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비(天地否)는 주역 64괘 중 12번째 괘이다. 비(否)는 막힘을 뜻하며, 어려운 때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쾌이기도 하다. 상괘는 하늘(天)을, 하괘는 땅(地)을 상징한다. 하늘과 땅이 자리를 각각 잡고 있지만 상호소통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위 아래가 꽉 막혔다. 물은 올라가고, 불은 내려간다는 지천태(地天泰)와 천지비(天地否)는 괘가 정반대이다. 그래서 불통이다. 지천태(地天泰)가 소통의 쾌라면 천지비(天地否)는 불통(不通)의 괘이다.
천지비 (天地否) [☰☷]
비는 사람의 도가 아니니, 군자의 바름이 이롭지 않으니, 큰 것이 가고 작은 것이 온다.
否之匪人 不利 君子貞 大往小來
막히는 상황이라 사람답게 살지 못한다. 군자가 바로잡으려 하면 이롭지 않다. 큰 것이 가고 작은 것이 온다. 군자의 시대가 가고 소인의 시대가 오니 군자는 이를 수용하고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위는 하늘(天)이고 아래는 땅(地)이다. 비(否)는 ‘막히다’ ‘답답하다’라는 뜻이다. 하늘은 하늘대로 위에 있고 땅은 땅대로 아래에 있으니 서로 막혀서 ‘답답하다’는 의미로 비(否)를 괘의 이름으로 한다. 천지비(天地否) 괘를 얻은 사람은 일에 있어 막히고 답답한 상황이다. 하늘은 하늘이요, 땅은 땅이요,라는 식으로 따로따로 노니 화합을 할 것 같지 않고 반목의 상태이다. 따라서 지금은 무척 답답하지만 때가 무르익을 시기가 올 때까지 은인자중(隱忍自重) 하면서 기다림의 미학을 깨닫는 것이 현명하다.
천지비 (天地否)쾌 길흉
천지비 (天地否)는 비(否)괘로 ‘막힌 것’을 상징한다. 비색(否塞) 상태로 풀이하고 천지폐색(天地閉塞)의 괘이다. 비(否)는 막힌 것이고 난세를 말한다. 따라서 어려운 세상을 만난 것이니 난세를 극복할 줄 아는 지혜를 얻어야 한다. 지금은 답답한 때이기에 이러한 어려운 형국을 극복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래야 기회가 왔을 때 무엇인가 할 수 있다.
당장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천지비(天地否) 쾌는 흉하다고 하나 길흉이 상반된다. 어두움 속에서도 큰 뜻을 품고 있어야 작은 일도 작게 흉하다. 힘든 상황에서도 노력하면 적절한 대가는 온다. 때가 바뀌면 이름과 명예를 얻기도 하지만 지금 게으르면 불길하다.
‘否’의 글자는 입 위에 막힌다는 뜻의 ‘不’ 자가 있다. 따라서 자신이 아무리 주장을 하여도 상대방에게 뜻이 바르게 알려지지 않는다. 모든 일이 막혀서 침체되고 답답한 상황이다. 또한 서로 통하지 않으니 사람들로부터 오해나 미움을 받는 난처함에 빠질 수 있다. 이 쾌는 무조건 은인자중 하라는 것을 암시하며 서두르면 일이 낭패에 빠질 수 있음을 암시한다. ‘하늘은 하늘, 땅은 땅’이라는 식으로 너는 너, 나는 나와 같은 관계가 계속된다. 따라서 참을 인(忍)자 세 개를 가슴에 안고 살아야 한다.
천지비 (天地否) 쾌 운세
지금은 되는 것이 없다. 따라서 모든 것을 뒤로 미루는 것이 상책이다. 운이 침체되어 있고 막힌 상태에서 무엇을 하겠단 말인가? 이런 때 경거망동(輕擧妄動)하면 속임수나 배신을 당하거나 곤란한 상황을 맞는다. 자연의 순환이 있어 바뀌는 때가 올 때까지 은인자중(隱忍自重)하면서 사는 것이 현명하다. 천지비(天地否) 쾌는 기다림 속에서 부단한 노력을 하면서 변화와 회복을 꾀해야 한다. 당장은 부정적인 상황이지만 앞으로 달라질 것을 준비하면서 변화와 회복을 통해 긍정적인 결과로 나가는 방향을 택해야 한다.
천지비(天地否) 사업운
이 쾌를 얻은 자가 사업을 한다면 말려야 한다. 창업이나 사업을 확장하여도 실속이 없고 동업자 또는 투자자로부터 외면 또는 배반도 당할 수 있다. 달이 먹구름 속에 숨은 상태에서 무슨 빛을 바라겠는가? 사업에는 손을 댈 수 있는 상황이니 호전될 때를 기다려야 한다. 겨울이 지나가야 봄이 온다는 자연의 법칙에 따라야 한다.
천지비(天地否) 연애운
否(비)는 막혀서 통하지 않은 것이니, 천지비(天地否) 괘를 얻은 자가 연애를 한다면 이성과 불화, 불통으로 어려움에 처한다. 심하면 절교, 이혼에까지 이를 수 있으니 자신만의 감정으로 사랑을 해서는 안된다. 애정도 쇠퇴하는 운이라는 것을 알고 사랑도 인내할 줄 알아야 한다.
천지비(天地否) 쾌로 사는 법
천지비(天地否)쾌는 변화와 회복의 방향으로 가야 한다. 부정적인 상황은 인내하면서 자신에게 때가 오기를 기다리면서 회복하는 삶을 가져야 한다. 따라서 사람이 사는 것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며, 때로는 엄동설한(嚴冬雪寒)과 같은 매서운 때가 있음을 알고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사는 것이 현명하다.
천지비(天地否) 쾌를 얻으면 다른 사람들과 불화, 오해, 의심 등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어려운 상황을 맞이할 수 있기에 말을 줄이고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 당신의 의견이 아무리 맞아도 통하지 아니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냥 모든 것이 막히고 재미가 없는 때이니 무엇이라도 하려고 하지 말고 스스로 내공을 키우는데 주력하는 것이 좋다.
무슨 일이 막혔을 때 움직이면 망조(亡兆)가 든다. 사업이 안된다고 무리하게 자금을 더 투입하거나 또는 연애에서 상대방과 잘 안된다고 들이대면 결론은 망하는 지름길이다. 지금은 움직이면 손실이 되는 상황이니 공연히 일을 키우지 말아야 한다. 지금은 기다릴 줄 아는 처세를 하여야 하고 조급함을 갖는 것은 금물이다.
천지비(天地否)쾌를 얻은 사람은 당장은 무슨 일이든지 인내하고 다음에 자신에게 기회가 올 때까지 참아라. 도광양회(韜光養晦)의 뜻을 알고 그렇게 살면 된다. 그믐 속에서 실력을 기르고 자신의 재능을 자랑하지 않고 인내하면서 기다리면 좋은 날이 온다. 칼날의 빛을 칼집에 감추고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르는 것이 천지비(天地否) 쾌를 얻은 자가 지혜롭게 살아 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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