요구까지 계엄령으로 제한할 수 없다고 해석되는 것이다. 따라서 국회의원들이 국회에 입장하지 못하게 하거나, 국회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계엄이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국회를 통제하게 되면 위헌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헌법에 명시된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권한’ 자체를 틀어 막기에 그렇다.
군은 왜 국회에 늦게 투입되었는가
계엄군이 국회의원들보다 국회에 늦게 도착한 것이 계엄령의 실패를 결정짓는 신의 한 수였다.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한참이 지나서야 계엄군은 국회로 왔다. 원래는 윤석열이 10시 반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밤 11시까지 국회를 점령하기로 계획돼었으나 계엄군은 48분이나 늦게 온 것이다. 따라서 이미 국회에 들어온 야당이 주도한 계엄 해제 결의안 가결을 군은 막지 못한 것이다.
국회 활동을 저지하려는 목적으로 707 특임대 등의 계엄군이 헬기를 타고 국회로 이동하려면 용산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 반경 3.7km 이내에 설정된 비행금지구역을 지나가야 한다고 한다. 707 특임대는 이천에 있기에 여의도 국회로 헬기로 이동하려면 어쩔 수 없이 한강 유역을 따라 비행하여야 하기에 비행금지구역인 용산을 통과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비행금지구역을 통과하려면 공군작전사령부의 허가가 필요한데 계엄 선포 사실을 잘 몰랐던 공군이 한참이 지나서 하늘길을 열어 주었다. 결국 계엄군을 태운 헬기는 밤 11시48분이 되어서야 국회에 진입하였지만 때는 늦었다. 이미 도착한 야당 국회의원과 보좌진, 당직자들은 국회 본관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계엄 해제를 의결할 수 있었다. 어찌보면 군의 어설픈 국회 진입작전 덕분에 계엄령은 해제된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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