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운 마무리

더러운 마무리는 삶에 대해 비애감을 느끼는 것이다. 내가 살아온 길이 별 다른 의미도 없고 참으로 황당한 시간의 연속이었음을 깨닫고, 왜 이렇게 살았는지 이해해야 한다.

인생을 살면서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과 모든 과정을 알 수도 없고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몰락의 기회만 안겨준 삶에 대해, 감사할 것도 고마워할 이유도 없다는 것을 알고 인생의 마침표를 찍는 것이 더러운 마무리이다.

더러운 마무리

더러운 마무리는 끝까지 집착하는 것이다.

집착하는 것은 살아온 세월의 시간속에서 성공은커녕 실패로 얼룩진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것이다. 집착하지 않으면, 얻을 것이 없다. 가만히 있는다고 모든 일이 해결될 것이 없다. 집착을 해야 마무리가 된다. 이것은 우리가 다음의 생에 또 집착하면서 살 여지를 준다. 더러운 마무리는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더러운 마무리는 꽉꽉 채움이다. 비우면서 살다 보니 내 주머니는 비게 되었고 나이를 먹으니 남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러므로 더러운 마무리는 채움이고, 늦었지만 그 채움이 주는 넉넉함으로 간신히 만족해야 했다.

더러운 마무리는 자신의 껍데기인 꾸미기에 치중하는 것이다. 화려하게 빼어 입고 존재의 기쁨을 누려야 한다. 자신이 거지 같이 입고 다니면 사람들은 정말 거지인 줄 알고 푸대접받기 일쑤일 것이다. 그러니 외모를 꾸미는데 치중하라. 요새는 내면의 아름다움 보다도 껍데기에 환장하는 세상인 것을 알라.

더러운 마무리는 과거도 필요 없고 미래도 필요 없고, 오로지 지금 현실만이 나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더러운 마무리는 지나간 모든 것들을 놔 주지 말고, 아직 오지 않은 것들에 대해 나를 흔들리게 해서는 안된다.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길지는 아무도 모른다. 좀 더럽지만 현실에 안주하고, 현실을 직시하라.

더러운 마무리는 다른 사람을 용서해서도 안되고 자비를 보여서도 안된다. 용서를 해 줘봤자 나만 병신 되는 것 같고, 결코 그들은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지도 않고 자신을 남에게 양보도 하지 않는다. 이유가 없어도 황당한 일은 살다 보면 많이 겪는다. 괜히 착하지도 않으면서 착한 척하지 마라.

더러운 마무리는 부를 쌓는 것이다. 부동산은 폭락하고 은행 잔고는 텅텅 비고, 대출만 늘었는데 가난하니 비참하다. 배 고프다. 자신을 물질적 부족으로 벗어나게 하고, 가난뱅이의 좁은 감방에서 벗어나게 하라.

더러운 마무리는 또한 복잡해지는 것이다. 하나만 가지고 만족해서도 안되고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다 헤아려 봐야 한다. 이 세상에는 불필요한 것이 없다. 다 필요해서 존재하는 것이니, 많은 생각을 하고 머리통 힘들게 굴리고 생각하면서 살아라. 네가 하나를 생각하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열을 생각한다는 것을 알라.

더러운 마무리는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에 대해 후회를 하는 것이다. 나의 상처를 치유하지도 못하면서 다른 사람의 상처를 치유한다고 나대던 것도 알고 보면 다 쓸데없는 짓이었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나를 찾는 것이 정말 홀로 서는 것이다. 내가 왜 타인의 삶에 대해 관여하는가? 내 이 한 몸도 가누지 못하면서 타인의 영혼을 홀리는 말은 할 필요도 없다. 다른 사람의 삶에 관여한 것을 후회하면서 살아라.

더러운 마무리는 끝까지 얽매이는 것이다. 이 세상에 어디를 가도 결국 인간들에 얽매이게 되어 있다. 이게 세상의 이치이며 인연이다. 살다가 살짝 스치는 사람도 있고, 아주 오래 묻어 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모든 사람들과 결국은 굴비처럼 둘둘 엮여서 살아야 한다. 주어진 인연을 충분히 쓰지 못함에 한탄을 하라.

이제 무더운 여름이 오면서 또 천둥 번개가 치고 소낙비가 떨어지고 바람과 폭풍이 몰려 올 것이다. 그렇게 자연의 호들갑 속에서 때가 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또 햇빛은 날 것이다. 자연이 그러하듯 인간도 그렇게 변덕스럽다. 왜냐하면 인간도 결국 자연의 부속품에 지나지 않는다. 더러운 마무리는 집착하고, 포기하지 말고, 용서하지 말고, 돈 많이 벌다가 가는 것이다. 그래야 더러운 마무리는 새로운 시작이 아니라 끝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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