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빈센트 반 고흐(1853~1890)는 유명한 화가이다. 너무나 유명해서 그의 그림은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특히 카페 또는 분위기 있는 사무실에는 어김없이 한 점 정도 걸려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는 살아생전에 판 그림이 별로 없다. 그래서 고흐는 “살아 있는 것 자체가 인생의 고통이다”라고 까지 말했다.
슬픈 영혼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
반 고흐는 그림을 그렸지만 만족할 생을 살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어떤 극단적인 행동까지 서슴지 않기도 했다. 그림은 그리지만 무엇인가 늘 불안하고 불만족한 인생에 대해 그는 미칠 것 같았고 자신의 언어로는 부족하다고 느꼈고 결국 자신의 귀를 잘랐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은 고흐가 미쳤다고 보거나 또는 조현병 환자라고 했다.
고흐는 그림을 그리고 싶지만 돈이 없었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물감과 재료들이 필요한데 그것을 살 돈이 없다. 그래서 동생 테오에게 늘 신세를 졌다. 고흐는 자신이 생각하는 그림을 만드는 자였다면 동생 테오는 형을 도와주는 실질적인 지원자였다. 동생은 그림에 미친 형을 위해 물감과 재료 등을 사주었고 또 그가 그린 그림을 이해하여 주었다. 어쩌면 동생이야말로 유일하게 고흐가 살아가면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고흐는 자신의 순수한 영혼을 지키면서 그림만 전념했지만 결국은 빵의 문제에 직면한다. 생활고에서 벗어 나지 못하는 고흐는 미칠 것만 같았다. 그림만 그리고 팔리지 않으니 돈이 되지 않는 것이다. 고흐가 살아 생전 팔아 먹은 그림, <붉은 포도밭>은 그래서 부지런한 농부의 모습이 보여도 또 다른 서글픔이 스며 있는 것 같다.
고흐가 살아 생전 판 그림, Red Vineyard at Arles (붉은 포도밭)
반 고흐가 평생에 걸쳐서 그린 그림은 무려 1,500여 점 이상이다. 그러나 고흐의 생전에 유일하게 팔린 그림은 <붉은 포도밭> 바로 이것 뿐이다. 그것도 겨우 400프랑 (약30달러)에 팔렸으니 거의 헐값이다. 아마도 그 돈이면 물감 값이나 건졌을지 모르겠다. 이렇듯 그림을 그리지만 그것이 인생에 도움은 안되었고 평생을 가난에 찌들어 살 수 밖에 없었다. 보통 사람이라도 이러한 삶을 산다면 제 정신으로 버티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Red Vineyard at Arles; (붉은 포도밭) 1888
Pushkin Museum, Moscow
고흐가 죽은 후에 고뇌에 빠져서 허덕이는 순수한 영혼의 숨결을 불타는 듯한 강렬하고 무거운 필치로 그려낸 그의 작품들은 미친 듯이 폭등해서 팔리기 시작했다. 그가 살아 있을 때는 그림으로 봐 주지도 않고 거들떠 보지도 않더니 고흐가 죽으니 사람들이 그의 작품을 사려고 달려들었다.
고흐가 살아 생전에 좀 인정을 받았더라면 그는 생활고에 시달리지도 않고 더 많은 작품을 남겼을 것이다. 그런데, 어디 인생이란 것이 그런가? 고흐가 죽으니까 그의 작품도 리미티드 에디션이 되었고, 이제는 세상 사람들이 천문학적 돈을 지불하여야 그가 남긴 작품을 소유할 수 있게 되었다.
고흐는 죽은 뒤에야 천재적 화가로 평가를 받지만 살아 생전에는 미친 놈 비슷하게 취급 받았다. 그가 죽은 후에 작품 가격이 천정부지(天井不知)로 올랐지만 고흐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는 일이다. 어찌보면 인생사가 허망한 것이다. 고흐는 자신의 작품 대부분을 정신질환을 앓고 자살하기 직전 10년 동안에 만들었다니 이 또한 대단하다. 그런데 그렇게 그림은 엄청 많이 그렸는데 팔린 것은 딱 한 점이니 살 맛이 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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