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 사이에 그 무엇이 있다면 꿈이 아닐까요.
‘죽음’은 살면서 누구나 인식하지만 이 또한 우리가 지금 삶과도 이어져 있습니다. 조지훈의 시 ‘꿈 이야기’는 꿈 속에서 본 장면을 통해 화자가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를 관념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꿈 이야기
문(門)을 열고
들어가서 보면
그것은 문이 아니었다.
마을이 온통
해바라기 꽃밭이었다.
그 훤출한 줄기마다
맷방석만한 꽃숭어리가 돌고
해바라기 숲 속에선 갑자기
수천 마리의 낮닭이
깃을 치며 울었다.
파아란 바다가 보이는
산모롱잇길로
꽃상여가 하나
조용히 흔들리며 가고 있었다.
바다 위엔 작은 배가 한 척 떠 있었다.
오색(五色) 비단으로 돛폭을 달고
뱃머리에는 큰 북이 달려 있었다.
수염 흰 노인이 한 분
그 뱃전에 기대어
피리를 불었다.
꽃상여는 작은 배에 실렸다.
그 배가 떠나자
바다 위에는 갑자기 어둠이 오고
별빛만이 우수수 쏟아져 내렸다.
문을 닫고 나와서 보면
그것은 문이 아니었다.
- 꿈 이야기
문(門)의 비밀
조지훈 시인의 꿈 이야기 시의 백미는 (白眉)로 바로 `문(門)`에 있다.
그 문은 어떠한 문(門)일까?
문(門)을 열고
들어가서 보면
그것은 문이 아니었다.
…..
문을 닫고 나와서 보면
그것은 문이 아니었다.
여기서 문은 우리가 그냥 드나드는 문으로 알겠지만, 실존의 문이다.
잠을 자면서 꿈에 들어가는 것도 또 다른 문으로 가는 것이고, 그 꿈에서 깨어나 현실로 오는 것도 문이다.
– 그래서, “그것은 문이 아니었다.” 결국 문을 닫고 들어가면 문이 아니었다고 여겨지고, 삶과 죽음이 맞닿아 있는 것을 본 것과 같이 현실도 그렇다고 꿈과 현실이 별반 다르지 아니한가 합니다.
현실에서의 삶, 꿈에서 삶, 꿈과 죽음, 다시 실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