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또 한판 ‘빵과 서커스’의 놀이가 시작될 것 같다. 오늘날 대한민국이 그럭저럭 먹고 살게 된 것이 어제 같은데 내일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 우리 사회는 오로지 당장 현재에만 관심이 있다. 국가가 번영하면서 나가기 위해서는 만반의 준비를 하면서 국가전략을 짜도 모자랄 판에 정치판은 점점 점입가경(漸入佳境)으로 괴이하다.
정치는 인기에만 영합하고 정말로 당장 해야 할 것들을 놓치고 있다. 여당은 여당대로 혼미하고 야당은 야당대로 혼란하다. 한 마디로 혼돈의 대한민국이 된 것이다. 문제는 2024년 총선을 놓고 대한민국이 더 혼미하고 혼란하며 혼돈할 것이라는 것이다.
빵과 서커스, 국가의 자살
나라가 조삼모사에 빠지고 국민은 달콤한 말에 귀만 기울이고 정치인들은 빵과 서커스의 향연을 준비하는 꼴이다.
국가의 자살, 빵과 서커스의 향연에 빠지다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빵과 서커스’의 국가 자살 징후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앞으로 더 본격적으로 될 것 같다. 특히 당장에 먹기 좋은 무상복지 같은 것은 총선을 앞두고 여당이나 야당이나 모두 앞장 설 것이다. 국가부채가 단군 이래 수 천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무도 이것에 대해서는 이야기 하지 않는다. 그냥 장미빛 미래만 내걸고 모든 것이 잘 될 것 같이 정치권은 썰을 푼다.
국가의 이익보다는 집단의 이익을 먼저 찾고 당장 먹을 수 있는 몫을 얻으려는 떼쓰기는 이미 대한민국의 저급한 문화로 자리를 잡았다. 우리는 국가의 위기에 있어서 지도자 탓을 하거나 또는 주변국의 우경화나 팽창주의를 논 하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나라 자체가 이상하게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대략적으로 한 나라가 망하는 수순에는 다른 나라가 침략을 하여서라기 보다는 자체적으로 쇠락하기 때문이다.
국가의 자살
국가의 자살을 걱정한 일본 지식인들은 40년전에 스스로 경고를 내린 바 있다. 바로 ‘국가의 자살’이다. 일본의 월간지 문예춘추(文藝春秋)는 1975년 한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일본의 자살’ 이란 의미심장한 제목 아래 일군(一群)의 지식인 그룹이 공동 집필한 문건이다. 여기서 핵심적인 내용은 지구상에서 수 천 년 동안에 나타났던 국가의 흥망 분석을 찾아 보니 내부적 요인으로 쇠락해질 때 바로 이웃 국가가 못이기는 척 먹어 버린다는 것이다. 이렇게 창졸간에 터무니 없이 나라가 망하는 것을 국가의 자살 이라고 표현했다. 이것은 이미 조선 왕조가 그러한 전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모든 국가는 외적(外敵) 보다는 내부적 요인이 결정적으로 작용되면서 자체적으로 붕괴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 ‘국가의 자살’이라는 논문 내용이다. ‘국가 자살’의 공통요인은 이기주의와 포퓰리즘이라는 것이다. 국민이 자신들의 작은 이익에만 급급하고 여기에 지배 엘리트가 대중에 미친 척하고 영합 할 때 그 나라는 망한다는 것이다.
국가의 자살이라는 논문은 로마제국의 쇠락 원인을 ‘빵과 서커스’로 찾은 것과 맥락이 닿는다. 로마가 한때는 번영과 영광의 제국으로 군림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국가가 되었지만 로마 시민이 책임과 의무를 잊은 도덕적 유민으로 변질되면서 서서히 망조가 들었다는 것이다. 로마 시민들은 대지주와 정치인들에 ‘빵’을 요구했고 정치인들은 이들의 환심을 사려고 그들에게 빵을 공짜로 줬다.
공짜로 빵을 먹게 되자 여유가 생긴 로마 시민들은 심심해졌다. 그러자 정치 엘리트들은 흥행의 재미를 더한 ‘서커스’를 대중에 제공했다. 한 마디로 먹고 놀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 준 것이다. 그래서 기원후 1세기 클라디우스 황제 시대 콜로세움에서 격투기 같은 구경거리가 1년에 수 십회나 열렸다. 그러다가 이것이 날로 늘어나면서 4세기 무렵엔 175일간 서커스가 벌어지는 황당한 일이 있었다. 그러니까 뭐 노는 것이 일상이 된 것이다. 로마 시민은 놀면서 자신들의 권리만 주장하고 지배층은 대중의 비위를 맞추는 일이 당연하게 된 것이다.
사태가 이렇게 되면서 로마 제국은 활력 없는 ‘복지국가’ 와 태만한 ‘레저 사회’로 변질되었다. 그렇게 융성하고 발전되었던 나라가 쇠퇴의 길로 빠진 것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이러한 국가의 행태는 비단 로마만 아니다. 세계사를 보면 모든 국가와 문명은 자체적 모순을 해결하지 못하면서 스스로 몰락하는 것이다. 국가와 국민이 스스로 본질적인 모순과 문제 해결 능력을 상실하는 순간 나라가 자살하는 꼴이다.
빵은 무상복지, 서커스는 포퓰리즘을 상징하는데 지금 대한민국의 정치 상황이 이런 쪽으로만 흘러갈 것 같은 우려가 든다. 지금 우리에게는 여러가지 내우외환(內憂外患)의 문제에 봉착하였고 대한민국의 작금의 상황이 어쩌면 여기에 해당된다. 근시안적 이익만 취하려 하는 대중의 이기주의와 정치인의 인기주의는 결국 국가 위기를 불러 올 수 있다.
내년에 총선이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점점 정치가 과열되면서 전체적으로 괴이한 방향으로 접어들면서 국가위기가 오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렇게 나라가 심각한 사태로 점점 빠져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너무 많은 정치인들을 줄여야 한다. 국회의원을 200명 이내로 줄이고 그들이 갖고 있는 특권도 모두 없애야 한다. 국회의원은 정말로 국민을 위해서 봉사하는 공인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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